더에듀 | 새 정부가 들어서고 교육감이 바뀔 때마다 교육개혁이 시작된다. 교육과정 개혁, 수업 혁신, 평가 혁신, 미래교육, AI 교육까지 이름과 방향도 달라진다. 그러나 좀처럼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교원의 전문성을 대하는 교육행정의 태도다. 교육정책은 늘 교사의 전문성과 학교의 자율성을 말한다. 그러나 실행 단계에 이르면 교사는 교육적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행정이 정한 방법을 수행하는 집행자로 돌아간다. 목표와 기준을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수업의 방식, 평가의 형식, 기록의 문구와 절차까지 행정이 정하려 한다. 최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교육청 인수위원회가 제시한 ‘전 과목 서·논술형 평가 100%’ 구상도 이 오래된 관습 위에 놓여 있다. 서·논술형 평가의 필요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학생의 사고과정과 문제해결력, 논리적 표현 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서·논술형 평가의 교육적 가치와 모든 교과의 평가를 100% 서·논술형으로 전환하는 정책은 전혀 다른 문제다. 전자는 평가의 다양성을 확대하자는 것이고, 후자는 다양해야 할 평가를 하나의 방법으로 통일하겠다는 명령이다. 따라서 이 문제를 ‘서·논술형 평가에 찬성하는가, 반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왜 그래야 하지?”, “꼭 그렇게 해야 하나?”, “다른 생각도 가능하지 않을까?” 아이들의 일상 속 질문이 철학의 출발점임을 강조하며 어린이와 교육을 새롭게 바라봐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신간 ‘아동기, 철학, 대화적 교육’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 주목된다. 이 책은 어린이를 부족한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 의미를 구성하고 세계를 이해하려는 능동적인 철학적 존재로 이해한다. 때문에, 우리가 아이들을 얼마나 진지한 사유의 주체로 바라보고 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특히 데이비드 케니디의 저서를 옮긴 박상욱 울산고운중학교 철학교사는 아이들은 미성숙한 존재, 보호받아야 할 대상, 성인이 되기 전 준비 단계의 존재로 인식하기보다 누구보다도 끊임없이 질문하고, 세상을 낯설게 바라보며, 기존의 질서와 상식을 의심하는 존재로 정의한다. 이 같은 아이들을 위해선 교육은 지식의 효율적 전달 과정을 넘어 질문과 대화를 통해 함께 사유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 가는 공동의 탐구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육의 중심에는 정답이 아닌 질문이 있고, 경쟁이 아닌 대화가 있으며, 일방적인 전달이 아닌 함께 경험하는 자리로 보기 때문이다. 책은 ‘대화’에 포
더에듀 | 안민석 경기교육감은 지난 13일 ‘교권보호119팀 현장대응 매뉴얼’을 결재하고, 전담관 50명 모집을 공고했다. 필자는 이 매뉴얼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다. 그동안 학교폭력 및 교육활동 침해 조사 매뉴얼을 일체 비공개해 온 도교육청이 과연 이번에는 투명하게 공개할지 의문이다. 교권보호전담관의 업무는 공고문상 ▲중대 교권침해·아동학대 피신고·악성민원 피해 교원 ‘지원’ ▲초기 대응 및 사안 조사 통합 ‘지원’ ▲사안 종료 시까지 1:1 전담 책임 ‘지원’ 등 세 가지이다. 핵심은 모두 ‘지원’이다. 하지만 언론 보도는 교권보호119팀이 학부모 민원을 교사 대신 ‘직접’ 처리한다고 설명한다. 대행이나 직접 처리는 행정학적으로 지원이 아니다. 시작부터 법리적 모순이 발생한 셈이다. 필자는 지난 2022년 7월부터 파주시청 비서팀 소속 시민소통관으로 악성 민원을 전담했었다. 근무 중 민원인이 휘두른 헤머망치에 머리를 맞아 15바늘을 꿰맸고, 이 사건이 지상파 방송 3사 뉴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 혹독한 대가로 얻어낸 개선책이 바로 공무원의 ‘전화 끊을 권리’다. 최근 지자체 통화 연결음에서 “폭언 등이 지속되면 통화가 종료될 수 있다”는 안내가 나오는
