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의 THE교육] (반론) 학교는 행정기관이며 민원처리 주체라는 주장에 대하여

  • 등록 2025.10.08 20: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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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현 대표의 '이어드림?...교육부(청) 무능이 만든 학부모와 교원의 갈등 끝판왕 플랫폼'에 대해

 

더에듀 | 본 칼럼은 [박태현의 THE교육] 「이어드림?... 교육부(청) 무능이 만든 학부모와 교원의 갈등 끝판왕 플랫폼」(2025.10.4.)에 대한 반론 칼럼이다.

 

먼저, 교육공동체의 소통과 학교 현장의 발전을 위해 꾸준히 문제의식을 제기해 온 박태현 대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교육현장을 둘러싼 복잡한 갈등 구조 속에서 다양한 시각이 제시되는 것은 건강한 공론장의 징표이자, 더 나은 교육정책을 위한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논의의 방향이 정확한 법적 사실과 제도적 근거 위에서 전개될 필요가 있기에, 본 글에서는 몇 가지 법리적·사실적 오해를 바로잡고자 한다.

 

최근 박태현 상상교육포럼 공동대표는 “학교는 이미 행정기관이며, 민원처리법상 공공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다”고 주장하며, 학교가 지난 10년간 민원처리법을 위반한 상태였다고 단정했다.

 

또한 학교 내에 민원실과 민원조정위원회를 설치하고, 교원이 민원 응대의 실질적 담당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취지의 견해를 밝혔다.(관련기사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082)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법률 체계와 행정법 원리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으로, 학교의 법적 지위와 교원의 직무 범위를 근본적으로 왜곡하고 있다.

 

학교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상 ‘공공기관’의 범주에는 포함되지만, 이는 행정기관과 동일한 법적 지위를 의미하지 않는다.

 

학교는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따라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학생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기관(教育機關)이며, 행정기관은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 등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조직만을 가리킨다.

 

따라서 학교를 행정기관으로 전제하는 논리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초·중등교육법」, 그리고 대법원 판례 체계와 모두 충돌한다.

 

이에 본 칼럼은 해당 논리의 법리적·사실적 오류를 검증하고, 학교 민원 제도를 둘러싼 개념적 혼선을 바로잡기 위한 반론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학교는 행정기관”이라는 단정은 법리적으로 명백한 오해다.

 

박태현 공동대표의 주장은 학교가 행정기관이므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직접 적용 대상이 된다고 전제하지만, 이는 행정법상의 ‘법적 주체’ 개념을 혼동한 해석이다.

 

「초·중등교육법」 어디에도 학교를 행정기관으로 규정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행정기관은 교육부·교육청·교육지원청 등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조직만을 가리킨다. 또한 「교육기본법」과 「지방교육자치법」 역시 학교를 교육기관(교육시설)로 정의하며, 법적으로 학교를 행정기관으로 본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점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명확히 확인된다.

 

대법원(2016.11.24. 선고 2016마5908 결정)은 “학교는 법인격이 없는 교육시설의 명칭에 불과하므로, 소송의 당사자 능력이 없다”고 판시하였다(출처: 리걸타임즈, 「‘학교는 법인 아닌 교육시설 명칭’ 민사소송 당사자 능력 없다」, 2016.11.28.).

 

즉, 학교는 독립된 법적 주체가 아니라 교육시설로서 행정기관의 지위를 갖지 않으며, 따라서 행정적 권한이나 책임을 부과할 수 없는 존재임을 법원이 명확히 확인한 것이다.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행정기관으로서 법적 주체가 되기 위해 필요한 필수 요건인 ‘기관장(공공기관의 장)’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학교의 교장은 「교육공무원법」상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관리자일 뿐,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이나 「행정절차법」이 전제하는 의미의 행정기관의 장, 즉 행정처분권과 대외적 법적 책임을 지는 기관장은 아니다.

 

덧붙여 「초·중등교육법」 전체에서 ‘행정’이라는 용어가 등장하는 유일한 조항은 제20조 제5항이다.(행정직원 등 직원은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학교의 행정사무와 그 밖의 사무를 담당한다. 제20조 제 5항).

 

이 조항은 행정사무의 주체가 교원이 아닌 행정직원(일반직 교육행정공무원 또는 교육공무직)임을 명확히 하고 있다. 따라서 학교에서 행정민원 관련 업무가 이루어진다면, 그 법적 주체는 교장이나 교원이 아니라 교육감의 위임을 받아 교육행정사무를 수행하는 행정실(행정직원)이다.

 

현재 학교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증명서 발급, 전학 처리 등 행정처분에 해당하는 민원업무가 행정실을 통해 처리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럼에도 서이초 사건 이후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교장에게 민원처리 책임을 부과한 것은, 행정법 체계상 권한 귀속 원칙을 위반한 법리적 예외이자, 특정직 공무원에게 행정기관장의 책임을 전가한 자기모순적 입법이다.

