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폭우, 폭설에도 학교 가야 합니까. 저도 애가 둘입니다.”
폭우와 폭설 등 재난으로 인한 휴업일에도 초등교사 10명 중 6명은 출근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휴업일 지정이 교장 재량인 상황에서 안전보다 교육청과 옆 학교 눈치보기에 급급한 관리자의 의식이 문제로 제기됐다.
전국초등교사노동조합(초등노조)은 23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난상황 초등학교 휴업 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설문은 초등교사 1177명이 참여했다.
우선 재난으로 인한 휴업일에도 교사 10명 중 6명은 출근한 경험이 있었다.
출근 사유로는 ▲관리자(학교장)의 지시가 46.9%로 가장 많았고, ▲명확한 지침 부재 또는 전달 지연(26.7%) ▲교육청 또는 상급 기관의 압력(10.3%) 등이 뒤를 이었다.

교사들의 89.1%는 이때 ‘지시가 불합리하다’고 느꼈으며, 80.7%는 ‘신체적·심리적 위험을 느꼈다’고 응답했다.
또 교사들의 35%는 ‘재난 상황에서도 돌봄교실이 운영됐다’고 답했으며, 이를 위해 등교해야 했던 교사들의 81.5%(그렇다 17.8%, 매우 그렇다 63.7%)는 ‘학생의 안전이 걱정됐다’고 응답했다.
그래서인지 교사들의 63.2%는 교육청이 신속하고 책임감 있게 대응하지 않는다고 응답해 교육당국의 위기 대응에 대한 신뢰도가 낮게 나타났다.
이 같은 상황은 학교장 등 관리자가 눈치를 보느라 휴업일 지정 재량권 사용에 주저하기 때문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나타났다.

휴업 결정은 주로 관리자(59%)나 교육청(39%)에 의해 이뤄졌으나, 교사들은 (중복응답) ▲현실적으로 민원 및 언론 노출 우려(77%) ▲문책 우려(70%) ▲매뉴얼 부재(52%)를 학교장이 휴업 결정을 자율적으로 내리기 어려운 이유로 꼽았다.
특히 83%는 행정 절차가 학생과 교원 안전보다 우선시 하는 것으로 느꼈다.
실제 주관식 답변란에는 “교육청에서 휴업이든 휴교든 결정을 내려주지 않고, 늘 학교장에게 떠넘기니 교장은 옆 학교 상황만 살피다 늦게 결정한다. 항상 반복되는 패턴.”, “학교 도착하니 그제야 휴업 문자가 왔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것도 정말 목숨 걸었습니다.” 등이 달렸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중복응답) 교사들의 76.7%는 ‘학교장에게 자율 휴업 권한과 면책조항을 부여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기상특보와 연동한 자동 휴업 시스템 도입’(63.6%), ‘지자체 중심 대체 돌봄 체계 마련’(43.1%), ‘가족돌봄휴가 확대’(44.5%), ‘재난 상황 속 교원 탄력근무제 도입’(48.2%)도 요구했다.
정수경 초등노조 위원장은 “재난 시 학교와 교육청의 신속하고 안전한 조처 시스템 부족과 학생과 교사의 생명보다 행정 보고 체계가 우선시되는 현재 구조를 보여 준다”며 “신속한 휴업 결정을 위한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난 사태에서 아이들이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하는 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며 “가정과 지역사회에서 아이들을 안전하게 돌볼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