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 "인생 목표된 의대 쏠림, 국가 성장 동력 잃는다"

  • 등록 2024.12.23 10:2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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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 시대, 대한민국은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스마트폰 앱이 생활을 바꾼 것처럼, 다양한 AI 서비스 등장으로 또 한 번 삶의 큰 변화 예고

인간 삶은 더 효과적으로 바뀔 것..."AI 활용 능력이 인간의 주 역할로 대두"

대한민국 AI 수준 많이 뒤처져..."플랫폼 아닌 서비스 분야는 아직 기회 있어"

인재 유출 심각한 문제...공부의 목표가 의대 진학인 상황은 더 문제

AIDT 도입 긍정적...단, AI를 활용한 평가가 가능해지지 않으면 부정적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인터넷 시대, 스마트폰 시대를 넘어 인공지능(AI) 시대로 접어들었다. 교육계에서도 AI 디지털교과서 등의 도입을 추진하며 AI의 교육적 활용에 대한 시동을 걸었으며, 최첨단 인재 양성을 위한 각종 정책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는 AI 분야에서 걸음마 단계로 평가 받고 있다. 미래를 선도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의 문 앞에서 세계는 어떤 시선으로 AI를 대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더에듀>는 강정수 블루닷 AI연구센터장과 함께 전세계가 나아가는 방향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현실을 짚은 후, 교육은 인재 양성 방향을 어떻게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인터뷰는 12월 6일 진행됐다.

 

▲ 간단히 자기소개 한다면.

 

독일에서 경제학으로 학사와 석사를 하고, 경영학으로 박사를 했는데요. 주로 기술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 특히 디지털 기술이 어떻게 시장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공부했어요.

 

한국에서는 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투자회사의 대표도 맡았으며, 공직으로도 있었습니다. 지금은 블루닷 AI라고 하는 회사를 공동 창업해서 다양한 AI 서비스를 만들고 있습니다.

 

▲ 청와대 디지털홍보센터장을 역임했다.

 

정부 부처가 소셜미디어나 블로그를 통해 홍보하는 프로젝트를 같이 기획·총괄하고요. 대통령의 소셜미디어 계정을 관리·홍보하기도 해요. 온라인에서 정책에 관한 국민 여론을 조사하는 등의 일도 했습니다.

 

▲ AI가 화두인데.

 

AI는 1980년대부터 여러 번의 겨울을 겪다 지난 2017년 트랜스포머라는 모델을 구글 연구진들이 만들며 다시 한 번 점프업을 했는데요. 이 시기에 우리는 ‘AI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죠.

 

AI가 일상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건 바로 2022년 10월 30일, 챗GPT가 공개되던 날로 봅니다.

 

2023년에는 텍스트를 입력하면 이미지가 만들어지고, 동영상이 만들어지기도 하면서 사람만큼 창작을 하고, 사람보다 더 나은 글을 쓰고 분석하는 것을 실현한 해라고 보면 될 것 같고요.

 

하반기부터는 빅테크들이 AI 에이전트라고 하는 진일보한 모델들을 고민했으며, 내년에는 만들어질 거라고 보고 있습니다.

 

AI가 이제는 챗봇 수준을 넘어 다양한 AI 서비스, AI 검색, AI 에이전트 서비스 등 수많은 서비스를 만들어 내고 있어요.

 

마치 스마트폰 앱이 생산되면서 우리가 미디어를 소비하는 방식과 커머스를 하는 방식, 뱅킹하는 방식이 변화했던 것처럼, 다양한 AI 서비스는 현재를 AI 시대로 본격 진입하게 하는 길목으로 만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AI 시대 본격 도래..."인간의 일상과 경제생활을 더 효과적으로"


▲ AI는 인간의 삶을 어떻게 바꿀까.

 

많은 논의가 단순하게 지능 부분에서 인간을 초월할 것이라며 공포감을 형성하는데요. 학술적 근거가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가장 중요한 건 AI가 우리에게 보조적으로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입니다. 70~80년대 컴퓨터가 기업에 도입되면서 업무 자동화가 이뤄졌던 것처럼 업무 자동화에 AI가 과연 어떤 기여를 할 것인가 하는 부분들이 대단히 중요한 것 같아요.

