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대한민국의 교육에 묻는다

  • 등록 2026.02.02 14:41:25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 “정답을 맞히는 게 중요한 게 아니야. 왜 그렇게 되는지를 생각해 봐.”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 속의 대사인 이 말은 단순한 조언이 아니다. 오늘날 대한민국 교육이 잃어버린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선언이다.

 

학생의 30%가 수학을 포기하고, 고등학교 2학년에 이르면 그 비율이 40%에 이르는 현실은 더 이상 개인의 학습 부진이나 노력 부족으로 설명될 수 없다. 이는 명백히 한국 교육 시스템의 위기이며, 그 중심에는 ‘수학을 가르치는 방식’에 대한 근본적인 오류가 자리하고 있다.

 

이 영화는 수학계의 난제인 ‘리만 가설’을 Q.E.D. 즉 ‘증명되었다’, 또는 ‘증명 끝’으로 마무리한 탈북 천재 수학자 이학성과 입시 경쟁의 최전선에 놓인 학생들의 만남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 온 수학 교육의 전제를 해체하고 있다.

 

우리 교실에서 수학은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선별의 도구로 기능한다. 특히 수능 수학처럼 정해진 시간 내에 빠르게 풀수록 우수하고, 틀리면 등급이 곤두박질해 낙오자가 된다. 수학 교실에서 질문은 진도를 방해하는 행위로 취급되고, 사고의 흔적은 답안지에서 삭제된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학생 한지우가 내뱉는 대사인 “수학은 나 같은 애가 하는 게 아니잖아요”는 익숙한 패배 선언이 아니라 학습자에게 강요된 자기규정이 된 것이 우리 수학 교육의 적나라한 현실이다.

 

영화 속 주인공 이학성은 그 규정을 단호히 거부한다. 그는 답을 알려주지 않고, 공식 암기를 허락하지 않는다. 대신 묻는다.

 

“이 문제가 왜 이렇게 생겼을까?”

 

그리고 말한다.

 

“수학은 외우는 게 아니라, 생각하는 거야.”

 

이 장면은 수학을 재능의 언어에서 사유의 언어로 되돌려 놓는다. 오늘날 우리 학교에서 수포자가 양산되는 이유는 학생이 생각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생각할 시간을 박탈당했기 때문이다.

 

 

이 영화가 제시하는 교육적 시사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평가의 방향에 대한 교육적 전환이 시급하다.

 

지금의 평가는 오직 정답만을 측정한다. 그러나 정답 중심 평가는 사고를 숨기게 만들고, 틀림을 두려움으로 각인시킨다.

 

이학성의 말처럼 “틀렸다는 건 생각했다는 증거”다. 풀이 과정과 사고의 흐름이 존중되는 평가 체계가 자리잡을 때, 학생은 비로소 질문할 권리를 회복한다. 이는 단순한 평가 방식의 변경이 아니라, 학습자의 존엄을 인정하는 교육 철학의 전환이다.

 

둘째, 속도 중심 교육에서 관계 중심 교육으로의 이동이다.

 

수학자는 학생 앞에 서서 설명하는 대신 옆에 앉아 같은 문제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진도를 따라가지 못하면 탈락하는 구조 속에서 학생은 자신을 포기하지만, 누군가 옆에 남아 있을 때 배움은 다시 가능해진다.

 

이 영화는 교사는 지식 전달자가 아니라 사고의 동반자여야 하며, 이를 위해 학급당 학생 수, 수업 구조, 교사의 역할에 대한 사회적 재설계가 필요함을 드러내고 있다.

 

셋째, 수학을 일상의 삶과 연결하는 것이다.

“수학은 세상을 이해하는 언어야.”

 

이 대사는 수학 교육의 목적을 근본에서 다시 묻는다. 수학이 시험이 끝나면 사라지는 공식의 집합으로 남을 때, 학생은 포기한다. 그러나 사회의 구조, 기술의 원리, 경제와 선택의 문제 속에 수학이 살아 있음을 보여줄 때, 학생은 처음으로 ‘왜 배워야 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이해 없는 반복은 좌절을 낳지만, 의미를 발견한 학습은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는 기적을 약속하지 않는다. 다만 한 교실에서 시작된 작은 변화가 한 학생의 삶을 어떻게 되돌려 놓을 것인지를 보여준다. 교육의 위기는 통계로 드러나지만, 해법은 언제나 교실 안의 질문에서 시작됨을 보여주고 있다.

 

한지우는 수학 교사에게 문제 풀이 방식에 이의를 제기한다. 문제의 가설이 잘못되었다는 것이다. 교사는 ‘출제자의 의도를 생각하라. 그것이 점수를 획득하는 비결이다’라며 입시 대책만을 강조하고, 생각의 여지를 차단한다. 이것이 우리 수학 교육의 현실임을 부정할 수 없다.

 

영화 속에서 수학자 이학성은 우리 교육 특히 수학 교육에 참고할 주옥같은 명대사를 쏟아냈다.

 

① “수학은 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는 방법을 배우는 학문이다.” 성적보다 사고 과정이 중요하다는 메시지다.

 

② “틀리는 걸 두려워하면, 결국 아무것도 풀 수 없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조언이다.

 

③ “문제를 푸는 사람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 더 멀리 간다.” 사고의 출발점은 질문이라는 철학이다.

 

“정답은 하나일지 몰라도, 그 길은 여러 개다.”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고방식이다.

 

⑤ “수학을 포기하는 순간, 스스로 생각하는 힘도 포기하게 된다.” 수학의 본질을 삶의 태도와 연결하고 있다.

 

“머리가 나쁜 게 아니라,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을 뿐이다.” 자신감을 회복시켜 주는 말이다.

 

“답을 아는 것보다, 왜 그런지 아는 게 훨씬 중요하다.” 근본 원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⑧ “남이 정해 준 길만 따라가면, 자기만의 해답은 나오지 않는다.” 주체적인 삶에 대한 은유이다.

 

결론적으로, 수학에서 “너는 왜 그렇게 생각했니?”라는 질문이 사라지지 않는 교실, 정답보다 사고 즉, 풀이 과정이 먼저인 교실. 그곳에서 수포자는 줄어들 것이며, 수학은 다시 인간을 이해하는 언어로 돌아올 것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다시금 우리 교육에 던지는 가장 조용하지만 가장 강력한 요청이라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1명
100%
싫어요
0명
0%

총 1명 참여




38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