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증가하는 명퇴 교사...대한민국이 잃는 것은?

  • 등록 2025.10.15 10:2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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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 국공립 초등 명퇴 교사 3119명으로 역대 최다 기록

“교사의 위상 회복이 우리 사회의 미래 재건이다”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최근 충청권 국·공립 초등학교의 명예퇴직 교사 급증 소식은 단순한 통계 수치를 넘어, 우리 사회가 간과해 온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위상을 되돌아보게 하는 섬뜩한 경고음이다.

 

정년이 보장된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특히 교단을 지탱해야 할 ‘허리’라고 불리는 중견 교사들이 짐을 내려놓고 있다는 사실은, 현재 교직 사회의 환경이 이들의 사명감마저 소진시키고 있음을 방증한다.

 

2020년 161명에서 5년 만에 288명으로, 전국적으로는 이미 3천명을 넘어선 이들의 퇴직 행렬은, 우리 사회가 지식 전달자를 넘어선 ‘인격의 스승’을 잃어가는 비극적 현상이다.


‘지식 전달자’의 덫: 교사의 가치가 박제되다


교사라는 직업의 본질은 교과서를 펼치는 행위를 훨씬 넘어선다.

 

그들은 어린 영혼들이 자신을 발견하고, 사회적 존재로 성장하며, 미래 인격체로서의 기틀을 다지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자아 형성의 설계자’이다.

 

교사는 단순한 지식의 운반자가 아니라, 아이들에게 세상의 가치와 도덕적 기준을 보여주는 사회적 귀감이자, 인류의 지혜를 대리 전달하는 철학적 화두 그 자체이다.

 

하지만 오늘날 우리 사회는 교사를 ‘학교라는 행정 시스템의 하위 구성원’이나 ‘단순한 지식 노동자’로 축소해버렸다.

 

과도한 행정 업무가 교사의 본업인 교육과 상담의 시간을 잠식하고, 무분별한 민원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권을 무력화하며 심리적 탈진을 초래한다.

 

교사가 존중받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어해야 하는 환경 속에서, 어떻게 아이들에게 존중과 가치를 가르칠 수 있을까? 교사의 권위가 땅에 떨어질 때,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교육의 가치와 진정성이 함께 추락하는 것은 필연적인 궤적이다.


인식 개선의 철학적 필연성: 교사는 ‘투명 인간’이 아니다


교사의 명예퇴직 증가는 단지 ‘처우 개선’이라는 경제적 미봉책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이는 우리 사회의 교사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과 철학을 재정립해야 하는 절박한 과제이다.

 

교사가 행정직원이나 민원 대응자가 아닌, 자아 형성의 핵심 조력자로서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사회 전체가 그들을 다시 바라보아야 한다.

 

교사 개인에게 ‘귀감’이 되기를 요구하기 전에, 그들이 귀감이 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사회의 도리라는 깨달음에서 출발한다.

 

교직 사회의 ‘허리’를 지탱하는 중견 교사들이 떠나는 것은 교육의 경험적 자산과 노하우가 유출되는 심각한 손실이다.

 

이들의 경력과 지혜가 신규 교사들에게 전수되고, 학교 문화의 깊이를 더할 수 있도록 행정 부담을 획기적으로 경감하고, 전문성 발휘를 위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

 

교사에 대한 무차별적 비난과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하는 법적, 제도적 장치를 더욱 강력히 구축해야 한다.

 

교사의 교육 행위는 존중받아야 할 전문가의 영역이다. 교권을 보호하는 것은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는 것을 넘어, 공교육의 신뢰를 지키고 궁극적으로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장하는 행위이다.


교육 공동체의 성숙을 촉구하며


결국, 교사의 인식 개선은 교사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들이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정서적 안정과 건강한 인격, 그리고 사회적 책임감을 배울 수 있는 성숙한 교육 공동체를 만들자는 절박한 외침이다.

 

지금 교단을 떠나는 중견 교사들의 뒷모습은 우리 사회가 그들에게 ‘나는 이제 더 이상 당신의 아이에게 참된 스승이 될 수 없다’고 고백하는 절망적인 메시지일 수 있다.

 

우리는 지식 전달자를 잃은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인격적 미래를 함께 고민해 줄 멘토를 잃고 있는 것이다. 이 비극적 현실 앞에서, 우리 모두는 아이들의 삶에 긍정적인 파동을 일으킬 수 있는 ‘참된 스승’을 가치 있게 여기고 지켜낼 의무가 있다.

 

교사의 위상을 회복하는 것은 곧 우리 사회의 미래를 재건하는 일이라는 철학적 화두를 가슴에 품고, 교육을 지탱할 힘을 다시 길러내야 할 때이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지속가능경영학회 회장, 성결대학교 교수.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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