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제남의 진짜교육] 교육감 선거, 이대로 괜찮은가? ②후보 단일화 과정과 추진위원회

  • 등록 2025.12.04 12:08: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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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교육감 직선제는 주민직선제를 통해 교육자치를 실현하고자 하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최초로 실시된 2007년 부산 교육감 선거 투표율은 15.3%에 불과했으며, 작년에 치러진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투표율 또한 23.5%에 그쳐 여전히 교육감 선거는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 치러지는 ‘깜깜이 선거’라는 자조적인 평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현행법상 교육감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으로 인해 정당 공천 없이 출마해야 하지만, 실상은 민주진보진영 후보와 보수후보의 구도로 만들어지면서 내용적으로는 기존 정당과 비슷한 정치적 색채를 드러내며 진행된다.

 

정당추천이 아니라서 기호가 없는 교육감 후보들로서는 자신의 정체성을 알리기가 매우 어려운 실정이기 때문이다. 교육의 정치적 중립과 교육자치를 위한 직선제이지만, 현실에서는 여러 가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매우 많다. 이중 후보 경선 과정은 매우 어려운 대표적인 사례이다.

 

교육감 선거는 후보단일화를 위한 정해진 경선룰이 없어서, 여러 명의 후보가 출마를 결심할 경우 문제가 복잡해진다. 같은 진영에서 여러 명의 후보가 나올 경우 최종 승리 가능성이 낮아지기 때문에 단일후보를 만들고자 시도한다. 그러나 누가 어떤 방식으로 단일화를 추진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민주적이며, 정의롭고 공정한 방식인가가 문제가 된다.

 

후보들 모두 자신으로 단일화되기를 바라기에,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경선룰을 만들고 싶어 한다. 그리고 후보단일화 추진위원회(추진위)는 그들의 주도로 단일화를 성사시켜 교육감후보 단일화의 추진 주체로서 권위를 지키고자 한다.

 

경선 후보로 참여했던 202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의 경우는 물리적인 시간이 너무 짧아서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했다. 그러나 그 경험을 통해 깊이 숙고해야 할 원칙적 차원의 문제들을 제기한다.


추진위와 경선룰에 대한 원칙들


첫째, 추진위의 필요성과 이에 적합한 권위 문제이다.

 

추진위가 필요한 이유는 후보들끼리 합의하는 과정이 쉽지 않을뿐더러 이에 필요한 실무 진행을 합리적이고 공정한 기준으로 해줄 단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후보들이 추진위를 믿고 함께 하기 위해서는 추진위의 권위 또한 필요하다. 추진위의 권위는 민주진보진영의 정당성에 맞는 합리적이고 정의로운 경선룰 마련과 경선 과정이 있어야 가능할 것이다. 긴 고심 끝에 여러 부담을 감수할 결심으로 출마하는 후보들이 추진위의 경선 과정에 이견 없이 참여할 수 있을 때 추진위의 정당성과 권위도 함께 만들어질 수 있다.

 

둘째, 진영의 교육감 후보자 자격 문제이다.

 

본인이 민주진보진영 후보라 자처하며 추진위에 등록하는 방식으로는 진영 후보 적합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진보진영으로서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이에 적합하고 동의하는 경우에만 경선과정에 참여하게 하는 절차가 필요하다.

 

더불어 후보등록 시 기탁금 제도는 후보자의 무분별한 난립을 방지하고 당선자에게 되도록 다수표를 몰아주어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한편, 후보자의 성실성을 담보하려는 취지에서 생겨난 제도이다. 그러나 스스로 민주진보진영 후보를 자처하고 나선 모든 이가 후보단일화 테이블에 앉게 되는 것도 문제이다. 최소한 추진위가 공식적으로 진행하는 후보 단일화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예비후보라는 자격 정도는 갖추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셋째, 가장 핵심적인 사항으로 경선룰을 정하는 방식이다.

 

경선룰을 정하는 원칙이 무엇인가는 민주진보진영의 정체성을 세우는 중요한 문제이다. 민주진보진영이 보수진영과 달리 더욱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는 경선 진행 과정 전반에 걸친 도덕성과 민주성의 문제이다. 특히 교육의 수장을 선출하는 교육감선거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부분으로, 추진위가 해야 할 역할이자 추진위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202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개선이 필요한 지점들


위의 제시한 원칙을 기준으로 2024 서울교육감 보궐선거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몇 가지 문제들을 살펴본다.(참고로 2024년 최종 단일화 룰은 1차로 투표인단(추진위원)이 1인 2표제로 투표해 후보를 반으로 압축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2차 여론조사 결과를 실시하여 1차 투표인단 결과와 1:1의 비율로 합산하여 최종 결정했다.)

 

첫째, 추진위 구성과 소요되는 경비 문제이다.

 

추진위는 100여개의 교육사회단체가 10만원의 참가비를 내고 구성됐다. 이렇게 걷은 1000만 원으로는 소요 경비가 부족할 수밖에 없는데, 후보들은 선거법 때문에 소요 경비를 분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로 인해 필요한 경비는 투표권이 주어지는 추진위원들의 참가비로 충당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투표인단이 되는 추진위원들은 성인의 경우에 1만원의 참가비를 내야 참여가 가능했다. 직선제 시행 후 처음 투표인단을 모집할 때는 역선택 방지를 위한 용도로 2천원을 냈다는데, 이제는 경선 비용 자체를 투표인단이 부담하게 된 꼴이다.