더에듀 | ‘AI는 지식을 대체하는가? AI 시대에는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가? 인간 고유의 역량은 무엇이며, 학습의 기본 원리는 여전히 유효한가? 그렇다면, 교육은 무엇을 바꾸어야 하고, 무엇은 지켜야 하는가?’ AI 시대 교육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들이 충분히 다뤄지고 있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AI 기술 자체를 논하려는 것이 아니다. 총 6회의 연재를 통해 교육학과 교육정책의 관점에서 AI 시대 교육 담론을 다시 성찰하고, 기술의 변화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교육의 본질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한다. 앞선 글에서는 같은 AI를 사용하면서도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가 AI의 성능이 아니라 인간이 오랫동안 축적해 온 전문성의 차이에 있음을 살펴보았다. 그렇다면 학생에게 필요한 전문성은 어디에서 시작되는가. 답은 ‘배우는 방법을 배우는 배움’이다. 오래된 가치, 새로운 언어 최근 AI 시대의 교육 담론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은 자신의 배움을 스스로 이끌어 가는 ‘주도성’을 미래교육의 핵심 가치로 강조한다. 그러나 주도성이라는 표현이 새롭게 부각되었다고 해서 그
더에듀 | 공교육은 입시와 경쟁, 시험, 서열 등으로 아이들의 생각과 삶을 단단하게 고정해 놓고, 삶 자체를 좋은 성적,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이라는 정해진 트랙 위에서 움직이게끔 한다. 이 트랙을 성실하게 달리는 사람에겐 모범 학생이라는 훈장을 준다. 그런데, 울산 최초의 공립 대안중학교인 울산고운중학교에서는 아이들이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삶을 넘어 저항적이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마음으로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철학 수업을 통해 아이들에게 비판적 사고의 중요성과 삶에 대한 사색의 의미를 알려준다. 이에 <더에듀>는 아이들이 자유롭고 비판적인 사유를 통해 스스로의 삶을 꾸려가는 데 도움을 주는 박상욱 철학교사의 수업을 소개하려고 한다. 그는 “교육이 경쟁과 입시로부터 자유로울 때 아이들의 철학적 사유는 더욱 풍요로워지고 자기 삶의 주인으로서 더욱 단단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한다. 나는 대안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친다. 획일적이고 표준적인 교육 방식에 저항하면서 자신들의 삶을 찾아가는 아이들을 응원한다. 국·영·수보다 밀의 『자유론』과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을 읽으면서 함께 토론하고 글
더에듀 | 장맛비가 잠시 주춤한 제헌절인 17일, 전국의 교사들과 교육감들이 ‘아동복지법 개정’ 요구 집회에 참여했다. 이는 지난 주말, 거대한 ‘검은 파도’로 뒤덮인 서이초 교사 3주기 추모식을 겸해 광화문 광장의 집회에 이어진 것이다. 전국에서 자발적으로 모여든 수만 명의 초·중·고 교사들이 뜨거운 지열을 온몸으로 받아내며 외친 슬로건은 단 하나, 헌법에 기초한 “가르칠 권리를 보장하라”는 것이었다. 제헌절 집회는 여느 노동조합의 이익 투쟁과는 공기부터 달랐다. 현장에는 경기교육감과 인천교육감 등 수도권 교육을 책임지는 수장들이 나란히 참석해 ‘아동복지법 즉각 개정’이라는 팻말을 들고 교사들과 함께 아스팔트 위에 앉았다. 진보와 보수라는 정파적 이념을 넘어, 교육감들이 현직 교사들의 거대 집회에 동참해 한목소리로 법 개정을 촉구한 것은 대한민국 교육 역사상 전무후무한 일로 기억된다. 그들이 정장의 체면을 내려놓고 뜨거운 거리로 나선 이유는 명확하다. 지금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무능하거나 무도해서가 아니라, ‘아동학대 처벌’이라는 학교의 사법화가 교사의 손발을 묶어버린 ‘제도적 질식 상태’에 빠져있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이 절박한 투쟁의 이면을 짚어보
