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백승진] 촉법소년 상한 연령 하향?...‘쉬운 답’ 대신 ‘어려운 해법’ 선택해야

  • 등록 2026.03.07 10:2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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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벌 연령 하향 아닌 보호·예방 체계 강화 먼저


 

더에듀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국무회의에서 현행 만 14세 미만인 촉법소년 상한 연령을 낮추는 방안을 공론화하고 두 달 내 결론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4월 말까지 정부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이다. 형사책임 연령이라는 중대한 사안을 단기간에 결정하겠다는 방침이 제시된 셈이다.

 

최근 일부 청소년이 저지른 잔혹한 범죄는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피해자와 그 가족의 고통은 형용할 수 없고, 이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분노와 불안 역시 결코 가볍게 다룰 수 없다.

 

그러나 ‘형사책임 연령을 낮출 것인가’의 문제는 성급히 결론 내릴 사안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사회가 아동·청소년을 어떤 존재로 바라보고,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을 묻고 보호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근본적인 정책 선택이기 때문이다.

 

형사정책은 국민적 정서보다는 데이터와 원칙에 기반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통계는 우리에게 더신중한 접근을 요구한다.

 

법원행정처 ‘2024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촉법소년 가운데 13세가 차지하는 비율은 오히려 감소 추세를 보였다(2014년 75.8% → 2023년 62.1%). 대검찰청 ‘2024 범죄분석’ 역시 소년 흉악범죄가 지속적이고 구조적으로 증가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분석한다.

 

사법정책연구원이 2025년 진행한 연구결과에서도 최근 소년범죄 증가의 주요 요인은 강력범죄 확대가 아니라 재산범죄 증가로 나타났다.

 

또한 아동복지의 관점에서 볼 때, 범죄를 저지른 ‘소년’ 역시 보호의 대상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의 생존권·보호권·발달권·참여권을 보장하며, 이를 실현할 국가의 책임을 명시하고 있다. 대한민국 역시 이 협약의 당사국이며 헌법 제6조에 따라 국제조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9년 한국 정부에 형사책임 최저연령을 14세로 유지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이러한 국제적 기준을 고려할 때 형사책임 연령 하향은 인권 보장의 후퇴로 평가될 가능성이 크다.

 

더욱이 연령 하향은 교화와 회복을 중심에 둔 소년법의 취지와도 충돌한다. 형사책임을 더 어린 나이에 묻는 것은 개인적·사회적 낙인을 조기에 고착화할 위험이 있으며, 재사회화의 기회를 오히려 축소할 수 있다.

 

청소년의 신체적 발달이 과거보다 빨라졌다는 주장도 있지만, 신체적 성숙이 곧 판단 능력이나 자기통제 능력의 성숙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국내외 연구 역시 청소년의 충동 조절과 위험 판단 능력이 여전히 발달 과정에 있으며, 조기 형사사법 편입이 재범 감소로 이어진다는 확정적 증거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국가는 처벌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할까? 그것은 다소 쉬운 답이다. 그에 앞서 중요한 것은 보호와 예방 체계를 실질적으로 강화하는 일이다.

 

소년범죄는 개인적 일탈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학대와 방임, 빈곤, 정신건강 문제, 학습 결손과 학교 부적응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사회적 산물이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보호와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이 누적될 때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촉법 연령을 낮추는 방식은 책임을 개인에게 집중시킬 뿐 이러한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지 못한다.

 

기본적이고 당연한 이야기일 수 있지만, 정책의 방향은 분명하다. 위기 아동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통합 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학교 내 전문 상담교사와 사회복지사, 정신건강 전문가를 확충해야 한다.

 

학대·방임 가정에 대한 적극적 개입과 부모 교육, 경제적·심리적 지원을 강화하고, 지역사회와 연계한 회복 프로그램과 멘토링, 직업체험, 대안교육 기회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보호시설 역시 처벌의 공간이 아니라 교육과 재사회화를 위한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직업훈련과 심리치료, 맞춤형 교육 인프라를 강화해야 한다.

 

대통령이 촉법소년 연령 조정 문제를 일방적으로 결정하지 않고 공론화를 요청한 것은 의미 있는 출발이다. 그러나 형사책임 연령 조정은 단순한 정책 조정이 아니다. 이는 소년사법의 철학과 국가 형벌권의 범위를 다시 설정하는 중대한 결정인 만큼, 일시적인 분노나 여론의 압력에 기대기보다 통계와 연구에 기반한 충분한 숙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형사 처벌 연령 하향은 여론에 반응하는 ‘쉬운 답’일 수 있다. 그러나 소년범죄의 구조적 원인을 해결하는 일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가정과 학교, 지역사회가 함께 참여하는 예방과 회복의 체계를 구축하는 ‘어려운 해법’이야말로 청소년 범죄율과 재범률을 실질적으로 낮추는 길이다. 모름지기 국가이기 때문에, 그 어려운 길을 선택해야 한다.

백승진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정책위원장/ 충북 청주 신흥고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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