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내년 6월 3일 지방선거가 치러진다. 17개 시도교육감 선거도 같이 있는데 일반유권자에게 별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다. 그나마 자녀가 학생일 때는 잠시일 뿐이다. 지난해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도전하며 이 부분을 직접 경험으로 절실하게 느꼈다.
9월 초 예비후보 등록 후 거리에서 시민들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인사를 했는데,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로부터 “나하고는 상관없어. 애들 이미 다 컸어”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결국 최종투표율은 23.5%에 그쳤다. ‘교육이 바뀌어야 나라가 산다’라는 말에 공감하며 살아온 교육자로서 마음이 착잡했다.
시민들의 교육감선거 무관심에 대한 걱정과 함께 교육감선거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졌다. 교육감 후보자 자격부터 후보단일화 과정까지 민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했다. 모든 선거가 그래야겠지만 미래세대를 길러내는 교육감 선거는 더욱더 엄격하고 공정하며 민주적이어야 함에도 상식적 수준의 기대와 크게 달라 충격이 컸다.
교육감 역할과 후보자 자격의 일치성은?
교육감은 각 시도 유치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교육을 총지휘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자리이다.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에서 교육감 후보자의 자격은 유초중등교원 뿐 아니라 고등교육과 교육행정경력까지 합한 경력이 3년 이상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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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4조(교육감후보자의 자격) ①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해당 시ㆍ도지사의 피선거권이 있는 사람으로서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부터 과거 1년 동안 정당의 당원이 아닌 사람이어야 한다. <개정 2010. 2. 26., 2021. 3. 23.> ② 교육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은 후보자등록신청개시일을 기준으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이 3년 이상 있거나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력을 합한 경력이 3년 이상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신설 2014. 2. 13.> 1. 교육경력: 「유아교육법」 제2조 제2호에 따른 유치원, 「초ㆍ중등교육법」 제2조 및 「고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학교(이와 동등한 학력이 인정되는 교육기관 또는 평생교육시설로서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교육기관 또는 평생교육시설을 포함한다)에서 교원으로 근무한 경력 2. 교육행정경력: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의 교육기관에서 국가공무원 또는 지방공무원으로 교육ㆍ학예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경력과 「교육공무원법」 제2조 제1항 제2호 또는 제3호에 따른 교육공무원으로 근무한 경력 |
②항에 제시된 경력을 보면 유초중등교육 경력 이외에 고등교육경력과 교육행정경력 모두가 동일하게 인정된다.
평생을 유초중등교육에 전혀 종사하지 않거나 무관하게 살아온 사람이라도 ‘어느 날 갑자기’ 교육감이 될 수 있다. 유초중등교육 관련 경력이 필수 자격조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2024년 서울교육감보궐선거도 마찬가지였다. 평생을 대학에서 연구자로 대학교원으로 살아온 삶의 이력이 유초중등교육을 총괄하는 선장 역할에 적임자일지 의문이다.
대학교원 경력이라도 최소한의 기준은 필요하다. 이전에 유초중등교육자 경험이 있거나 또는 유초중등교육과 관련한 교육 및 연구활동에 종사한 사범대학, 교육대학교, 교육학자라면 폭넓게 교육감 후보 자격을 부여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유초중등교육과는 관련성이 전혀 없는 내용학 교수로 평생을 지내온 경력만으로 교육감후보 자격을 획득하는 것은 전혀 합리적이지 않다. 유초중등교육의 전문성과 고등교육인 대학교육의 전문성은 크게 다르기 때문이다.
‘교육감 자리가 정치인이나 대학교수의 퇴직 후 일자리 또는 다른 자리로 가기 위한 징검다리인가’라는 한숨 섞인 개탄의 목소리가 교육현장에서 들려온다. 이런 논리라면 교사들에게 대학 총장 지원자격이 주어져야 공정하지 않겠는가?
초중등교육과 전혀 무관한 사람에게 교육감 후보자 자격을 부여하는 것의 진짜 목적이 무엇이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자격 조항인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따로 노는, 교육청 구호와 학교현장 실제...
