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진영아] AX 시대, 한 아이도 놓치지 않는 ‘시스템의 힘’

  • 등록 2026.01.23 14: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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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 운영 사례 중심으로

더에듀 | 인공지능 전환(AX, AI Transformation)이 화두인 시대, 교육의 핵심 원리는 ‘개별 맞춤교육’으로 수렴되고 있다.

 

단지 기술의 발전 때문만은 아니다. 데이터 기반으로 학생의 학습 수준과 특성을 정교하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 그리고 학령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변화에 기인한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 수는 줄지 않고 오히려 급증하고 있으며, 그 양상 또한 복합적이다.

 

그간 교육부는 기초학력, 심리 정서, 경제적 지원 등 영역별 지원 사업을 지속해서 추진해 왔다. 그럼에도 학교 현장에서는 ‘정서적 교실 붕괴’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교사들은 매일의 수업 속에서 지쳐가고 있다. 이제 교사 혼자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었다. 교실을 넘어 학교 전체, 더 나아가 지역사회가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구조, ‘시스템의 힘’이 필요한 이유다.

 

이러한 문제의식 속에서 교육부가 발표한 정책이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 구축’이다.

 

교사 혼자가 아닌 학교 내 통합지원팀, 학교를 넘어 지역 전문 기관과 연계해 학생을 지원하겠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다만, 제도의 취지가 아무리 좋아도 교사의 업무 부담을 가중하거나 학교 현실과 괴리가 크다면 지속 가능성은 담보되기 어렵다.

 

필자는 2024년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를 운영하며, 이 제도가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 직접 경험했다.

 


문화가 먼저, 시스템은 그 위에서 꽃핀다


사실 이 제도의 토대는 이미 학교 안에 있었다.

 

필자가 교감·교장으로 근무하던 시기에 가장 고민했던 질문 중 하나는 ‘누구나 생활지도부장을 맡을 수 있는 학교를 만들 수는 없을까?’였다.

 

생활지도부장은 대부분 기피 보직이다. 특정 교사의 헌신에 의존하는 구조로는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학생 자치를 중심으로 한, ‘생활협약 - 더(불어) 약속’을 제정하고 자율과 책임을 학교생활 속에서 체득하는 문화를 만들어 나갔다. 또한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는 학교 철학과 ‘존중’의 핵심 가치를 교육과정과 일상에서 녹여내었다.

 

그 결과, 학교폭력 사안은 전년 대비 9건에서 3건으로 감소했다. 중요한 것은, 수치의 감소보다 ‘함께하는 문화’였다. 교사와 학생, 교직원 간 신뢰가 두터워졌고, 학생문제가 더 이상 담임교사 개인의 몫이 아니라는 공감대가 학교 전체에 형성되었다.

 

위기 학생이 발생하면, 학년부, 생활지도부장, 상담교사, 보건교사 그리고 관리자인 교감과 교장까지 사안의 성격에 따라 역할을 나누어 상담과 지원에 참여했다. 학교폭력의 절차는 생활지도부에서 진행하되, 정서적·교육적 지원은 협력 체계 안에서 분담했다. 담임교사의 만족도는 높아졌고, 생활지도부장 보직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러한 협력 시스템을 운영하던 중, 학생맞춤통합지원 선도학교 공문이 내려왔다. 담당 교사는 “이미 우리 학교는 체계가 있으니, 예산을 받으면 학생들에게 더 촘촘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신청을 제안했다.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과 자발성에, 교장으로서 더없이 보람된 순간이었다.

 


‘위그린(W.Green)’ 통합지원팀 운영


선도학교 운영의 출발은 전 교직원 연수였다. 정책의 취지와 철학을 공유하고, 우리 학교 학생들의 생활 상황을 논의하며 공감대를 형성하는 시간이었다.

 

특히 ‘위그린(W.Green)’ 통합지원팀은 단순한 학생 지원을 넘어, 상담실(위클래스)과 복지실(그린나래)의 이름을 결합해 ‘교원학습공동체 연구회’로 기획했다.

 

이것은 위기 학생 지원의 허브이자, 교사가 함께 배우는 연구 조직이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교사들은 학생을 더 깊이 이해하고 최적의 솔루선을 찾기 위해 서로 배우고 나누는 노력을 이어갔다.

 

이러한 실천과 성찰의 과정은 2월 신학년 연수에서 공유되었고, 차 년도 운영 계획을 구체화하는 밑거름이 되었다.

 

▪다학제적 스크리닝

3월 초 각종 검사와 학생·학부모 상담 주간을 통해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조기에 발굴했다. 경제적 지원, 기초학력, 마음 건강, 학교폭력 등 6개 영역의 분류표를 만들어 담임교사가 1차 명단을 작성하고, 학년부와 담당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최종 선별했다.

 

▪입체적 심의와 매칭

학생별 상황을 표로 정리하자 문제의 복합성과 지원의 우선순위가 한눈에 보였다. 위그린 연구회(지원팀)는 월 1회 정기 협의를 통해 학생별 지원 상황을 점검하고, 학교 내외 자원을 적재적소에 연계하여 통합적인 지원이 가능했다.

 

▪맞춤형 패키지 지원

연결될 때 실효성이 있다. 상담·치료, 기초학력 지도, 멘토링, 희망 교실, 스포츠클럽 등 학생에게 필요한 자원을 패키지로 지원했다. 교사 혼자라면 불가능했을 일이 시스템 안에서 효율과 효용성이 높아졌다.


성과와 과제 : 예방과 협력 그리고 업무 부담


이 시스템의 가장 큰 강점은 ‘사전 파악과 예방’ 그리고 협력’이다.

 

전 교직원 회의에서 학생의 상황을 공유하고 함께 지도하자, 학교폭력과 부적응이 눈에 띄게 줄었다. 모든 교사가 학생 한 명 한 명에 대한 존중과 관심이 커졌고, 학생문제를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는 문화가 자리 잡았다.

 

다만, 과제도 분명하다. 가장 큰 문제는 업무 부담이다. 복지학교가 아닌 일반 학교에서는 교사가 상당 부분을 감당해야 한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학습튜터 제도 활용, 담당 교사의 수업시수 경감, 파트타임 인력 고용 등 교육청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연수를 거친 퇴직교원 등 전문 인력풀 활용 역시 보조적 대안이 될 수 있다. 교육지원청과 자치구가 지원해야 할 부분이다.

 

중장기적으로 교무행정지원사와 유사한, ‘생활교육실무사’ 도입도 적극 검토해야 한다.

 

복합적 위기 학생인 경우, 지역 전문기관의 실질적 지원이 가능하도록 지원청이 컨트롤타워로서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외부 전문기관과 전문가가 더욱 확충 지원되어야 한다.


사람 향기 나는 AI 시대를 향하여


인공지능과 함께 살아가는 디지털 시대일수록, 역설적으로 ‘사람 중심의 생활교육과 협력적 학교문화’는 더욱 중요해진다. 복합적 위기에 놓인 아이들을 외면하지 않는 것, 그것이 교육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학생맞춤통합지원 체계는 그 본질을 지키기 위한 하나의 현실적인 대안이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교사 개인의 사명감이 아니라 학교가 감당할 수 있는 견고한 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하는 일이다. 지속적인 지원과 정교한 보완이 그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진영아 전 서울 송파 오주중학교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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