 

더 나아가, 「고등교육법」상 대학 또한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적용을 받는 행정기관이지만, 대학의 장에게 ‘민원처리 책임’을 법률로 강제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동일한 법체계 내에서 초·중등학교 교장에게만 민원책임을 부과한 것으로, 형평성 원칙과 행정일관성 원리 모두에 위배된다.

 

만약 초·중등학교의 교장을, 대학의 총장과 달리 기관을 대표하는 법적 대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교원 개인에게 민원 처리 의무를 직접 부과했다면, 이는 민원 처리의 책임은 행정기관의 장에게 귀속된다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기본 원칙에 위배하는 조치이다.

 

결국 학교는 민원이 발생할 수 있는 기관일 수는 있으나, 이를 처리하거나 결정할 권한을 가진 행정기관으로 볼 수는 없다. 따라서 “학교가 행정기관이므로 민원처리법을 위반하고 있다”는 주장은 행정법의 기본 체계와 권한 귀속 원리를 오독한 것이다.

 

 

둘째, ‘학교가 민원처리법상 공공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주장 또한 사실관계의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2조 제3호는 ‘행정기관’을 정의하면서 “국가기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른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를 포함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학교가 형식적으로 ‘행정기관’ 범주에 포함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는 민원을 제기할 수 있는 기관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한 입법적 포섭일 뿐, 민원을 처리할 권한이나 의무를 부여한 규정은 아니다. 더욱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과 그 시행령 어디에서도 초·중등학교를 공공기관으로 직접 규정한 조항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 법은 정부가 출연하거나 지분을 보유한 법인·단체를 중심으로 공공기관을 정의하고 있으며(동법 제4조 및 시행령 제2조), 일반 학교는 그 범위에 포함되지 않는다.

 

물론 일부 개별 법률(예: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시행령 제2조 제3호)은 “‘초·중등교육법’ 제2조에 따른 각급 학교 또는 그 밖의 다른 법률에 따라 설치된 학교”를 정보공개 대상기관에 포함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공공기관 운영법상의 공공기관 지정과는 별개의 제도적 적용 범위로, 정보공개 대상기관을 확대하기 위한 행정편의적 규정일 뿐이다. 따라서 민원처리법에서 “공공기관 및 각급 학교”라는 병기 표현은, 학교가 공공기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포함시킨 보완 규정으로 해석하는 것이 법리상 타당하다.

 

결국 학교는 형식적으로 행정기관과 공공기관의 범주에 언급될 뿐, 실질적으로는 행정처분권을 갖지 않는 교육기관이다. 따라서 “학교가 민원처리법상 공공기관으로 명시되어 있다”는 주장은 조문 일부를 근거로 한 법리적 확장해석의 오류에 불과하다.

 

셋째, 민원처리법상 ‘행정기관의 장’을 교장으로 해석한 것은 명백한 법리 오인이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각 조항은 민원의 신청·접수·처리·통지·조정 등 모든 절차의 법적 의무 주체를 일관되게 ‘행정기관의 장’으로 한정하고 있다. 따라서 교원이나 교장은 민원처리의 법적 의무 주체가 될 수 없다. 이때의 ‘행정기관의 장’은 행정청을 의미하며, 구체적으로는 교육부장관, 시·도교육감, 교육지원청장 등 행정처분권을 가진 기관의 대표자를 가리킨다.

 

반면, 교장은 「교육공무원법」상 특정직 공무원으로서 교육활동을 총괄하는 자이지, 행정처분권을 행사할 수 있는 행정청이 아니다. 또한 「지방교육자치에 관한 법률」 제19조와 제20조에 따르면, 학교의 운영 및 관리에 관한 행정적 책임은 교육감에게 귀속된다.

 

따라서 “학교가 접수증을 발급하지 않아 민원처리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법적 주체를 잘못 특정한 것이다. 학교는 행정행위를 할 권한이 없으므로, 민원을 ‘처리’하거나 ‘서면으로 통지’할 법적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없다.

 

따라서 교장에게 민원처리 책임을 부과한 최근의 입법은, 법률 체계 내부에서도 자기모순적이다. 결국 민원처리의 책임 주체는 학교가 아니라, 해당 학교를 관할하는 교육지원청과 교육감이다.

 

넷째, 칼럼은 “생활기록부 발급은 법정민원, 급식개선은 건의민원, 운동회 일정 문의는 기타민원”이라며 학교의 모든 요청을 민원으로 분류했지만, 이는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의 개념을 오해한 것이다.

