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더하기-강주호] 중대 교권침해 학생부 기재 "무너진 교실 회복 첫걸음"

  • 등록 2026.01.16 11:2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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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교육은 신뢰라는 토양 위에서 자라나는 나무와 같다. 교사는 학생을 사랑으로 이끌고, 학생은 스승을 존경으로 따르는 것, 그것이 우리가 믿어왔던 교실의 풍경이었다. 그러나 2026년 오늘의 교실은 그 믿음의 토양이 유실된 채 황폐화하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무려 4234건에 달하고, 2025년 1학기 기준으로는 2189건에 달한다. 수업일 기준 매일 학교 현장에서 22건 이상의 교권 침해 사건이 공식적으로 심판대에 오르고 있다는 뜻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그 내용이다. 과거의 수업 방해 정도를 넘어, 선생님을 향한 폭행, 상해, 성희롱 등 범죄 수준의 일탈이 일상화되었다.

 

2025년 1학기 상황은 더욱 심각해졌다. 2025년 1학기 기준 교육활동 침해 유형 중 337건이 폭생·상해였고, 58건이 성폭력 범죄였다. 수업일 기준 하루 3~4명의 교원이 폭행을 당하고, 이틀에 1명꼴로 성폭행 범죄를 당하는 상황이다.

 

제자에게 폭행당해 갈비뼈가 부러지고, 흉기로 위협당하고, 성폭력 범죄로 고통받는 선생님들의 비명은 더 이상 뉴스의 가십거리가 아닌, 우리 옆 교실의 현실이 되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총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중대한 교권 침해 사항에 대한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 기재는 더 이상 미룰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일각에서는 학생부 기재가 학생에게 주홍글씨를 새기는 낙인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며 우려한다. 또한, 입시에 불이익을 우려한 학부모들의 소송 남발로 학교가 사법화될 것이라는 반론도 제기된다. 교육자로서 그 우려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학생을 보호하고 선도해야 할 학교가, 기록과 처벌의 공간으로 변질되는 것을 바라는 교사는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현재의 교실상황을 직시하며 냉정하게 질문해봐야 한다. 학생의 장래를 걱정해 강력범죄 수준의 폭력조차 눈감아주는 것이 진정한 교육인가? 그리고 그 침묵의 대가로 다수의 선량한 학생들이 공포에 떨고, 교사가 교단을 떠나는 현실을 방치하는 것이 국가의 올바른 책무인가?

 

교총이 주장하는 학생부 기재는 학생의 모든 교권침해 사안에 대해 사소한 잘못까지 전부 기록하자는 것이 아니다. 선생님을 폭행하고 상해를 입히거나 성폭력 범죄로서 명백히 중대한 교육활동 침해로 인해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의 심각한 조치를 받은 경우에 한정하여 기록하자는 것이다.

 

이것은 학생을 처벌하기 위한 낙인이 아니다. 이것은 모두의 학습권을 보장하고 선생님의 교육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교육적 안전벨트이다.

 

우리가 자동차를 탈 때 안전벨트를 매는 것은 사고를 예정해서가 아니라, 만약의 사태로부터 생명을 지키기 위함이다. 안전벨트가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운전자는 무의식중에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갖게 된다. 마찬가지로, “선생님을 폭행하면 기록이 남고 책임이 따른다”는 명확한 시그널은, 충동적인 학생들에게 멈춤 신호를 보내는 최소한의 심리적 저지선이 된다. 안전벨트가 불편하다고 해서 떼어버린다면 사고 발생 시 그 피해는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수밖에 없다.

 

형평성 차원에서도 현행 제도는 비정상적이다. 현재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따라 학생 간의 폭력은 경미한 사안부터 중대한 사안까지 모두 학생부에 기록된다. 친구를 때리면 사소한 사건이라도 기록이 남고 불이익을 받는다. 그런데 스승을 때려 전치 4주의 상해를 입히고 강제 전학을 가더라도, 현행법상 학생부에는 단 한 줄의 기록도 남지 않는다.

