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박상윤] 교육의 주체는 누구인가③ 존중은 왜 항상 교사에게만 요구되는가

  • 등록 2026.04.01 16: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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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교육 현장에서 ‘존중’이라는 말은 참 자주 등장한다. 교사에게도, 학생에게도, 학부모에게도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반복된다.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태도는 교육 현장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가치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학교에서는 하루에도 여러 번 존중이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학생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학부모의 의견을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 서로의 입장을 이해해야 한다는 이야기들이다. 그 말 자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교육은 사람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꽤 오래 일해 온 교사로서 가끔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존중이라는 말은 과연 모두에게 같은 무게로 요구되고 있는 것일까.”

 

 

교사는 학생을 존중해야 한다. 교사는 학부모를 존중해야 한다. 교사는 학부모의 의견을 경청해야 하고 학생의 감정을 이해해야 한다. 이런 말들은 교육 현장에서 너무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교사들이 그렇게 노력하며 살아간다. 아이들의 작은 변화 하나에도 마음을 쓰고, 학부모의 걱정과 불안을 이해하려 애쓰며 하루를 보내는 교사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가끔은 반대로 질문해 보게 된다.

 

“교사는 존중받고 있는가.”

 

이 질문이 불편하게 들릴 수도 있다. 교사라는 직업이 특별한 존중을 요구하는 직업이라는 뜻은 아니다. 교육은 서로의 협력 속에서 이루어지는 일이고, 교사 역시 완벽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 교사를 향한 말과 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한 가지 특징을 발견하게 된다. 존중이 교사가 먼저 보여야 할 태도인 것 맞다고 할 수 있지만, 교사에게 향하는 말과 행동에는 그 기준이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학교는 교육기관이다. 교사는 교육을 담당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학교와 협력하는 존재다. 이 관계가 건강하게 유지되기 위해서는 서로의 역할을 존중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실의 교육 현장에서는 때때로 학교의 교육적 판단 자체가 의심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교사의 설명과 판단이 존중받지 못하는 순간들도 발생한다.

 

의견을 제시하는 것 자체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교육에 대한 생각이 서로 다를 수도 있다. 허나 의견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며 대화하는 방식이 있을 수 있고, 상대의 판단 자체를 문제 삼는 방식의 표현도 있을 수 있다.

 

이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학교와 학부모 사이의 관계가 협력이 될 수도 있고 갈등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앞선 글에서 나는 ‘교육의 3주체’라는 표현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했다. 학생, 교사, 학부모가 모두 중요하지만 역할은 같지 않다는 이야기였다. 이 역할의 구분이 분명할 때 교육은 안정적으로 작동한다.

 

교사는 교육을 책임지는 사람이고 학생은 학습의 주체이며 학부모는 아이의 성장을 위해 학교와 협력하는 존재다. 이 관계가 존중 위에서 이루어질 때 학교와 가정의 협력도 훨씬 건강하게 작동한다.

 

문제는 이 관계 속에서 존중의 기준이 균형 있게 적용되지 않을 때이다. 교사는 학생을 존중해야 하고 학부모를 존중해야 한다. 그런데 학생과 학부모가 교사를 존중해야 한다는 이야기는 상대적으로 훨씬 적게 들린다.

 

존중은 교사가 먼저 보여야 할 태도라는 말은 익숙하지만, 교사를 존중하는 태도가 교육의 기본이라는 말은 그만큼 자주 들리지 않는다.

 

이런 분위기가 계속되면 교육 현장에는 묘한 긴장감이 생긴다. 교사는 끊임없이 조심해야 하는 사람이 되고, 자신의 판단을 설명하고 해명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반대로 학교의 교육적 판단은 하나의 교육적 결정이 아니라 만족 여부를 평가받는 대상처럼 바라보이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학교를 존중하며 협력하려 노력한다. 많은 학부모들이 교사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학교와 함께 아이들의 올바른 성장의 방향을 고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교육이 여전히 작동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부의 경험이 교육 현장의 분위기를 바꾸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교육에서 존중이라는 말은 단순한 예의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한 기본 조건에 가깝다. 교사는 학생을 존중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역시 교사를 존중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학부모 역시 학교의 교육적 판단을 존중하는 태도를 가져야 한다. 그것이 곧 아이들에게 보여주는 어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아이들은 어른들의 말을 통해 배우기도 하지만 어른들의 태도를 통해 더 많이 배우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시 묻게 된다.

 

“교육 현장에서 이야기되는 ‘존중’이라는 말은 과연 누구에게 향하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그 존중을 서로에게 같은 기준으로 요구하고 있는가.”

 

교육이 건강하게 이뤄지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제도가 아닐지도 모른다.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그 역할을 존중하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학교와 가정이 함께 아이들을 성장시키는 가장 기본적인 출발점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마지막으로 다시 묻는다.

 

“아이들에게 우리는 어떤 어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가.”<끝>

박상윤 대한민국교원조합 상임위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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