 

교육 현장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재 브라질에서는 교사들의 업무를 덜어주는 AI 에이전트 서비스를 40만명 정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로펌을 도와주는 AI 서비스, 보험 업무를 도와주는 AI 서비스들이 등장하기도 하고요.

 

AI는 앱이 우리가 일상과 경제활동을 효과적으로 바꿔냈던 것보다 더 효과적으로 일상과 경제생활을 바꿔내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입니다.

 

▲ 그렇다면, AI시대 인간의 역할은.

 

인문학적 사유 차원에서 창의성이란 무엇인가 하는 논의가 있죠. 또 인간이 하는 일의 많은 부분을 AI가 대신한다면 인간의 역할은 무엇이 남느냐 하는 논쟁이 있는 건데요.

 

저는 사유적인 차원에서의 그런 논쟁들은 있는 거라 보고요. 가장 중요한 건 도구를 얼마나 잘 다루는가에 있다고 봅니다. 즉, 인간이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가가 인간의 주 역할이 될 것입니다.

 

 

▲ 한국의 AI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전반적으로 많이 뒤처져 있다고 봅니다.

 

영국의 경우 AI 학문적 뿌리가 대단히 깊어요. 구글의 딥마인드 본사가 영국에 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치죠. 이렇게 전통 있는 나라들이 한국을 앞서가고 있습니다.

 

경부고속도로와 호남고속도로 등 플랫폼(인프라스트럭처)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결국 고속도로에 자동차와 트럭 그리고 버스가 다녀야 지역이, 경제가, 사람이 연결되면서 부가가치가 창출되거든요.

 

저는 한국이 AI 산업에서 이 시장에 들어가는 건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플랫폼을 넘어 서비스를 잘 만들면서 AI 경제를 어떻게 활성화할 수 있는지가 중요합니다.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한국에게도 아직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수준 전반적으로 뒤처져..."서비스 시장에서는 아직 기회가 있다"

 

삼성전자 부진?...엔지니어 문화가 다시 주류가 되면 반등할 것"


▲ 반도체 기업, 삼성의 최근 부진 원인은 어떻게 보나.

 

개별 기업을 콕 집어서 비판하기엔 그렇지만, 삼성전자의 위기는 엔지니어 중심 문화가 아니라는 부분에 있다고 봅니다.

 

GE, 보잉, 인텔이 성장 과정에서 처음에는 엔지니어 중심의 기업 문화가 존재했지만 재무적인 경영 중심으로 바뀌었어요. 현재 삼성이 이 세 기업의 위축되고 몰락하는 과정들을 따라가는 수순일 수도 있다고 봐요. 삼성이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를 재형성하지 않으면 충분히 위험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세부적으로 ‘TSMC하고 다른 파운더리 전략을 썼다, 생태계가 좀 약화했다, HBM 혁신의 기회를 SK하이닉스는 가져왔지만 놓쳤다 등 여러 디테일한 부분에 대해 옳고 그름을 논쟁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기업의 경영 원칙에서 엔지니어가 중심 문화에서 자리를 뺏긴 것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 AI 시장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부의 역할은.

 

정부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만, 문제는 인터넷 강국이라는 인식에 아직도 취해 있어 문제가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패러다임이 바뀐 지 오래 되었습니다. 거기에 만족하면 안 되겠죠.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인재 유출입니다. 특히 해외에서 공부하신 분들이 귀국하지 않는 현상이 심각하죠. 재무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기업이 많지 않은 상황에서 운영할 수 있는 인재들의 절대적 부족은 큰 걸림돌입니다.

 

미국과 중국이 앞서 가는 것에 더해 프랑스가 성공을 거두고 있는 것도 딥마인드나 오픈 AI 쪽에 근무하던 프랑스 사람들을 자국으로 불러들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혼자가 아닌 인도 등의 친구를 데려오고 하면서 체류, 비자, 임금 격차 문제를 해소해 줬죠.

