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수능 공화국’, 속도와 방향 전환해야 넘어설 수 있다

  • 등록 2025.06.11 15: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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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금의 대입 구조는 결국 학생들에게 이렇게 묻는다.

 

“너는 얼마나 많이 반복할 수 있는가?”

 

하지만 교육은 원래 이렇게 묻는 것이어야 한다.

 

“너는 어떻게 성장하고 있는가?”

 

공정한 교육은 실패의 기회를 주는 교육이어야 한다.


씁쓸한 현실, 익숙한 결과


2025학년도 수능 성적 결과는 익숙하면서도 씁쓸하다. N수생, 즉, 졸업생들이 국어·수학·영어 전 영역에서 재학생을 압도했다. 수학 1등급 비율은 무려 4배 차이를 보였다. 수능 응시생 셋 중 하나는 이미 졸업한 사람들이다. 시험은 똑같이 봤지만, 게임의 규칙은 결코 같지 않다.

 

수능이 ‘현역 중심 시험’이라는 명분은 이제 거의 무의미해졌다. 학령기 학생들을 위한 시험이 더 이상 그들을 위한 시험이 아니다. 2025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졸업생은 무려 16만 명으로, 이는 20년 만에 최고치다. 2026학년도 역시 그 흐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시간’이라는 ‘불공정한 무기’


왜 이런 현상이 반복되는가?

 

이유는 단순하다. N수생은 많은 시간을 가졌다. 재학생은 수능 한 방에 모든 걸 쏟아야 하지만, N수생은 실패도 반복도 허용되는 구조 안에 있다.

 

시험의 구조와 출제 구조가 복잡하고 추상적일수록, 결국 ‘학습의 시간’이 많은 이가 유리하다. ‘수능은 운이 아니라 실력’이라는 말은 결국 ‘수능은 반복의 결과’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쯤 되면 ‘현재의 수능은 누구를 위한 시험인가?’라고 묻지 않을 수 없다.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정직하게 공부하는 학생이 구조적으로 불리하다면, 그건 시험이 잘못된 것이다.


구시대적 시스템과 미래 인재 양성의 모순


정부는 AI, 디지털 대전환, 창의·융합 인재를 강조한다. 하지만 대입 시스템은 여전히 구시대적이다. 입시는 한 장짜리 시험지에 목숨을 걸게 만든다. 당연히 정보력, 사교육, 반복 훈련이 유리하다. 그래서 ‘한 번 더 보는 졸업생’이 아닌 ‘한 번은 부족한 재학생’이 늘어난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히 수능 난이도 조절이나 평가 체계 보완을 넘어, 교육 시스템 자체를 손봐야 한다.

 

학습은 정답을 맞히는 기술이 아니라, 생각하는 습관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 수능은 그 습관을 측정하지 못한다. 오히려 단기간 집중 투자와 무한 반복을 장려한다.


미래 교육의 방향과 구체적 대안


미래 교육의 방향은 분명하다. 고등학교 안에서 충분히 학습하고, '그 과정 자체가 평가받는 구조’로 바뀌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학교 교육과정과 대입이 철저히 연계되어야 하고, 수능은 재학생에게 유리한 구조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공정은 결과가 아니라 기회에서 출발한다. 그리고 지금, 그 기회는 무너지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하는가?

 

첫째, 수능의 문제 풀이 중심 평가에서 탈피해, 과정 중심의 서술형, 탐구형 문항을 확대해야 한다. 단순 암기와 반복 훈련보다 사고력과 표현 능력을 보는 시험이어야 한다.

 

둘째, 학교 교육과정 안에서 수능을 준비할 수 있도록 교과서 기반의 출제 기조를 명확히 하고, 그 기조가 지역과 계층을 막론하고 공정하게 작동되도록 해야 한다.

 

셋째, N수생의 반복적 응시를 초래하는 구조적 불균형을 고려해, 수능 자체의 유효기간을 제한하거나, 응시 조건에 차등을 두는 제도적 장치도 진지하게 논의할 시점이다.

 

넷째, 무엇보다 재학생 중심의 평가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고교학점제, 학생부 종합 전형, 교육과정 연계형 논술 등 다양한 형태의 대입전형이 '재학생이 불리하지 않은 구조'로 재정비되어야 한다.


‘불안 산업’이 된 교육, 바뀌어야 할 때


수능이 ‘기회의 시험’이 되려면, 반복이 아닌, 과정이 승부를 가르게 해야 한다. 시간을 무기로 한 재도전이 아니라, 과정 속, 성장으로 미래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 원칙이 무너지면, 교육은 결국 불공정의 변명만 남게 된다.

 

현역 한 번 실패했다고 끝나는 게 아니라, 고교 3년의 과정을 충실히 밟은 학생이 떳떳하게 평가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게 바로 공교육의 책임이자, 국가 교육정책의 출발점이다.

 

수능은 결코 교육의 전부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은 ‘교육의 전부’인 것처럼 기능하고 있다. 이 시험 하나로 기회를 결정하는 사회에서 교육은 결국 ‘불안 산업’이 되고, 불평등을 확대하는 기제가 된다.

 

우리가 바꾸지 않으면, 다음 수능에서도 N수생은 또 승리할 것이다. 그리고 그다음 해에도, 또 계속될 것이다. 이 구조는 무너뜨리지 않으면 지속된다.

교육은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이제는 대한민국 교육이 그 방향을 되돌아봐야 할 때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성결대학교 교수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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