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급의 거의 모든 학생이 휠체어를 타는 지체장애 특수학교에 근무할 때의 일이다.
초등학교 2학년 학생들과 함께 놀이공원으로 현장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학급 학생은 네 명이었고, 인솔 교사는 담임과 부담임 두 명, 그리고 특수교육실무사와 사회복무요원이 동행했다. 학생 4명에 동일한 숫자의 성인이 붙지 않으면 체험학습 자체가 불가능했다.
놀이공원에서 우리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놀거리는 많지 않았다. 요즘에야 무장애놀이터 등이 생기며 휠체어가 직접 탑승할 수 있는 회전놀이대 등도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어울려 놀기 위한 놀이터가 아니라 애초에 스릴과 재미를 위한 놀이기구가 있는 곳이니 당연했다.
알록달록하게 꾸며진 놀이공원을 거니는 것도 즐거운 일이지만, 놀이공원까지 와서 아이들이 놀이기구를 하나도 못 타고 돌아가는 것은 아무래도 무엇보다 교사인 내 마음에 남을 것 같았다.
휠체어에서 아이를 안아 내려서 내가 품에 안고 유아용 놀이기구를 같이 하나 탔다. 평소에 표정이나 목소리 등의 반응을 거의 보여주지 않는 중증장애 학생이었지만 놀이기구를 타고 난 학생의 표정이 밝게 느껴졌다. 다양한 속도와 방향으로 움직이는 놀이기구로 평소와 다른 전정감각을 느끼게 해 준 것도 의미 있었다.
십 년 전의 일이다. 지금이라면 꿈에서조차 절대 엄두도 내지 못할 결정이다.
장애 학생의 특성으로 인해 발생 가능한 사고들, 책임은 고스란히 교사에게
많은 지체장애 학생은 특히 작은 충격에도 근육, 뼈 등을 다치기 쉽다. 처음 타 보는 놀이기구의 감각에 놀라 울음을 터뜨리거나, 신경계에 어려움이 있는 친구라면 대발작 또는 소발작을 일으킬 가능성도 있다.
신체적 취약성을 비롯한 학생의 장애 특성에서 기인할 수 있는 이런 사고가 발생하는 즉시 모든 책임은 교사에게 향한다. 형법상의 업무상과실치상, 민사 손해배상,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 및 장애인 학대 신고까지 모두 풀코스로 겪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다. 지금의 나라면 십 년 전의 열정 있던 교사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뜯어말렸을 것이다.
발달장애 학생들과 특수학급 현장체험학습을 나갔을 때의 일도 있다. 워낙 평소에도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친구가 있는 반이었다. 교실에서 뛰쳐나가는 ‘교출’, 친구나 교사를 때리는 폭력 행동은 학교 안에서도 학생 본인과 타인의 교육활동을 심각하게 저해해 왔지만, 학교 밖에서는 그 문제가 한결 더 심각해졌다.
만들기 체험 코너를 진행하는 중에 그 학생이 탠트럼(tantrum, 분노발작)을 시작했다. 여러 사람이 있는 공공장소에서 주변 친구들을 때리려고 시도하던 학생은 교사가 다른 학생들이 맞지 않도록 끌어당기며 피하도록 하자 다른 행인을 향해 뛰쳐나가려고 했다.
나는 남은 시간 내내 그 학생에게 전담으로 붙어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다치지 않도록 막았고, 다른 학생들은 만들기 도중에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해 선생님을 몇 번 부르려다 상황을 보고 포기하기를 반복했다.
물론 이 사건에서도 내가 뛰쳐나가는 아이의 손목이라도 잡았다면 신체적 아동학대, 다른 친구를 때리려고 시도하는 학생에게 소리쳐서 제지했다면 정서적 아동학대, 뛰쳐나가는 아이를 못 막아 만약 그 학생이 다쳤다면 민형사상 배상 책임이 지워졌을 것이다. 만일 그 학생이 다른 행인에게 상해를 입히는 일이 발생했다면 그에 대한 송사 역시 휘말렸을 것이다.