96주년 학생의 날을 맞아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실시한 ‘중고등학생 고민과 사회 인식 조사’에 의하면, 학생들은 고민이 있으면 “학교상담실이나 교사보다 AI와 상담한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학교상담실(5.1%) 보다 생성형 AI(15.5%)에게 더 많이 상담하고 있었으며, 교사에게 고민을 상담하는 비율은 14.9%에 불과했다.
학생들이 교사와 상담하는 비율이 낮은 큰 이유는 교사들이 정신없이 바쁘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교사를 만나러 가도 ‘컴퓨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선생님을 보면 미안해서 그냥 돌아온다’(홍제남, 2019)1)고 했다.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쏟아져 내려오는 각종 업무에 ‘숨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쁘게 종종거리며 하루하루를 지내고 있다. 이런 교사들이 학생들과 차분하게 상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학생들도 교사도 ‘여백’이 없는 학교생활에 지쳐가며 죽음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올해 1학기에 교사업무경감을 위한 조직개편을 진행했고, 필자는 자문단 대표로 함께 했다.
논의 초기 단계부터 가장 강조했던 바는 교사들이 느낄 수 있는 실질적인 업무경감이 되려면 교육청의 정책 정비가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실효적인 정책 정비 없이 지원청에 인원 몇 명을 겨우 보내는 정도로 끝나고 말았으니 학교에서 그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조직개편에서 가장 중요한 요인은 교육청 수장인 교육감의 인식과 의지이다.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상황이라면 애초에 기대하기 어려운 역량이다. 교사업무경감 공약은 빈(空) 약속이 되었고 학교는 여전히 숨 가쁘게 돌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2024년 교육감이 바뀐 후 서울교육방향을 ‘미래를 여는 협력교육’으로 바꾸었다. 협력에 이견이 있을 리 없다. 그러나 성과는 구호가 아닌 정책으로 구현되어야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학교현장을 보면 ‘학교폭력가산점’으로 교원 간에 갈등이 생기며 협력이 깨지고 있다. 교사로 근무할 때부터 익히 경험한 문제이다.
학교교육혁신을 위해서는 협력에 기초한 교원학습공동체가 매우 중요한데 협력 구호와 달리 정책은 거꾸로이다. 승진가산점이라 특정 시도교육청에서만 미실시하기 어렵다는 점을 이해한다 해도, 차선책으로 교육청은 협력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합리적인 기준을 마련하여 제시하고 세심하게 현장을 챙길 필요가 있다.
‘학교 폭력 예방 및 대응 유공 교사’라는 애초의 취지와 달리 승진을 앞둔 특정인을 먼저 고려하는 학교현장의 실태를 교육청은 알고 있는지, 이에 대해 교육청 수장인 교육감은 인식하고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
이런 실태를 몰라도 문제이고, 알고도 조치하지 않는다면 이 또한 교사들 간에 협력을 해치는 문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한 것이다. 구호보다 중요한 것은 현장에 벌어지는 상황에 대한 섬세한 파악과 이를 해결한 정책이다. 학교폭력가산점 실태 등은 극히 일부 사례일 뿐이다.
학교현장이 언제까지 유초중등 교육현장을 잘 모르는 교육감이 학습하는 시간을 기다리고 모셔가며, 보내야 하는지 답답한 심정이다. 이제는 바로 일할 수 있는 역량 있는 현장교육전문가가 교육감 역할을 맡아 제대로 우물을 팔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한다.
전문직도 '실 교육경력 5년 이상'인데...
서울중등전문직 자격조건은 ‘중등학교에서의 실 교육경력 5년 이상인 자’이다. 교육행정을 담당하는 신임장학사의 자격조건이 이러한데 시도교육을 총괄하는 교육감의 자격은 이보다 더 엄격해야 하는 것이 맞다.