더에듀 | 전국 최초로 경기교육청(교육감 안민석)이 교육감 직속 ‘교권보호국’을 신설하고 교권보호전담관을 7월 28일(화)까지 모집하며 교권회복을 향한 전방위적 행보를 본격화했다. 무분별한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의 파고 속에서 교사 개인이 홀로 감내해야 했던 고립의 시간을 끝내고, 교육청이 직접 공적 방패가 되겠다는 선언은 현장에 큰 위로와 기대를 안겨주고 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전담 기구의 출범이 단순한 ‘사후 징벌 기구’에 머물지 않고 성공적인 경기교육 대전환을 이뤄내기 위해서는, 일선 교육 현장에서 검증된 갈등 조정 모델과 상생의 정신을 어떻게 융합할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법원이 아닌 교육의 공간, ‘위해유 프로젝트’의 힘 최근 강서양천 교육 현장 등에서 큰 성과를 거두었던 ‘위해유(We·解·You) 프로젝트’ 기반의 갈등 조정 프로그램은 학교 내부의 갈등을 법과 규정이라는 차가운 잣대로만 재단하지 않았다. 갈등의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를 파견하여 사법적 대립 대신, 학교 구성원 모두를 ‘위하여(We)’, 갈등을 교육적으로 ‘해결하고(解)’, 모두에게 ‘유익하도록(You)’ 관계를 복원하는 데 집중했다. 학교는 승패를 가르는 법원이 아니라 잘못
더에듀 | 입장이 명확히 갈리는 자녀와의 갈등을 조금 다른 각도에서 해석해 보면 대치가 아닌 관계가 될 수 있다. <더에듀>는 20여 년간 소통전문가로 활동하며 ‘갈등은 말이 아닌 해석에서 마음이 어긋난다, 상황을 바꿀 수 없지만, 해석을 바꿀 수는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는 최숙희 소통문화교육협회 대표를 통해 자녀 발달단계별로 겪는 부모의 고민을 바탕으로 해결의 팁을 전하는 연재를 시작한다. 아이의 경제 교육은 용돈의 액수가 아니라, 부모가 규칙을 얼마나 일관되게 지키느냐에 따라 시작된다. “엄마, 1000원만 줘!” “엄마, 한 번만~~~” 초등학교 2학년 아들 친구의 엄마들과 자연스럽게 모임이 조성되면서 1년에 한두 번 체험학습 겸 1박 2일의 시간을 갖는다. 이번 여행지는 게임기가 설치되어 있는 캠핑장이다. 자연스럽게 아이들은 게임기 앞에 모였고, 엄마들은 집을 벗어난 자유로움을 만끽하면서 웃음꽃이 피어오른다. 야외이고, 친구들이 어울리는 특별한 날이라 아이들의 게임 시간도 허락되었는데, 문제는 동전 게임기였다. 한 번 하기 시작한 게임 앞에서 민우는 멈추지 못했다. 계속 ‘천 원만’을 외친다. 엄마들 앞에서 계속 보채는 바람에
더에듀 | 인공지능과 입시 경쟁이 한꺼번에 뒤엉킨 시대, 학생과 학부모, 교사는 진로 앞에서 더 많이 흔들리고 있다. 이에 <더에듀>는 '좋은 대학'과 '안정적인 직업'이라는 좁은 기준을 넘어 아이가 자기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힘을 기르는 법을 소개하고자 한다. 저자는 당장 꿈이 없어도 괜찮은 이유, 성적과 적성 사이의 간극, 문해력과 진로의 관계, 오래가는 능력과 직업 선택의 현실 등을 차분하게 짚어나간다. “우리 애는 벌써 진로를 정했어요.” 부러움이 묻어나는 말이다. 아직 갈피를 못 잡는 옆집 아이와 견주며, 일찍 길을 정한 내 아이를 대견해하는 부모가 많다. 나는 그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수의사가 되기로 정했다. 원서를 전부 수의대에 넣었고, 운 좋게 그 길로 들어섰다. 그 뒤로 마흔이 넘도록 오직 그 한 방향만 보고 걸었다. 좋은 수의사가 되는 것, 그 외의 것에 눈을 돌리는 건 사치라 여겼다. 낯선 분야를 기웃거리거나 진료와 무관한 걸 배우는 일은 시간 낭비 같았다. 한눈팔지 않는 내가 조금 자랑스럽기도 했다. 돌아보면 나는 잘 자란 나무가 아니라, 곁가지를 죄다 쳐내고 원줄기 하나만 남긴 나무
더에듀 | 최근 스포츠계를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요즘 선수들은 AI 로봇과 경쟁하는 걸까, 아니면 인간과 공을 차는 걸까?” 바야흐로 ‘벌크업’의 시대다. 터질 듯한 이두박근, 첨단 데이터 분석으로 칼같이 조율된 식단, 그리고 분당 심박수까지 측정하는 웨어러블 기기까지, 바야흐로 ‘기계적인 훈련’과 ‘강철 근육’이 지배하는 그라운드다. 하지만 우리는 첨단 과학 기술이 정점에 달한 이 시대에 오히려 아주 구식이고 아날로그적인 매력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정답은 바로 ‘인성(Humanity)’이다. 근육은 100미터를 10초에 주파하게 만들지만, 훌륭한 인성은 그 선수를 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주파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오늘날 스포츠 선수 육성 패러다임이 왜 ‘식스팩’에서 ‘마음의 근육’으로 이동해야 하는지, 역사적인 사례를 통찰함으로써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축구 역사상 가장 아름다운 ‘인생 역전’ 혹은 ‘인성 역전’의 서사로 꼽히는 리오넬 메시의 이야기로 시작해 본다. 간혹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팬들이 친근하게 ‘네시(Nessi)’ 혹은 ‘축구의 신’이라 부르는 그 선수, 맞다. 바로 리오넬 메시다. 혹시 시간을 거슬러 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