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학생이다”...김천 증산초 만학도들, 교육당국 고발

  • 등록 2026.01.06 10: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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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교 전환 앞둔 증산초 어르신 학생들, 경북교육감 등 ‘직무유기’로 재고발

교육청 “학령인구 위주 행정 불가피” Vs. 주민 “헌법상 무상교육 권리 침해”

 

더에듀 전영진 기자 | 경북 김천의 증산초등학교를 지키기 위해 입학한 ‘만학도’ 어르신들이 자신들을 학생으로 인정하지 않고 분교 전환을 추진하는 교육당국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증산초에 재학 중인 60대~90대 어르신 학생 15명은 지난해 12월 29일 임종식 경북교육감과 전·현직 김천교육장 등 3명을 직권남용 및 직무유기 혐의로 김천경찰서에 고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7월 1차 고발이 ‘혐의없음’으로 각하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재고발이다.


‘폐교 위기’ 막으려 책가방 멘 어르신들...갈등의 씨앗 된 ‘학생 수’


갈등의 발단은 지난 202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증산초는 신입생이 1명으로 급감하며 전교생이 7명에 불과해져 분교장 전환 위기에 처했다. 이를 지켜보던 지역 주민과 출향인들은 ‘학교 살리기’를 위해 뜻을 모았고, 그 결과 마을 어르신 13명이 전격 입학하며 폐교 위기를 넘기는 듯했다.

 

당시 학교장은 어르신들의 입학을 허가했지만, 상급 기관인 김천교육지원청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학령을 초과한 어르신들을 정식 학생(의무취학아동)으로 인정할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이유에서이다.

 

현재 교육청이 산정한 증산초의 정식 학생 수는 8명인 반면, 교직원은 11명이다. 경북교육청은 ‘교직원 수가 학생 수보다 많은 경우’를 분교 전환 기준으로 삼아, 오는 3월 1일 자로 증산초의 분교 개편을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헌법상 교육 권리” vs “일반 학생 학습권 침해 우려”


고발에 나선 어르신들은 교육청의 이 같은 행정이 ‘차별’이라고 주장한다.

 

이들은 고발장을 통해 “학령초과자라 하더라도 헌법과 교육기본법에 따라 무상교육을 받을 권리가 있는 의무교육 대상자”라며 “행·재정적 지원을 고의로 외면하는 것은 교육당국의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북교육청 측은 실무적인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어르신들을 학생 수 통계에 포함하긴 어렵지만, 실제 학교 현장에서는 일반 학생과 동일하게 교육과정과 급식 등을 지원해 왔다”고 해명했다.

 

또 “어르신들의 입학 목적이 학교 유지에 치중될 경우, 오히려 어린 학생들의 학습권이 침해될 우려가 있다”며 문해교실 등 대안적인 교육 형태를 권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참 좋은 학교’ 선정됐는데...“거꾸로 가는 행정” 비판도


주민들은 교육당국의 이중적인 태도도 문제 삼고 있다. 증산초는 지난해 교육부 주관 ‘농어촌 참 좋은 학교 공모전’에 선정될 만큼 우수한 교육 환경을 자랑하며, 경북교육청 역시 이를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마을 주민 A씨는 “교육부로부터 상까지 받은 학교를, 정작 교육청은 통계 논리를 앞세워 분교로 격하시키려 한다”며 “마을의 구심점인 학교를 지키려는 어르신들의 절박한 마음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찰은 지난달 1차 고발 건에 대한 각하 사유와 어르신들의 반론을 검토해 이번 재고발 사건에 대한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지역 소멸의 최전선에서 벌어지는 ‘학생 인정’ 싸움이 법정에서 어떤 결론을 맺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전영진 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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