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박상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① 대화와 충돌을 가르는 '표현 방식'

  • 등록 2026.03.18 10:3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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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를 다시 묻다

 

더에듀 | 얼마 전, 한 학교의 학교-학부모 소통 공간에서 이슈가 있었다고 한다. 한 학부모가 인근 중학교와 학부모총회 날짜가 겹친다는 이유로 게시글을 올렸다. 학부모 참여를 진심으로 원한다면 인근 학교와 협의해 날짜를 정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취지였다.

 

학교는 운영위원 선출 일정, 수업 시수, 교육과정 등을 고려해 학부모총회 날짜를 정한다. 대부분 학교가 비슷한 시기에 총회를 진행하다 보니 인근 학교와 일정이 겹치는 일도 드물지 않다.

 

학교장은 게시글에 댓글을 달며 그 사정을 설명했다. 설명은 충분했다. 그런데 교장의 설명 글에 남겨진 댓글 속에는 “교육활동 설명회와 학부모총회의 주체가 누구인지 생각해 보셨으면 합니다”라는 문장이 포함돼 있었다. 그 표현을 읽으며 적지 않은 교사들이 마음 한편에 씁쓸함을 느꼈다고 한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학교 역시 학부모의 목소리를 듣는 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다만 서로의 목소리를 듣기 위한 소통이 서로에 대한 존중 위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관계는 쉽게 틀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시 묻고 생각해 보게 된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요즘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 있다. ‘교육의 3주체’.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교육의 주체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표현이다.

 

하지만 역할을 조금만 차분히 들여다보면 그 관계는 조금 다르다. 교사는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학교는 교육을 하는 기관이다. 학생은 학습의 주체이고, 학부모는 아이를 양육하는 주체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는 서로 다른 역할을 가진 존재인 동시에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협력해야 하는 관계이다.

 

학교가 교육의 방향을 세우고 책임을 지는 곳이라면, 학부모는 그 과정을 이해하고 함께 소통하는 존재이다. 그래서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소통의 방식이다. 그 역할이 존중하는 태도 속에서 이루어지는 것과 상대의 판단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전혀 다른 결과를 낳는다.

 

의견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 교육에 대한 생각도 서로 다를 수 있다. 하지만 그 의견이 표현되는 방식에 따라 관계의 방향은 크게 달라진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는 대화가 될 수도 있고, 상대의 판단 자체를 문제 삼는 충돌이 될 수도 있다.

 

학교 현장에서 교사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대단하고 거창한, 맹목적인 지지가 아니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는 최소한의 존중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교사는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다. 그리고 학부모는 아이들의 성장을 위해 학교와 함께 고민해야 하는 협력자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 그리고 학교와 학부모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가.”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그렇게 복잡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을 위해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며 대화하는 것. 그것이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가장 건강한 관계일 것이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계속>

박상윤 대한교조 상임위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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