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제안-이보미] 교원 정신질환 대책, “낙인효과 없는 ‘자율연수휴직’ 확대로”

  • 등록 2025.02.23 16: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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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故 김하늘양 사건과 관련해 수많은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정신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우려된다. 이는 교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더욱 악화할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질환에 더 소극적으로 대응하거나 숨길 수밖에 없게 할 가능성을 높인다.

 

교원의 폭력성과 범죄계획을 사전에 모두 찾아내 관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는 학교 내외부의 구성원 모두를 통제하겠다는 것으로 학교를 지나치게 폐쇄적인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또 우울증이나 불안, 공황 등 정신질환으로 치료하거나 치료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이나 주저함을 더할 뿐이다.

 

교사들의 정신적 소진과 회복에 초점을 맞춰 지원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공감하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원은 현재 교권침해 지원책의 일환으로 운영되고 있어 중복 대책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 학기 중 시간을 내어 심리 상담 및 지원을 받는 것은 교사들에게 부담스러운 일이라 오히려 짐이 될 수 있다.

 

교사들에게는 충분한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 일부에선 방학이라는 시간이 많은 것을 해결해 주지 않느냐고 주장하지만, 교사들에게 방학은 다음 학기와 학년을 준비하는 짧은 숨고르기에 불과한 것이 요즘 학교의 현실이다.

 

새로운 대책을 들이는 것만이 능사는 아닐 수 있다. 현재 존재하는 제도를 현실에 맞게 보완하는 게 오히려 현장에 더 가까운 답일 수 있다.

 

국가공무원에게는 '자율연수휴직'이라는 제도가 존재한다. 교사의 경우 10년 이상 교직에 근무하면 평생 1회, 무급으로 사용이 가능하다. 반면, 타 직종은 3년 이상 재직 시 자율연수휴직을 사용할 수 있으며, 복직 후 6년 이상 근무하면 재신청이 가능하다. 교사도 국가공무원인 만큼 이 제도를 최소한 차별 없이 적용할 순 없을까.

 

이번 사건의 초점을 정신질환에 맞추고 관리 감독을 강화한다면 낙인효과가 있는 질병휴직이나 병가 사용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반면, 낙인효과가 없는 자율연수휴직 요건을 대폭 완화해 교원의 활용도를 높이면 온전한 치료와 복귀 그리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교사들은 일반공무원에 비해 정신적으로 더 취약한 상황임에도 자율연수휴직 요건에서 차별받아 왔으며, 휴식 없는 번아웃에 노출한 한 요인으로 볼 수도 있다. 신규 교사들의 조기 사직이 늘어가는 것도 숨 고르기 할 시간조차 주지 않는 교직 환경이 한몫한 것은 아닐까.

 

교사의 번아웃과 소진의 심각성은 이미 현실로 드러나 있다. 상시로 학생과 대면하고 학부모를 상대해야 하는 직업 특성상 건강한 정신적 컨디션을 유지해야 하고 충분한 정신적 휴식과 회복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은 교권침해에만 초점을 맞춰 심리 상담 등이 지원되고 있을 뿐이다.

 

자율연수휴직의 차별 없는 적용은 회복이 필요한 소진된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회복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이보미 교사노동조합연맹 위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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