 

같은 법 제2조 제1호는 “민원이란 행정기관에 처분 등 특정한 행위를 요구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즉, 민원의 본질은 행정기관의 법적 결정이나 행정행위를 요구하는 데 있으며, 수업·생활지도·상담과 같은 교육활동은 행정처분이 아니라 교육행위다.

 

따라서 “오늘 2학년 몇 시에 끝나요?” 같은 단순 문의나 생활 안내는 민원이 될 수 없으며, 이를 ‘기타민원’으로 분류하는 것 또한 법적 개념을 오해한 해석이다.

 

이러한 용어의 혼란이 결국 학교의 교육활동을 행정절차로 오인하게 만들고, 학교민원 논란의 근본적 혼선을 심화시키고 있다.

 

다섯째, “학교가 지난 10년간 민원처리법 위반 상태였다”는 주장은 법리적으로 성립할 수 없는 허위 서술이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은 민원 접수·처리 의무의 주체를 ‘행정기관의 장’으로 명확하게 규정하고 있으며, 이는 행정청인 교육감 또는 교육지원청장을 의미한다.

 

학교는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이므로, 해당 법률상의 의무 주체가 될 수 없다. 실제로 학교 관련 민원은 국민신문고(e-people)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을 통해 관할 교육지원청이 접수·처리하고 있으며, 이는 법정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공식 안내문에도 “귀하의 민원이 교육지원청 소관일 경우, 해당 기관으로 이송되어 처리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결국 “학교의 불법 상태”라는 주장은 사실과 법리에 모두 반하며, 오히려 학교는 지난 10년간 민원처리법이 정한 절차에 따라 정상적으로 운영되어 온 기관이라는 점이 사실에 더 부합한다.

 

여섯째, “학교가 전자문서 민원시스템을 구축하지 않아 위법하다”는 주장은 법 조항의 적용 대상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 제12조의2는 “행정기관의 장은 민원인이 해당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아니하고도 민원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시설과 정보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항의 의무 주체는 행정기관의 장, 즉 교육부장관·시‧도교육감·교육지원청장 등 행정청이며, 단위학교의 교장은 여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학교는 행정정보시스템을 직접 구축할 법적 권한이나 예산 편성권이 없으며, 교육청이 설치·운영하는 상위 전자민원체계(국민신문고, 정보공개포털 등)에 이용자로서 연동된다. 따라서 학교가 별도의 전자민원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고 해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결국 제12조의2의 적용 대상을 학교로 확장하는 해석은 법문과 체계 해석 모두에 반한다. 학교는 행정정보시스템의 운영 주체가 아니라 이용 주체이므로, “학교가 시스템을 설치하지 않아 법을 위반했다”는 주장은 적용대상 오인에 기반한 법리적 오류에 불과하다.

 

일곱째, “학교만 국민신문고의 예외기관으로 지정되어 있다”는 주장은 사실관계의 왜곡이다.

 

국민신문고(e-People)와 정보공개포털(open.go.kr)의 시스템 구조상, 학교 관련 민원은 관할 교육지원청이 접수기관으로 지정되어 있으며, 학교는 단순히 사안과 관련된 자료를 제공하는 이송 대상 기관으로 처리된다.

 

앞서 제시한 논거에서도 확인되듯이, 각 시·도교육청의 공식 안내문에는 “귀하의 민원이 교육지원청 소관일 경우, 해당 기관으로 이송되어 처리될 수 있습니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학교가 국민신문고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라, 행정기관이 아닌 교육기관으로서 상위 행정기관을 통한 간접 처리 체계로 운영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학교만 국민신문고 예외”라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며, 현재의 시스템은 민원법 체계에 부합하는 정상적 행정 절차다.

 

여덟째, 칼럼의 후반부는 인력과 예산 부족이라는 현실적 문제를 지적하고 있으나, 그 진단의 출발점이 법적 주체에 대한 오해에 기반하고 있어 비판의 방향이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다.

 

문제의 핵심은 “학교가 민원처리를 불법적으로 방치했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학교에 행정책임을 과도하게 부과한 제도 설계의 오류에 있다.

 

학교는 교육활동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행정기관의 권한과 인력 구조를 갖추고 있지 않다. 그럼에도 교육행정업무의 상당 부분이 학교에 전가되어 왔고, 최근에는 민원처리 의무까지 교원에게 부담시키는 입법이 이루어지면서 교원의 교육활동 자율성과 직무 독립성이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

 

따라서 논의의 초점은 학교의 법 위반 여부가 아니라, 교육기관을 행정기관처럼 취급하도록 만든 입법·행정체계의 구조적 불일치에 맞추어져야 한다. 이는 학교의 불법이 아니라, 교육행정이 교육현장을 지배하는 구조적 왜곡의 문제다.

