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고영규] 이어드림이 특이 민원을 이어드리지 않길

  • 등록 2025.10.24 14:3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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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학생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신뢰할 때,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은 더욱 건강한 교육 공동체를 이룰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교육부가 내놓은 ‘이어드림(학부모 소통 서비스)’의 ‘귀 기울여 듣고(Ear) 희망을 드린다(Dream)’는 디지털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소통창구를 마련하겠다는 취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러나 ‘이어드림’의 현실을 들여다본 교육 현장에서는 깊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 시스템의 구조적 결함은 소통의 다리를 놓기는커녕, 교사를 특이민원의 위험에 무방비로 노출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담이라는 이름의 덫, 교사에게 전가되는 책임


‘이어드림’ 시스템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민원’과 ‘상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는 점에 있다.

 

학부모가 이용하는 화면 그 어디에도 ‘민원’이라는 공식적인 용어는 찾아볼 수 없으며, 모든 소통 요청은 ‘상시상담’, ‘온라인상담’ 등 ‘상담’ 명칭만 존재한다.

 

이는 단순한 용어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현행법상 ‘민원’은 학교라는 기관을 대상으로 제기되며, 민원처리법에 따라 기관장의 책임 아래 공식적인 절차를 밟아 처리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반면, ‘상담’은 교사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비공식적 소통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이에 ‘상담’이라는 이름으로, 기관이 져야 할 법적, 행정적 책임과 특이민원인을 향한 실질적 제재 권한이 형해화 될 수 있다.

 

이 체계가 개선되지 않는 한, 일부 극소수의 학부모가 제기하는 비상식적이고 무리한 요구와 항의마저 ‘상담’ 이라는 이름으로 교사 개인에게 직접 전달된다면 ‘학생을 위해 언제든 응하는 것이 선생님의 덕목’이라는 명목 아래, 교사는 어떠한 선제적 보호도 받지 못하고 홀로 비상식적인 압박을 감당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보호막의 붕괴, 교사를 과녁으로 만드는 시스템


최근 교육부는 교사를 특이민원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학교 민원대응팀을 통한 ‘창구 일원화’를 핵심적인 보호 장치로 강조해왔다.

 

학교 등 기관이 1차적으로 민원을 접수하고 분류, 그리고 특이민원을 필터링 하여 교사가 교육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완충지대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어드림’은 학부모가 특정 교사를 직접 검색하고 지정하여 상담을 신청할 수 있도록 한 ‘상담 희망 교(직)원 지정’ 기능을 제시하였다.

 

이것 하나만으로도 민원 창구 일원화와 민원대응팀이라는 보호막은 완벽하게 무력화 되며, 교사를 향한 직접적인 공격에 노출될 우려가 존재한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이어드림’에 탑재된 ‘특이민원 등록’ 기능 역시 효과가 의문시 된다.

 

이미 교사는 피해를 본 후이다. 스스로 그 피해 사실을 정량화 하여 직접 입증 및 작성하여 보고한 후, 관련기관과 피해 교사가 직접 접촉하여 대응해야 하는 2차 가해가 발생할 수 있다.

 

진정한 교사 보호는 문제가 터진 뒤 수습하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데에서 시작해야 한다.

 

‘과연 이 시스템이 효과적이라 할 수 있을까?’


교사 보호가 곧 학생 교육의 미래


교사와 학부모의 소통은 학생의 성장을 위한 약속이지만, 한쪽의 일방적인 편의를 위해 다른 한쪽의 희생을 강요하는 시스템은 결코 건강한 소통을 만들 수 없다.

 

이어드림 서비스를 다음과 같이 개선하길 촉구한다.

 

먼저, ‘교사 직접 지정’ 기능을 원천적으로 삭제하고, 모든 소통이 ‘민원대응팀’이라는 학교의 공식 창구를 거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기관의 책임 아래 1차적으로 내용이 검토되고, 교육적 논의가 필요한 사안만이 교사에게 전달되는 보호 장치가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시스템 악용을 막기 위해 교육활동 침해 행위에 대한 강력한 사전 경고와 부적절한 요구를 교사가 불이익 없이 거부할 수 있는 제도적 권한 역시 시스템 내에 명확히 구현되어야 한다.

 

“(이어드림에 대해) 악성 민원 우려를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찾거나, 더 시간을 늦춰 전면 재검토 하겠다”라고 말한 최교진 교육부 장관의 발언처럼, 교육 당국과 국회는 더욱 현장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교사들이 안심하고 교육에 전념하도록 실질적인 법적 보호막을 마련하길 촉구한다.

 

왜냐하면 교사가 안심하고 가르치고, 학생이 안심하고 배울수 있는 교실은 우리 모두가 지켜야 할 가치이기 때문이다.

고영규 충북교사노조 교권국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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