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중국이 “10년 안에 수학 강국이 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 말은 자신감이 아니라 방향 선언에 가까운 것이다.
추청둥(丘成桐) 교수의 발언을 곱씹어 보면 핵심은 중국에는 젊은 인재가 부족하지 않다는 것이다. 문제는 인재의 유무가 아니라, 그 인재를 세계적 연구자로 길러내는 생태계가 있느냐는 진단이다.
여기서 중국의 사고방식이 드러나 보인다. 수학을 잘 가르치겠다는 것이 아니다. 수학을 국가 경쟁력의 기초 인프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도 시험 중심 교육의 한계를 알고 있다. 정답 하나를 요구하는 체제는 창의적 질문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그들은 시험을 폐지하지 않는다. 대신 병렬 트랙을 만들어 상위권을 별도의 연구형 파이프라인으로 끌어 올리는 전략을 취한다. 경시–선발–집중훈련–명문대–연구성과로 이어지는 ‘엘리트 생산라인’을 제도화했다.
그리고 AI 시대를 맞아 프레임을 바꾸었다.
“AI 경쟁은 곧 수학 경쟁이다.”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기초 수학의 돌파 없이는 한계를 넘지 못한다는 판단인 것이다. 결국 수학은 교과서 속 과목이 아니라, 반도체·로보틱스·금융공학·국방 기술의 공통 언어가 된다. 중국은 이 지점에서 수학을 ‘국가 생존 전략’으로 재정의했다.
한국의 역설은 점수는 높고, 마음은 떠난다
한국은 국제 성취도에서 여전히 강하다. PISA와 TIMSS에서 상위권을 유지한다. 그러나 교실 안 현실은 다르다. 바로 ‘수포자’라는 단어가 상징하듯, 학년이 올라갈수록 수학을 포기하고 싶다는 학생이 늘어난다. 이것은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다. 국가 인재 풀의 누수이다.
성취도 평균은 높지만, 흥미·자신감·지속성은 낮아진다. 점수는 나오지만, 마음은 떠나는 구조이다.
수학이 시험을 통과하기 위한 기술로 전락하면, 사고력은 훈련되지 않는다. 교실에서 ‘왜 그런가’를 묻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사교육은 ‘정답 기술’을 판매한다. 설명과 추론의 문화가 약해질수록, 수학은 더 빨리 포기 과목이 된다.
중국이 정상(頂上)을 세워 기술패권을 노린다면, 한국은 중간층이 무너져 정상도 오래 버티지 못할 위험에 놓여 있다.
서울이 선택해야 할 길
이 지점에서 필자의 교육 철학은 하나의 분기점을 제시한다. 바로 “교육은 경영”이라는 것이다. 이 말은 점수를 관리하겠다는 뜻이 아니다. 시스템을 설계하겠다는 선언이다.
수학에 적용하면 핵심은 명확하다. 점수 올리기가 아니라 이탈을 막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방안을 제안한다.
첫째, ‘수포자 ZERO 프로젝트’이다. 초6~중2 전환기에 집중 케어를 설계해 조기 이탈을 막고, 학습과 정서를 동시에 처방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성취도만이 아니라 흥미와 자신감을 학교의 성과 지표에 포함한다.
둘째, ‘설명하는 수학’으로 교실 문법을 바꾼다. 정답을 맞히는 능력보다 이유를 말하고 전략을 비교하고 반례를 제시하는 능력을 키우는 수업. 이것은 AI 시대 인간이 대체 불가능한 영역이다.
셋째, AI를 교사 대체가 아니라 교사 강화 도구로 쓴다. AI는 오답 패턴과 개념 결손을 분석하고, 교사는 사고의 언어화를 지도한다. 데이터와 인간적 통찰을 결합하는 모델이다.
넷째, 상위권을 경시 중심이 아니라 연구형 탐구로 끌어올리는 제도화이다. 대학·연구소와 연계한 모델링·증명·융합 프로젝트를 통해 ‘문제풀이 기술자’가 아니라 ‘수학적 사유자’를 키워내는 구조이다.
수학은 입시 과목이 아니라 산업 언어다
AI·반도체·바이오·금융공학. 이 모든 분야의 공통어가 수학이다.
중국이 수학을 미래 기술패권의 토대로 삼겠다고 선언하는 순간, 한국은 ‘수학을 포기해도 살아갈 수 있다’는 사회적 메시지를 방치할 수 없다.
서울 교육이 지켜야 할 것은 ‘수학 만점’이 아니다. ‘수학에서의 탈락’을 줄이는 것이다. 성취도는 아직 강하다. 그러나 흥미와 자신감이 꺾이면, 수학은 국가 경쟁력의 엔진이 아니라 국가 불안의 원인이 된다.
결국 질문은 이것이다. 점수는 유지하면서, 왜 아이들은 수학을 떠나는가? 그리고 그 질문에 시스템으로 답할 준비가 되어 있는가?
다음 10년, 서울이 수학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대한민국의 미래 산업 지형이 달라질 수 있다. 수학은 숫자가 아니다. 한 나라의 사고력이다.
# <더에듀>는 교육감 선거 출마자들의 칼럼을 받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