유초중등학교에는 복잡한 여러 문제가 난맥상처럼 얽혀있다. 학교현장의 구체적인 문제를 속속들이 제대로 알지 못하고는 올바른 해결 방안을 도출할 수 없다. 의사가 환자의 몸 상태를 속속들이 제대로 진단하지 못하면 제대로 된 치료책과 처방전을 내릴 수 없다. 그래서 전문의가 필요하듯이 교육문제 또한 마찬가지다.
시도교육감은 시도‘교육호’라는 배의 운항을 총지휘하는 선장이다. 눈에 보이는 바다 표면만 보아서는 운항을 바르게 할 수 없는 것은 자명하다. 바다 속성은 물론 바다 속 상태와 흐름까지 세심하게 잘 알고 있는 선장이라야 제대로 운항할 수 있고 좋은 성과도 가능하다.
매일매일 유초중등학교 현장에서 직접 교육을 실행하며 유초중등교육의 문제점과 해결방안까지 가장 잘 인식하고 있는 사람은 바로 교육현장전문가인 교사들이다. 교육현장전문가가 교육감 후보의 가장 기본적인 필요조건이라 생각하는 이유이다.
전문직의 경우처럼 유초중등교육 관련 경력이 필수조건이 되고, 최소 실 경력 5년 이상 갖춘 자에게 유초중등교육의 수장이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여됨이 마땅하다.
목마른 사람만이 우물을 제대로 끝까지 파는 법이다. 학교 현장의 문제를 평소 생활과 실천 속에서 가장 잘 알고 있고 변화의 절박함을 경험과 성찰 속에서 절감하고 있는 자가 교육감 후보자가 되어야 하는 이유이다.
다음 칼럼에서는 ‘② 교육감후보자 단일후보 경선과정’을 다루고자 한다.
1)지역사회협력 청소년자치배움터의 학습과 실천에 대한 의미분석: 학습권실현조건탐색을 중심으로(홍제남, 2019) 박사학위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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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제남 = 강원도의 농부 집안에서 7녀 1남 중 3녀로 태어났다. 춘천여고를 졸업하고 서울대 지구과학교육과에 진학했으나 광주학살을 접하고 교육에 배신감을 느꼈고 학생운동에 뛰어 들었다. 이후 서울 구로공단에서 노동운동을 했으며 2000년 마침내 과학교사로 임용된다.
2011년 서울 오류중학교에서 혁신부장을 맡아 혁신학교 시스템과 문화를 구축했으며, 2019년에는 오류중학교 공모교장이 된다. 2024년 2월 서울남부교육지원청 교육지원국장으로 명퇴하며 그는 “정치적 천민에서 탈출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후 같은 해 8월 서울교육감 보궐선거에 예비후보로 등록, 민주진보진영 단일 후보 최종 경선까지 치렀으나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현재 '다같이배움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교육혁신을 주제로 한국교원대 대학원에서 석사를, 교육정책전문대학원에서 박사를 받았으며, 저서로는 과학 톡톡 카페(공저, 2009), 더 나은 세상을 위한 학교혁명(공저, 2018), 교장이 바뀌면 학교가 바뀐다(2024) 등이 있다.
홍제남 소장은 <더에듀> 연재를 결심하며 “교육자로서 24년의 시간을 보내며 학생, 동료교사와 많은 일들을 함께 했다"며 ”이 중 ‘교육다운 교육’, ‘진짜 교육’을 만드는 일을 학교 차원에서 집단지성으로 실천한 혁신학교 실천은 매우 특별한 일이었다. 학생, 교사, 보호자, 지역사회가 온전한 교육 주체로서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실천했다"고 평했다.
또 “과학교사, 교장, 장학관, 연구자로 현장에 뿌리내리고 실천하며 다양한 경험을 했다”며 “이 과정에서 교육자로서 용납할 수 없는 일은 교육이 교육의 논리가 아닌 신자유주의적 정치적 이해집단의 논리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는 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백년지대계인 교육은 학생들이 학교에 머무는 짧은 몇 년의 모습으로 판단하기 어려운 장기적 과제”라며 “교육의 지향과 목적,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사회가 교육을 위해 해야 할 일, 그 결과로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성취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과 고민을 나누며 같이 길을 찾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