 

이것이 우리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할 정의인가? 교원에 대한 폭력을 학생 간 폭력보다 가볍게 취급하는 이러한 입법 미비는, 결국 교권 경시 풍조를 국가가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소송 남발에 대한 우려 역시,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는 격이다. 우선 기존 학교에서 운영되던 교육활동 침해여부를 결정하는 교권보호위원회 자체가 교육지원청으로 이관되었다. 이에 따라 소송의 주체가 학교나 교사 개인이 아닌 교육지원청의 지역교권보호위원회가 된다. 따라서 교권침해 조치의 학생부 기재와 관련해 해당 교사에게 직접적인 소송을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다만 교권침해 결정에 불만을 품고 다른 사안을 걸고 넘어지면서 교사에 대한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나 악성민원을 반복적으로 제기할 것이라는 우려는 있다. 하지만 이미 학교 현장은 학생부 기재 여부와 상관없이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와 악성 민원으로 신음하고 있다. 소송이 두려워 정당한 교육적 조치를 포기하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 인한 소송 문제와 악성 민원에 대한 문제는 교총이 제안하는 ‘교육활동 관련 소송 국가책임제’ 및 ‘악성민원 맞고소제’ 도입과 함께 교육 당국의 법적 대응 역량 강화를 통해 해결해야 할 부분이지 학생부 기재 자체를 반대할 명분이 될 수 없다.

 

 

음주운전으로 면허가 취소되면 생계가 곤란하다며 행정소송을 거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소송이 폭주한다고 해서 음주운전 기록을 남기지 않거나 생계형의 경우 면책권을 주어야 할까? 음주운전 기록을 남기는 목적은 운전자의 편의가 아니라 운전자와 보행자 모두의 안전 때문이다. 교실의 안전을 위협한 학생의 기록을 남기는 것 또한 마찬가지인 것이다. 도로의 안전이 운전자의 편의보다 우선하듯, 교실의 안전은 가해 학생의 이익보다 우선해야 한다.

 

선생님이 학생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을 목격한 다른 학생들 역시 상당한 정서적·심리적 충격을 받을 수 있다. 특히 가해학생에 대한 책임 있는 조치가 충분하지 않다고 인식될 경우, 이러한 충격은 일회성 경험에 그치지 않고 공정성에 대한 혼란과 규범 인식의 약화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 더 나아가 일부 학생들 사이에서는 문제 행동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형성되거나, 가해학생을 중심으로 하는 부적절한 집단이 강화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는 학교라는 공동체에서 학생들이 공동체 의식과 규범을 학습해야 할 시기에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양식이 학습될 수 있다는 점에서 교육적으로 심각한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또한, 기록되지 않은 깜깜이 전학은 또 다른 비극의 씨앗이 된다. 교사를 폭행해 강제 전학을 온 학생임에도, 전학 간 학교의 담임 선생님은 그 사실을 전혀 알 수 없다. 아무런 정보 없이 그 학생을 지도하다가 또다시 폭행을 당할 것이라는 우려와 불안이 교직 사회를 잠식하고 있다.

 

이는 폭탄 돌리기와 다름없다. 학생의 행동 이력을 투명하게 기록하고 공유하는 것은, 해당 학생에 대한 올바른 생활지도를 위해서도, 그리고 새로운 학교 구성원들의 안전을 위해서도 필수적이다.

 

교총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현장 교원의 96.1%, 학부모의 76.6%가 중대 교권 침해 사실의 학생부 기재에 찬성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교사들의 집단이기주의가 아니라,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는 교육 공동체 전체의 절실한 요구인 것이다.

 

한 명의 일탈을 방치하면 교실 전체가 무너진다. 교사가 무기력하게 폭행당하는 모습을 지켜본 학생들은 법과 질서를 경시하게 되고, 결국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습권 침해로 이어진다. 기록은 책임을 낳고, 책임은 성장을 낳는다. 자신의 행동에 책임이 따른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르치는 것이야말로 학교가 수행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인성 교육이다.

 

정부와 국회에 강력히 촉구한다. 더 이상 좌고우면하지 말고 ‘중대 교권 침해 학생부 기재법’을 조속히 통과시켜라.

 

선생님을 지키는 일은 곧 우리 아이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일이며,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지키는 일이다. ‘교육적 안전벨트’조차 없는 무방비 상태의 교실로 교사들을 밀어 넣는 잔인한 방관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올바른 교육은 질서와 존중 위에서 피어나고, 책임의식과 함께할 때 완성된다.

 

학교가 폭력의 면책특권 지대가 아닌 책임과 존중이 살아 숨 쉬는 배움의 터전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이제는 법과 제도가 응답해야 할 때다.

강주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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