 

필자는 이 문제에 대해 당시 1만원의 문턱이 너무 높은 점과 투표권이 1만원을 내야 부여된다는 점에 대해 ‘매표 행위와 본질적으로 무엇이 다른가?’라고 비판적으로 문제를 제기했다. 돈과 투표권을 맞바꾸는 형태는 민주주의 원리에 맞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지원하거나 정당의 경우처럼 등록하는 후보자들이 함께 경선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합리적이라 생각한다.

 

둘째, 추진위원(투표인단)의 자격 검증 문제이다.

 

투표인단이 되는 추진위원은 14세 이상의 서울시민이었다. 그러나 실제 서울시민인지 아닌지 검증할 방법이 없어 후보자와 개인의 양심에 맡길 수밖에 없었다. 서울시민인지 아닌지 검증되지 못한 상태에서 투표권이 부여되고 행해진 것이다.

 

이로 인해 후보들에겐 선거 캠프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최대한 많은 사람을 추진위원으로 가입시키는 것이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결국 5000여명의 투표인단이 1차 투표에 참여했는데, 이것이 최종 후보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 요인이 됐다.

 

셋째, 추진위원(투표인단)의 서울시민 대표성 문제이다.

 

추진위원을 모집하는 이유는 후보 경선 과정에 일반 서울시민들의 뜻을 반영하자는 취지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각 후보들이 조직하는 조직표가 대부분이었다.

 

정책선거를 표방했지만 실제로는 투표인단이 이미 후보를 결정하고 들어오기 때문에 토론회는 형식적이고 요식적인 행사에 그치고 말았다.

 

필자는 민주진보진영이기에 교육감으로서의 자질과 정책적인 비전 및 실행 역량이 있는지를 우선 검증할 필요가 있고, 이를 위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투표인단을 구성하는 것이 공정하다고 주장했지만 경비와 시간 부족 등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겹치면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후보들이 모아온 게다가 서울시민인지 검증하기조차 어려운 투표인단 5000명이 서울시민의 뜻을 제대로 대변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넷째, 여론조사 방식에 대한 문제이다.

 

여론조사는 ‘역선택 방지’를 한다는 취지에서 보수 정당을 제외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방식은 기존 정당 후보 경선 과정에서도 ‘국민에 대한 사기’라는 비판적인 목소리와 함께 경선 참여 거부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투표에 참여하는 모든 국민의 뜻을 제대로 담을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국민의 관심이 너무 낮아서 ‘깜깜이 선거’라고 하는데, 역선택 방지 조항은 일반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폭을 더욱 좁히는 결과를 낳을 것이다.

 

다섯째, 최종적인 경선룰 결정 방식이다.

 

1명을 제외한 후보들이 모두 합의한 안이 있었으나 전원 합의가 아니라는 이유로 추진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리고 추진위가 마련한 별도 안을 제시하며 이에 동의하지 않는 경우 이후 경선 과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최종 통보했다.

 

추진위가 만들어진 이유는 후보들의 단일화 과정을 합리적이고 공정하게 대행하는 역할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수결의 원칙은 만장일치가 안 될 경우 차선이기에 일반적으로 채택되고 있다.

 

 

그럼에도 만장일치가 안 된 것을 이유로 추진위 안에 따를 것을 강제하는 것에 대해 당시 과반 이상의 후보가 반발하며 기자회견을 통해 개선을 촉구했으나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인지도가 약한 후보들은 동의하지 않으면서도 배제당하지 않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참여하거나 사퇴하게 되었다.

 

많은 심적, 물리적 부담을 감수하며 선거에 참여하는 것은 후보들 자신들이다. 추진위가 매우 고압적으로 느껴지는 지점이었다.


교육감 선거, 개선 방향은?


내년에 전국 지방선거에서 교육감 선거도 같이 치러진다. 교육감 선거는 미래세대의 교육을 총괄하는 유초중등 교육의 수장을 뽑는 선거인만큼, 무엇이 진정한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방식인지에 대한 교육의 장이 된다.

 

작년과 달리 내년 선거는 차분하게 경선룰을 만들고 적용할 충분한 시간이 있다. 그래서 추진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상식적이고 합리적이고 민주적인 방식으로 받아들여지는 경선룰이 최종 만들어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정당, 특히 민주진보진영 정당은 이미 많은 논의를 통해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경선룰을 정해왔을 것이므로 충분히 참고할 필요가 있다.

 

한 예로 작년에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신인 가산점, 여성 가산점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민주진보진영은 물론 보수정당에서도 반영하는 제도이다. 2026년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의 경우 ‘일반 정치 신인은 20%, 여성·청년·중증장애인이면서 정치 신인인 경우 최대 25%까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도록 결정했다. 추진위는 후보들이 공식화되기 전에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이에 동의하는 후보들이 경선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작년에 많은 문제의식을 느꼈던 투표인단이 경선비용을 지불하는 문제는 반드시 해결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선관위는 교육의 정치적 중립으로 인해 일체의 경선 비용과 선거 비용을 지원받지 못하는 교육감 선거의 실태를 감안해, 지나친 통제 위주에서 벗어나 소요 경비 마련 등에 대한 현실적인 개선책을 마련해야 한다. 현실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홍제남 다같이배움연구소 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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