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얼마전 KBS 특강에서 미국 실리콘밸리의 거물, 페이팔 공동 창업자 피터 틸은 “경쟁은 패자들을 위한 것(Competition is for Losers)”이라는 도발적인 명제를 던지며, “진정한 성공은 아무도 하지 않은 것, 즉 ‘제로에서 하나(Zero to One)’를 만드는 ‘독점(Monopoly)’에서 나온다”고 역설했다.
그의 통찰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교육열과 시스템에 대해 섬뜩할 정도로 날카로운 질문을 던진다.
경쟁 중독 사회인 한국의 교육은 지금 어디에 서 있는가? 모두가 똑같은 최고 명문대를 목표로 오직 ‘모방(1에서 n으로)’에만 매진하게 만드는 이 시스템은, 틸의 경고에 따르면 한국의 미래를 만들기는커녕, 창조적 잠재력을 억압하는 ‘제로섬 토너먼트’에 불과하다. 따라서 미래 교육은 이 중독을 끊어내고, ‘창조적 반대자(Contrarian)’를 키우는 방향으로 대전환되어야 한다.
18세의 덫: 입시라는 감옥을 부수라
틸은 명문대 입학으로 대변되는 미국의 엘리트 교육이 ‘두려움(Fear)’에 기반한 시스템이라고 꼬집었다. 낙오에 대한 공포 때문에 학생들은 자신의 18세가 가장 중요한 해라고 여기며, 그 이후의 삶을 ‘자동으로 보장’받으려는 환상에 갇힌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이다. 18세의 시험 성적이 평생의 신분처럼 작용하는 현 구조는, 대학이 학습의 가치 대신 ‘배제(Exclusion)’의 가치로 작동하게 만든다.
미래 교육 정책은 이 ‘18세의 덫’을 부수는 데 집중해야 한다.
우선 다중 트랙의 사회적 인정이 필요하다. 대학 학위만이 성공의 유일한 경로가 아님을 국가가 인증해야 한다. 숙련된 기술 교육, 혁신적인 창업 경험, 특성화된 전문 분야 등 다양한 영역에서 높은 사회적 보상과 안정성을 제공하여, 학생들이 명문대라는 단 하나의 문을 향해 몰려드는 현상을 완화해야 한다.
또 재도전의 공정한 기회가 보장돼야 한다. 한 번의 실패나 늦은 시작이 평생의 낙인을 의미하지 않도록 평생 교육과 직업 전환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교육은 18세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재개발(Developing the Developed World)’할 수 있는 역동적인 과정임을 정책적으로 증명해야 한다.
모두가 동의하는 진실을 거부하는 법
틸은 최고의 창업가에게 던질 질문으로 “당신이 진실이라고 믿지만, 거의 아무도 동의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를 제시했다. 남들과 똑같이 생각하지 않는 '독립적 사고(Thinking for Yourself)'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교육이 주입하는 것은 오직 ‘모두가 동의하는 정답’이며, 이는 학생들이 버즈워드(Buzzword, 유행어)를 외치며 수많은 경쟁자가 있는 시장에 뛰어들게 만드는 결과를 낳는다.
미래 교육의 핵심은 모방적 지식을 넘어선 창조적 지혜를 길러야 한다.
우선 정답 없는 질문이 일상화되어야 한다. 학교는 정해진 교과서의 지식을 외우는 곳이 아니라, 현 사회의 통념이나 문제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자신만의 대안적 통찰을 도출하는 훈련장이 되어야 한다. 교육 과정 자체가 ‘비판적 사고’를 넘어선 ‘창조적 반대 사고’를 요구해야 한다.
진정한 문제 해결 중심 학습도 필요하다. 학생들에게 중요한 문제, ‘아무도 해결하지 못한 문제’를 제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의 학문 경계를 허무는 융합적 사고를 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교사는 지식의 전달자가 아닌, 학생의 ‘0에서 1’ 창조 과정을 돕는 조력자가 되어야 한다.
'마지막 이주자'의 시대를 대비하라
틸은 기업의 성공이 최초의 시장 진입(First Mover)이 아닌, ‘마지막 이주자(Last Mover)’에서 온다고 말했다. 이는 곧 ‘지속가능한 독점력(Durability)’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10년 후에도 경쟁자를 압도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힘, 즉 장기적인 설계 능력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오늘날 한국의 학생들은 ‘패스트 팔로워(Fast Follower)’ 시대의 단기적 경쟁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 미래 교육은 이들의 시야를 ‘지속 가능한 미래’로 넓혀야 한다.
이를 위해 장기적 설계 능력을 함양해야 한다. 모든 프로젝트와 학습에 ‘10년 후의 결과’를 예측하고 설계하는 과정을 포함해야 한다. 당장의 시험 점수가 아닌, 자신이 만들 미래 문명의 청사진을 고민하게 함으로써, 학생들은 단기적 이익보다 장기적 가치를 추구하는 시야를 갖게 될 것이다.
기술/과학에 대한 낙관주의도 회복해야 한다. 틸이 지적했듯, 기술을 악마화하는 문화적 냉소주의를 극복해야 한다. 정보기술(IT)을 넘어 생명과학, 에너지 등 미개척 분야에 도전하여 인류 문명을 발전시킬 수 있다는 '건설자(Builder)'로서의 자부심과 기술적 낙관주의를 심어주어야 한다.
경쟁은 과거의 이익을 나누는 행위일 뿐이다. 한국 교육이 진정으로 미래를 위한다면, 이제는 학생들에게 ‘남을 이기는 법’이 아닌, ‘아무도 상상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창조하는 법을 가르쳐야 할 때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