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들, 그들에 대한 교육적 대책은?

  • 등록 2025.10.17 15: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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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얼마 전, 필자는 서울 둘레길 걷기로 강남구에 위치한 구룡산을 오른 적이 있다.

 

입구에서부터 어느 한 부자(父子)로 보이는 진지한 두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안경을 쓴 아들은 아버지의 무언가 설명에 귀를 기울이고 이따금 대화에 짧은 대화로 응대하며 얼마간의 거리를 필자와 비슷한 위치에서 걷게 되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그들은 먼저 올라갔고, 필자는 잠시 휴식 후에 정상에서 다시 그들을 만났다.

 

그들은 전망대 벤치에 앉아 여전히 대화에 몰입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반복해서 물어보는 말의 핵심은 “선생님은 네 말에 뭐라고 말하시더냐? 너는 결국 어떻게 생각하냐? 친구들은 혹시 너에게 뭐라고 하더냐? 너의 학교는 지금까지 어떤 상황이냐? 졸업생들은 대학에 잘 들어가느냐?” 등등 온통 학업과 진로에 대한 이야기로 아들의 자퇴를 앞두고 대화 공방을 이어가는 것이었다.

 

몇 해 전부터 강남구 고등학생들의 자퇴 현상이 다른 지역에 비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적이 있어 ‘그 흔한 일 중의 하나가 될 일을 우연히 목격하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다.

 

이는 오랜 직업적 감각으로 느껴지는 판단이었지만 그들은 분명 ‘자퇴’라는 말을 여러 차례 사용하고 있었다. 그것도 “아버지가 생각하기에는....” 등의 말이 오가며 비교적 무거운 얼굴의 아들과 아버지가 나누는 진지한 모습의 대화인 데다 우연히 가까이에서 들려오는 대화에 관심이 자연스레 그쪽으로 쏠렸다.

 

최근 몇 년 사이, 전국적으로 고등학교 자퇴생 수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해마다 약 4만명에 달하는 청소년(일명 ‘학교 밖 청소년’)이 학업을 중단하고 있다.

 

단순한 수치로 보면 일부 학생의 일탈이나 예외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숫자에는 다양한 배경과 이유 그리고 무수한 개인의 고민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중 상당수가 고교 내신 경쟁에 따른 학교생활의 전략 또는 전술로 검정고시를 통해 대학에 진학하고자 하는 현황이 내포되어 있음은 사실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자퇴는 단지 ‘학교를 떠나는 선택’이 아니라 사회와 교육이 청소년을 제대로 품지 못한 결과일 수 있다는 냉엄한 지적을 피하기 어렵다.

 

결국 이들의 자퇴는 ‘포기’가 아닌 ‘신호’로 읽혀야 하며, 그 신호에 교사와 학부모가 어떻게 응답하느냐에 따라 학생의 삶은 전혀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교사 : 지도자가 아닌 경청자로서의 역할 전환이 필요하다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은 대개 학업 부진, 교우 관계 갈등, 진로 혼란, 심리적 위기 등 복합적인 원인 속에서 힘겨움을 호소한다.

 

이때 교사의 역할은 지시나 판단 이전에 ‘진심 어린 경청’에 있다. 학생이 스스로 자퇴를 고민할 만큼 힘든 상황에 처해 있다는 것은, 이미 여러 차례 좌절을 겪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교사는 학생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그 마음속 감정을 이해하려는 태도를 견지해야 한다.

 

또한 자퇴는 교육적 실패로 낙인찍기보다는, 학생 개인의 삶을 재구성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이를 위해 진로상담 교사, Wee 센터의 전문 상담사 등과의 협업 체계를 강화하고, 대안 교육기관이나 위탁교육 과정 등 다양한 경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한다.

 

즉, 학교는 학생이 다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는 ‘두 번째 기회’의 공간이어야 한다는 말이다.


학부모 : 불안보다 신뢰로 자녀의 선택을 지지해야 한다


자녀가 자퇴를 언급할 때, 많은 학부모는 충격과 함께 불안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자녀가 겪는 고통의 맥락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다들 힘들어도 참는다”, “학교는 반드시 졸업해야 한다”는 식의 일률적인 반응은 오히려 자녀를 더욱 고립시킬 수 있다.

 

학부모는 자녀의 ‘자퇴 고민’을 실패가 아닌 성장을 위한 ‘신호’로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학교를 다니느냐’가 아니라, 자녀가 자신의 삶을 어떻게 회복하고 설계할 수 있을지를 함께 모색하는 것이어야 한다.

 

또한, 최근에는 검정고시, 온라인 학습, 대안학교, 직업훈련 등 다양한 경로를 통해 학습과 성장을 이어갈 수 있는 교육 인프라가 조성되어 있다. 이러한 자원의 활용 가능성을 적극 탐색하고, 자녀가 자신의 역량과 흥미에 맞는 진로를 모색할 수 있도록 지지하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 할 수 있다.


교육 정책 : 한 줄 세우기에서 다양성의 존중으로 나아가야 한다


청소년의 자퇴 증가 현상은 단지 개인과 가정의 문제가 아니다.

 

현재의 교육 시스템이 얼마나 다양한 학생을 포용할 수 있는가를 보여주는 바로미터이기도 하다. 입시 중심, 성적 중심의 획일적인 교육과정은 일정한 기준에 맞지 않는 학생들을 점점 더 교실 밖으로 밀어내고 있다.

 

이제는 한 줄로 세우는 교육이 아닌, 다양한 성장의 가능성을 존중하는 ‘다양성 교육’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물론 여기에는 인간 개개인에 대한 존엄의식을 기본 바탕으로 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자퇴를 고민하는 학생이 다시 사회와 교육안에서 존중받을 수 있도록, 대안학교, 자유학년제, 진로 특화 교육과정 등의 정책 확대와 제도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한다.

 

특히 학교 현장에서는 자퇴를 예방하는 단기적 처방보다는, 자퇴 이후의 경로까지도 안내할 수 있는 ‘진로 기반형 지도 체계’의 강화가 절실하다.


자퇴, 실패의 끝이 아니라 다른 길을 향한 시작일 수도


과거 필자가 고등학교 교감으로 근무 시에 최종 결재를 앞두고 상담차 대면하게 된 한 학생은 ‘학업 숙려제’마저 건너뛰고 즉각 자퇴시켜 줄 것을 요구하며 부모(엄마) 앞에서 “자퇴 시켜주지 않으면 죽어버릴거야~”라며 막무가내로 떼를 쓰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그만두고 싶어요”라는 강한 의사 표현의 수단으로 읽혔다. 이 말은 단지 격한 감정의 표현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학생이 내미는 위기의 손길이자,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두드리는 소리일지도 모른다.

 

이 신호에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사회 전체가 응답하지 않는다면, 그 손은 결국 아무에게도 닿지 못한 채 사라지고 말 것이다.

 

고등학교 자퇴는 실패의 끝이 아니라, 다른 길을 향한 시작이 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 길을 함께 걸어줄 어른들의 시선과 태도다. 교사와 학부모, 그리고 교육 시스템이 한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우리는 네가 다시 시작할 수 있도록 곁에 있겠다”고 말이다.

 

이는 ‘학교 밖 청소년’들을 양산하는 현 교육 체제로는 원래의 의도와는 달리 인권 사각지대에서 온갖 위험에 노출되고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하는 청소년들이 증가하고 있음에 가정과 학교, 사회는 더욱 관심과 대책에 나서야 한다는 책임의 발로라 할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의 자퇴 증가 현상은 결코 어느 한 명 한 명의 개인 문제가 아닌 온 나라가 나서야 할 교육 문제라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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