 


결론 ― 학교의 법적 정체성 회복이 민원 갈등의 근본 해법이다


학교민원 논란의 본질은 법 위반이 아니라 개념의 혼란이다.

 

현장에서는 ‘컴플레인(complaint)’과 행정적 청원을 뜻하는 ‘페티션(petition)’의 개념조차 구분하지 못한 채, 모든 요구와 불만을 ‘민원’이라 부르고 있다. 여기에 ‘상담’이라는 말까지 뒤섞이면서, 이제 ‘민원’은 법적 개념이 아니라 각자의 감정과 인식이 법처럼 통용되는 언어가 되어 버렸다.

 

그 결과, 학교는 민원처리기관이자 상담기관, 폭력사안처리기관, 교육행정기관처럼 인식되었고, 교장과 교사들조차 교장이 교육행정의 최고 책임자인 기관장인 것처럼, 교사는 민원업무를 담당해야 하는 존재인 것처럼 오인하게 되었다. 이러한 인식의 왜곡이 바로 학교민원 문제의 구조적 출발점이다.

 

이러한 오인은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국회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으로 제도화되었다. 교장의 직무를 ‘교무총괄’로 한정한 기존 법조문을 넘어, 교원에게 민원처리 책임을 직접 부과한 것은 특정직 공무원 전체를 통틀어 유일한 사례이며, 행정법 체계상 극히 예외적이고 위험한 입법이다.

 

「민원 처리에 관한 법률」이 민원처리 의무를 행정기관의 장에게만 귀속시키는 이유는, 행정권의 행사와 책임을 분리하지 않기 위해서다. 그러나 학교는 법적 존재 목적이 행정기관이 아님에도, 형식적으로 ‘민원처리 주체’로 오인되어 교장에게 행정기관장의 법적 책임이 부과되었다. 이는 행정기관의 권한을 특정직 공무원에게 전가한 법리적 예외이자 교권침해의 제도화다.

 

교육부의 ‘이어드림’은 이러한 인식 왜곡을 디지털 행정으로 확장한 대표적 사례다. 교원의 직무를 24시간 학부모 응대와 민원상담으로 전락시킨 이 플랫폼은 교육의 본질을 행정 서비스로 환원시키는 행정편의주의적 설계에 불과하다. 학교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교육과정을 운영하는 교육기관이며, 교육과정 운영이란 학생의 학습과 성장을 책임지는 공적 행위이지, 민원 응대 업무가 아니다.

 

따라서 학교민원 문제의 해법은 학교에 행정업무를 추가로 부과하는 것이 아니라, 교육행정과 교육의 경계를 명확히 복원하는 데 있다. 교육행정직과 교육공무직은 교육행정과 사무를, 교원은 교무와 관련된 수업·생활지도·평가를 담당하는 직무체계를 법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특히 ‘상담’은 본래 학생의 정서·학습 지원을 위한 교육적 행위이지, 학부모 민원에 상시 대응하는 행정업무가 아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42조는 이를 위해 전문상담교사·상담사 제도를 두고 있으며, 교원이 수행하는 교육상담과 전문상담교사의 학생상담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이는 상담의 전문성을 보장하고 교원의 교육전념권을 지키는 최소한의 제도적 조건이다.

 

나아가 학교의 법적 지위를 사회가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학부모 연수와 공적 안내를 통해 학교의 법적 개념과 존재 목적을 공유해야 한다.

 

‘학교민원’은 학교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민원 처리법이 정한 대로 행정기관의 장(교육감·교육지원청장)이 처리해야 할 행정사무다. 학교는 행정기관이 아니라 교육의 장(場)이며, 교원은 교육행정담당자가 아니라 교육전문가다.

 

스웨덴의 옴부즈만 제도는 민원이 내부 행정조직의 업무가 아니라, 조직과 기관이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도록 외부에서 행정권고를 통해 이루어지는 제도임을 보여준다. 민원은 행정을 감시하고 개선하는 외부 통제 장치이지, 내부 직원이 직접 수행하는 사무가 아니다. 이 기본 원리를 잊은 채 학교 안에 민원창구를 두고 교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를 정반대로 오해한 것이다.

 

민원과 관련된 국민신문고나 국민권익위원회 등이 행정기관 내부가 아니라 별도의 외부 독립기구로 설치·운영되는 이유조차 이해하지 못한다면, 이제는 ‘학교민원’의 개념과 기능부터 교육주체 모두가 새롭게 인식하고 공유해야 한다.

 

결국 학교를 행정기관도, 교육행정기관도 아닌 본래의 교육기관으로 되돌려놓는 것, 그것이야말로 교육의 법적 정체성을 회복하고 학교민원 논란을 근본적으로 바로잡는 길이다.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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