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미래 인재의 조건으로 창의력, 문제해결력, 협업능력, 자기주도성 등이 강조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흐름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에 더해 지속가능발전은 전세계 국가의 과업이 되고 있다. 즉 기술과 가치가 공존하는 생태계를 만드는 데 인류의 지속가능성이 담겨 있다. 이를 담기 위해 초중등 교육계에서는 창업교육이 핵심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 <더에듀>는 대한민국 교육 현장에서 창업교육을 통해 미래 인재를 기르고 있는 교사들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의대 진학에 몰두하는 대한민국의 왜곡된 진로교육계에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
공감으로 시작된 디자인 혁신: 페트리샤 무어의 이야기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를 겪는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이 공감의 힘을 실천으로 보여준 인물이 바로 미국의 산업디자이너 ‘페트리샤 무어(Patricia Moore)’이다. 1979년, 스물여섯 살의 젊은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노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편함을 직접 이해하기 위해 파격적인 실험을 시작했다.
그녀는 얼굴에 주름을 그리고, 두꺼운 안경을 쓰고, 귀를 막아 청력을 제한하고, 불편한 신발을 신은 채 ‘노인으로 변장’해 80여개 도시를 걸었다.
그 경험을 통해 무어는 노인들이 물건을 집어 들거나 냉장고 문을 여는 단순한 행동조차 얼마나 힘들어 하든지를 몸소 느꼈다.
그때부터 그녀는 ‘모두를 위한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필요성을 주장했고, 이후 등장한 손잡이형 냉장고 손잡이와 큰 글씨로 된 약병 디자인 등은 바로 이 공감에서 비롯된 혁신의 결과였다.
창업교육의 출발점, ‘공감하기’와 페르소나 설정
창업교육은 아이들에게 ‘무엇을 만들까’보다 ‘누구를 위해 만들까’를 먼저 묻는다. 디자인씽킹의 첫 단계인 공감하기(Empathize)는 바로 그 질문에서 출발한다. 문제와 관련된 사람들을 찾아보는 것이다.
공감 단계에서 ‘누구’는 문제 상황과 관련된 사용자를 의미하며 이 사람을 페르소나(Persona)로 설정한다.
공감을 잘하기 위해서는 세 가지 방법을 활용할 수 있다. 문제와 관련된 사용자인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관찰하기, 페르소나와 인터뷰하기, 직접 페르소나가 되어 같은 상황에서 행동을 따라하기’이다.
이는 불편함을 겪는 사람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보는 과정이다.
교실에서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인터뷰를 준비하는 학생들의 활동 모습을 살펴보자.
“여러분이 발견한 문제는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발생하는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봅시다.”
학생들이 발견한 문제를 구체화할수록 문제가 명료하게 보인다.
‘여러분이 발견한 문제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나 문제와 관련된 사람을 떠올려 봅시다’라는 문제와 관련된 페르소나는 여러 명이 있을 수 있다. 또한 누구를 페르소나로 정하느냐에 따라 문제의 해결 방법이 달라지기도 한다.
“모둠원들과 상의해 문제와 관련된 사람 중 한 명을 페르소나로 정하고 그 사람의 특징을 자세하게 설정해 봅시다.”
페르소나를 나타낼 때 마인드맵을 활용하거나 캐릭터를 그려보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특징을 최대한 자세하게 찾아 나타낼 수 있도록 지도한다.
다만, 그림을 그릴 때 심미성에 치중해 시간을 낭비하지 않도록 지도가 필요하다. 페르소나를 구체적으로 정의할 때 문제가 명확해지고, 구체화되고 문제의 해결책이 다양해진다.
“페르소나와 인터뷰를 하기 위해 각자 질문을 먼저 만들어봅시다. 그 후 모둠원들과 이를 공유하여 질문 목록을 만들어 봅시다.”
페르소나와 인터뷰를 위해 질문 목록을 작성할 때는 단답형 또는 네, 아니오로 대답할 수 있는 질문은 피하는 것이 좋다.
페르소나의 상황을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열린 질문을 만들 수 있도록 하고, 페르소나가 자신의 상황, 생각, 감정 등을 자세하게 말할 수 있도록 추가 질문을 이어갈 수 있도록 지도한다.
공감이 키우는 창의적 사고와 협업의 힘
공감하기 활동은 단순히 ‘문제를 이해하는 연습’이 아니다. 학생들은 사용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타인의 감정에 주의를 기울이고 세상을 다르게 보는 관점 전환의 힘을 기른다.
이 과정에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고, 관찰과 인터뷰를 통해 근본 원인을 탐색하며, 창의적 문제 해결력과 비판적 사고력이 함께 자란다. 또한 타인의 경험을 듣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과정에서 의사소통 능력과 협업 태도가 자연스럽게 형성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문제를 단순히 ‘수익의 관점’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을 이해하는 창업가 정신’으로 바라보게 된다는 점이다.
공감하기는 결국 아이들이 세상과 관계 맺는 방식을 바꾸는, 창업 교육의 가장 근본적인 배움의 단계다.
공감은 세상을 바꾸는 가장 조용한 혁신이다. ‘페트리샤 무어’가 노인의 불편함을 자신의 일처럼 느꼈던 것처럼 학생들도 타인의 입장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순간 성장한다. 공감으로 시작된 작은 이해가, 세상을 바꾸는 아이디어의 씨앗이 된다.
| 고미정= 20년차 현직 교사로 대치초등학교 5학년 담임을 맡고 있다. 학교 교육력제고 연구팀에 참여하여 초등학생 진로교육과 창업교육을 접목한 연구와 수업을 실천하고 있다. ‘창창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가 정신을 바탕으로 체험과 다양한 프로젝트 중심의 수업을 구안하여 적용하고 있다. 교실 속 학습과 경험이 의미있는 삶의 경험이 되도록 고민하고 학생들이 자신을 이해하고 미래를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힘을 기르도록 학급 운영을 하고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