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혼란의 고교학점제, 어떻게 보완할까?

  • 등록 2025.04.30 19: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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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올해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는 학생 개개인이 진로와 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이수한 학점을 기준으로 졸업하는 제도이다. 이는 단순한 교육 운영 방식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교육 방향 자체를 뒤바꾸는 중대한 정책 변화로 평가된다.

 

핀란드, 미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학생 선택 중심 교육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이번 고교학점제의 전면 도입은 우리 교육이 그 글로벌 흐름에 본격 합류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경영학적 관점에서 바라보면, 고교학점제는 ‘고객 중심 경영’(Customer-Oriented Management)과 맥을 같이한다. 공급자 위주의 표준화된 교육에서 벗어나, 학생이라는 ‘최종 수요자’가 자신의 필요와 목표에 따라 교육을 선택하고 설계하는 구조로 전환된 것이다. 이는 학생의 몰입도와 학습 만족도를 높이고, 결과적으로 교육의 질과 효율성까지 끌어올릴 수 있는 방향이다.

 

실제로 기업 경영에서도 맞춤형 서비스와 선택권 확대는 조직의 지속가능성과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전략으로 작용한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철학을 교육에 적용한 제도이다. 1학년은 공통과목을 수강하고, 2·3학년은 자신의 진로와 적성에 맞춰 선택과목 중심으로 학업을 구성한다.

 

졸업 기준 역시 기존 학년별 출석 기준에서, 과목별 출석률 2/3 이상과 성취율 40% 이상을 충족해야 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이는 단순히 출석으로 졸업 자격을 부여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실제 학습 결과와 노력의 정도를 반영하겠다는 의미이다.


고교학점제 도입, 현실과 이상 사이


그러나 제도 도입 초기부터 현장에서는 혼란과 우려가 적지 않다.

 

과목 선택권은 확대했지만, 지역 및 학교 간 교육 인프라 격차로 인해 선택과목 개설에 큰 차이를 보인다.

 

특히, 농어촌 및 소규모 학교의 경우, 희망 과목이 아예 개설되지 않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진로가 아직 명확하지 않은 학생에게 과목 선택의 책임을 과도하게 전가하는 것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교사들에게도 선택과목 확대에 따른 수업 준비 부담, 평가 기준 적용 어려움 등이 뒤따르고 있다. 특히, 성취율 기준 강화는 교사와 학생 모두에게 새로운 긴장 요소가 되고 있다.

 

일부 교사들은 평가의 신뢰성에 대한 우려를, 학생들은 ‘과락 공포’로 인한 심리적 위축을 호소할 수 있다. 이는 제도에 대한 신뢰도를 저하할 수 있는 위험 요소이다.


새로운 방향, 과제와 마주하기


그런데도, 고교학점제가 지향하는 방향은 옳다. 시대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산업 현장은 창의력, 융합적 사고력,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인재를 요구하고 있다.

 

고교학점제는 이러한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최소한의 교육 기반이다. 전통적인 입시 중심 교육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할 수 없다. 교육은 반드시 변화해야 하며, 그 변화는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

 

제도의 안착을 위해 몇 가지 정책적 보완이 필요하다.

 

첫째, 온라인 공동교육 과정 확대와 지역 간 교육 협력 체계 구축을 통해 선택과목 개설의 지역 간 격차를 줄여야 한다.

 

둘째, 교사의 전문성 강화를 위한 재교육과 연수를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셋째, 학생과 학부모를 위한 진로 설계 및 과목 선택 상담 시스템을 체계화해, 무분별한 선택으로 인한 학습 실패를 최소화해야 한다.

 

▲ 이미지=Article Writer.


흔들림 없이, 길게 보고 가야 한다.


고교학점제는 단기 성과로 평가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니다. 최소 5년, 길게는 10년 이상의 일관된 실행과 점진적 개선이 필요하다.

 

교육정책은 결국 사람을 위한 것이며, 한 세대의 성장을 책임지는 일이다. 초기의 혼란을 이유로 제도를 흔드는 것은 무책임한 일이다. 지금은 오히려 보완을 통해 제도를 안정적으로 정착해야 할 시점이다.

 

고교학점제는 단순한 제도 변경이 아니라, 대한민국 교육 방향을 재정립하는 계기다. 학생의 자율성을 바탕으로 한 맞춤형 교육 시스템은 세계적인 흐름이며, 이는 우리 경제와 사회의 경쟁력 강화로도 이어질 것이다.

 

“교육은 가장 강력한 무기이다. 그것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넬슨 만델라의 말처럼, 교육은 한 사회의 미래를 결정짓는 핵심 요소이다. 고교학점제는 우리 교육의 체질을 바꾸고, 학생 개개인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성결대학교 교수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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