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즐겨 읽는 책 중에는 최재천 교수의 저서들이 책장의 공간을 상당히 차지한다. 그가 저술한 다양한 책 속에서 반복되는 교육적 메시지는 늘 우리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성찰’의 기능을 수행한다.
고교 시절 의대 진학에 실패에서 우연히 동물학을 공부하게 된 배경의 이야기는 평범한 사람들의 실패 경험인 것 같지만 그가 택한 ‘전화위복’의 자세는 학자로서 반듯한 입지를 구축한 일종의 복음서와 같다.
이 글에서는 생물학자로서 그의 사상과 특히 저서 ‘희망수업’을 통해서 우리 교육에 시사하는 바를 중점적으로 다루어 보고자 한다.
대한민국 교육은 거대한 ‘승자독식의 실험장’으로 변질됐다. 1점 차이로 당락이 결정되고, 옆자리 친구에게 노트조차 빌려주기를 꺼리며 넘어야 할 벽이자 적으로 인식하는 아이들에게 학교는 배움의 전당이 아닌 생존의 전쟁터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살벌한 풍경 속에서 생태학자 최재천 교수가 건네는 ‘희망수업’은 단순한 개인의 회고록을 넘어, 우리 교육이 잃어버린 '생명의 본질'을 되찾아 주는 교과서로서의 역할을 발견할 수 있다.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는 평생 자연을 관찰하며 얻은 통찰을 통해, 인간이 만물의 영장이 된 비결이 ‘연대’와 ‘협력’에 있음을 역설한다.
그는 책에서 “인간은 혼자서는 결코 살아남을 수 없는 존재’임을 강조하며, 교육의 목적을 개인의 성공에서 인류의 공생으로 확장한다. 자연계에서 가장 성공한 종들은 예외 없이 협력하는 종들이라며 인간 역시 ‘호모 심비우스(Homo Symbios)’, 즉 공생하는 인간으로 진화했을 때 비로소 진정한 희망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p.42)
이런 사실은 각자도생의 길로 내몰린 우리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르침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교육학적으로 이 책이 가치 있는 이유는, 파편화된 지식 전달이 아니라 지성의 전당인 하버드 대학 출신의 생물학자답게 ‘생태적 감수성’이라는 거대한 그릇 안에 모든 학문을 ‘통섭(최 교수가 처음으로 소개한 단어)’하려 시도하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한국 교육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질문 없는 교실’을 꼽는다. 그는 자신의 유학 시절, 엉뚱한 질문을 던졌을 때 “Good Question!”이라며 눈을 반짝이던 스승들의 태도가 자신을 학자로 만들었음을 고백한다.
그가 전하는 몇 가지 우리 교육에의 강력한 성찰적 요소를 살펴보자.
①실패를 허용하는 힘: 과학은 정답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 끊임없이 틀리면서 진리에 다가가는 과정입니다. 교육도 마찬가지여야 합니다.(p.88)
②통섭(Consilience)의 실제: 그는 문과와 이과의 벽을 허물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기후 위기나 팬데믹은 생물학적 지식만으로 해결할 수 없으며,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인문학)가 동반될 때만 해답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p.156)
이처럼 ‘희망수업’은 교육이 단순한 지식의 축적이 아니라, “모르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질문을 던지는 용기”(p.112)를 길러주는 과정이어야 함을 구체적인 사례로 제시한다.
최 교수 목소리를 빌려 우리 교육의 미래를 제안한다면, 그것은 ‘경쟁’에서 ‘경연’으로의 대전환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짓밟고 일어서는 ‘경쟁(Competition)’이 아니라, 각자의 기량을 뽐내고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경연(Contest)’의 장이 학교가 되어야 합니다.”(p.210)
이러한 주장을 바탕으로 우리 교육은 다음과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첫째, 다양성의 존중이다. 숲이 건강하려면 수만 종의 생물이 공존해야 하듯, 교육 현장도 1등부터 100등까지 한 줄로 세우는 방식에서 벗어나 100명이 각자의 방향으로 1등이 되는 ‘다양성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둘째, 생태적 전환이다. 기후 위기 시대를 살아갈 아이들에게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나의 확장’임을 가르쳐야 한다. “알면 사랑하게 된다”(p.245)는 최 교수의 좌우명은 환경 교육이 교과서를 넘어 삶의 태도로 정착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숙성하는 배움이다. 그는 공부를 ‘평생 하는 것’이라 정의한다. 입시라는 단기 레이스가 아니라, 세상을 탐구하는 즐거움을 일깨워 주는 평생 교육의 관점이 도입되어야 한다.
‘희망수업’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우리가 스스로에게 질문이 필요함을 가슴속에 품게 된다.
우리는 과연 아이들에게 이기기 위한 무기를 쥐여주고 있는가? 아니면 함께 살아가기 위한 손을 내미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가?
최재천 교수가 제시하는 희망은 막연한 낙관이 아니다. 그것은 “다른 생명체와 손잡지 않고는 인간도 생존할 수 없다”(p.302)는 냉철한 생물학적 진리에 기반한 절박한 희망이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은 최 교수가 주장하는 이러한 ‘공생의 문법’을 펼칠 때, 비로소 교실은 숨을 쉬고 아이들은 꿈을 꿀 것이다.
교육학의 영원한 슬로건,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갈 수 있다’는 진리는 오늘날 우리 아이들이 ‘행복한 공생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모든 기성세대가 교육의 문을 활짝 열어주어야 할 때라고 믿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