지원 인력, 법적 위험 요소 해결에 도움 안 돼...책임 구조의 근본적 변화 필요
대통령과 교육부장관이 지난 28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대로, 체험학습 지원 인력이나 자원봉사 시민이 충분히 있었다고 가정해 보자. 위에서 서술한 상황에서의 법적 위험 요소들이 단 하나라도 해결되었을까? 절대 그렇지 않다.
인력과 예산에 대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체험학습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추가 인력 배치와 재정적 지원은 분명 중요한 요소이다. 그럼에도, 인력 추가나 자원봉사자 활용과 같은 대안만으로는 문제의 본질을 해결하기 어렵다. 사고 발생 시 책임 구조가 변함이 없는 한은 그렇다.
어떠한 안전조치를 강화하더라도 위험을 완전히 제거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책임만 교사에게 귀속되는 것이 현재의 구조이다. 더군다나 추가 인력 확보 과정 자체가 또 다른 행정 업무로 교사에게 전가되며, 이러한 행정 업무는 공고부터 채용, 품의를 통한 비용 지급 등등까지 매우 막중한 부담이 된다.
결국 현장에서 가장 절실하게 요구되는 것은 인력이나 예산 이전에, 교육활동 과정에서 발생한 불가피한 사고에 대한 합리적인 법적 보호 장치이다.
특수학급 현장체험학습은 어떤 의무사항도 아니다. 학교와 교사의 전문적 판단에 따라 운영되어야 하는 자율적 교육활동의 일환이고, 이를 실시하지 않는 것이 ‘기회 박탈’로 규정된다면 이는 교육과정 운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깎아내리는 접근이다.
특수학급 학생은 소속 학급이 두 개로, 일반학급인 원적학급과 특수학급 두 군데에 속해있다. 학교 계획에 의해 이뤄지는 원적학급의 현장체험학습 외에도, 특수학급에서 별도 계획을 수립해 추가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특수학급 현장체험학습이다. 이는 어떤 법적, 제도적 의무사항도 아니었으나, 교사의 헌신과 선의에 기반해서 운영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이 특수학급 현장체험학습 역시 전체 체험학습과 마찬가지로 급격히 줄고 있다. 일반 교육 현장이 속초 체험학습 인솔 교사 유죄 판결에 영향을 받았다면, 특수교육 현장은 그에 더해 2023년 전남 목포에서 발생한 유치원 현장체험학습 중 특수교육 대상 유아 사망 사고에도 큰 영향을 받았다.
특수교육대상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에 비해 돌발적인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더 높고, 이에 따라 체험학습 과정에서의 안전 부담 또한 훨씬 크다. 지원 인력이나 자원봉사자가 아무리 있더라도 신체적·정서적 아동학대라는 근본적 굴레로 인해 학생들을 제대로 제지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과거의 추억, 변화된 환경 전혀 반영하지 못해...현재 교육 현장이 겪는 문제 고려해야
학교의 사법화가 지금만큼 고도로 진행되지 않았던 십 년 전에 다녀왔던 체험학습이 지금 돌아보면 꿈 같은 과거의 일이 되었다. 고작 십 년 전의 일이 이런데, 대통령이나 교육부 장관같은 정책결정권자가 기억하는 학교는 40년에서 50년 전의 모습일 것이다.
과거의 경험을 근거로 현재의 교육 현장을 판단하는 접근은 변화된 사회적·법적 환경을 전혀 반영하지 못한다. 교육부 장관이 대통령의 인식 오류를 바로잡고, 현장의 현실과 구조적 문제를 설명하기보다 발언에 동조하는 모습을 보인 것은 너무나 큰 충격과 아쉬움을 남긴다.
교육부는 무엇보다 현장의 상황을 정확히 전달하고 정책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책임이 있다. 사십 년 전 빛바랜 추억을 물려주고 싶은 어른들의 단순한 욕심보다 지금 교육 현장에는 고려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가 훨씬 크고 많다는 점이 꼭 알려졌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