 

AI 인재에 한국 사람들이 없는 건 아니에요. 오픈 AI에도 한국 분 계시고요. 메타에도 한국 분이 있고, 구글 딥마인드도 있어요. 다만 거기에 계신 거에요.

 

또 하나는 의대 쏠림 현상이 한국 사회가 다양한 발전 동력을 상실하게 하는 것이라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 의대 쏠림 문제를 이야기했는데.

 

교육의 문제가 아니라 교육을 통해서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없다는 게 큰 문제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에도 컴퓨터공학과 등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의대나 로스쿨로 인재들이 몰리다 보니 교육도 그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어요. 초등학교에서부터 의대 가려고 하는 나라의 국민들은 이를 관심 있게 보지 않기 때문이죠.

 

법대, 의대 외에는 존재하지 않는 대한민국 사회가 어떻게 건강하다고 할 수 있을까요. 또 성장할 수 있겠어요. 성장 동력을 잃고 있습니다.

 

도구는 완벽하지 않아요. 쓰면서 개선하는 거죠. 그런 부작용을 개선하면서 인류는 진화해 왔기 때문에 AI를 받아들이는 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고 봐요. 오류가 있는 부분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하는 관점의 문제라 볼 수 있죠.

 

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문제가 아니라 특정 분야에 인재가 편중되는 현상이 문제입니다. 그러니 인재들은 한국에서 일하고 싶어 하지 않죠. 성장 동력을 잃게 하는 대한민국 교육을 어떻게 어떻게 바꿔나갈 것인지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한국  교육 수준 우수하지만..."진학 목표가 의대인 세상에선 의미 없어"

 

AIDT 도입?..."평가도 AI를 활용한다면 필요성 공감"


▲ 초중등에서는 AI 디지털교과서 도입이 화두이다.

 

도입해도 괜찮은데요, 시험은 어떻게 볼 것이냐 하는 질문에 답부터 내놔야 합니다.

 

AI로 공부했으면 수능 시험에 스마트폰 갖고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전자계산기를 활용한 수학을 배웠는데 시험에 전자계산기를 활용하지 못하면 안 되잖아요.

 

교육 방법과 내용이 바뀌면 학생들을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먼저 답해야 해요. 평가에 대한 이야기 없이 도입만 이야기하면 무엇합니까.

 

AI 디지털교과서를 도입하면, 학생들은 이를 토대로 학습을 했을 거잖아요. 그럼 평가도 당연히 AI를 활용해서 진행되어야겠죠.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의 현실 즉 수능에서 휴대전화를 들고 들어갔다가 발각되면 퇴장당하는 이런 현실부터 바꿔야 하지 않을까요. 휴대전화에 있는 AI를 이용해서 시험 보게 하는 게 당연해야 하는 거 아닐까요.

 

AI 디지털교과서라는 도구를 도입하기 전에 교육 내용과 방식, 평가 방식을 완전히 바꿔야 해요. 그렇게 된다면 학교에서 AI 디지털교과서 쓰는 것에 찬성합니다.

 

▲ 미디어, 언론 등에서는 AI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유럽과 미국에서 CMS, 생성 분야는 이미 다 AI로 넘어갔어요. 반면 한국은 아주 작은 도구들을 사용하는 수준으로 전면 활용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봅니다.

 

단순 처리 가능한 뉴스들을 AI에게 맡기면 인간 기자들은 조금 더 깊이 있는 분석 기사를 쓰는 데 집중할 수 있죠. 업무 재편과 기사 생성 방식의 분업 구조들을 만들어가야 합니다.

 

▲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말이 있다면.

 

기술은 많이 사용할수록 저렴해지고 시장이 커지기 때문에 새로운 기술을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개인 일상과 업무, 기업 생산성 증대와 효율성 강화 등에 어떻게 활요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분위기로 전환됐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

 

# 정리 : 정지혜 더에듀 기자.

 

 

지성배 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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