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송미나] '전문성 15점, 행정업무 45점?'...교사를 행정가로 내모는 성과상여금 평가

  • 등록 2025.06.01 10:3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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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성장을 외면한 교원성과급 구조의 역설

 

더에듀 | 2025년 교육공무원 성과상여금 제도 개편을 위한 교육부의 설문조사가 현재 진행 중이다. 이번 전국 단위 설문은 모든 교사가 고개를 끄덕일 만한 상식적인 질문으로 시작된다.

 

“열심히 일하고 성과가 뛰어난 사람이 인사와 급여에서 우대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이 문장에 동의하지 않을 교사는 거의 없다. 겉보기에 이 질문은 ‘정당한 보상’이라는 누구도 반대하기 어려운 보편적 정의를 담고 있다.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합당한 보상이 주어져야 한다는 인식은 교육을 포함한 모든 조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질문이 ‘교육’이라는 특수성과 ‘교직’이라는 전문성의 맥락을 제거한 채, 일반 조직의 논리를 그대로 투영하고 있다는 점이다. 질문은 그럴듯하지만, 실제 교원평가 항목과 배점 구조를 살펴보면 이 정의가 교육현장에서는 얼마나 비합리적으로 적용되고 있는지가 명확히 드러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현재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는 다면평가 방식으로 운영되며 정량 80%, 정성 20%의 비율을 적용하고 있다. 항목별 배점은 다음과 같다:

 

○정량평가 : ① 학습지도(30점) ② 생활지도(30점) ③ 전문성개발(10점) ④ 담당업무(30점)

○정성평가 : ① 교육공무원으로서의 태도(10점) ② 학습지도(40점) ③ 생활지도(30점)

④ 전문성개발(5점) ⑤ 담당업무(15점)

 

배점 구조를 들여다보면, 교육의 본질과 평가의 기준이 충돌하고 있음을 단번에 확인할 수 있다.

 

정량평가에서 교사의 본질적 업무와는 거리가 먼 ‘담당업무’ 항목은 무려 30점으로 설정되어 있다. 반면, 교육의 질을 좌우하고 교사의 지속적 성장과 직결되는 ‘전문성 개발’ 항목은 고작 10점에 불과하다. 정성평가에서도 사정은 비슷하다. ‘전문성 개발’은 5점에 그치는 반면, ‘담당업무’는 15점으로 책정되어 있다.

 

이를 종합하면, 교사의 교육적 전문성 향상에 기여하는 활동에 주어진 배점은 정량·정성을 합쳐 15점에 불과하다. 반면, 행정 중심의 ‘담당업무’는 무려 45점에 달한다. 다시 말해, 현재의 성과급 구조는 교사에게 ‘전문성보다는 행정을 성과로 간주한다’는 강력한 신호를 주고 있는 셈이다.


무엇이 교사의 ‘성과’인가?


교육부 설문은 중요한 질문 하나를 우리에게 던진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의 각 요소 중 비중을 조정해야 한다면, 어떤 요소를 확대 또는 축소하겠습니까?”

 

이 문항은 교원 성과상여금 제도의 철학적 핵심을 드러낸다. 교직에서 말하는 ‘성과’란 과연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정책의 실질적 답변은 곧 항목별 배점 구조를 통해 명확히 나타난다.

 

문제는 현재의 성과급 구조가 교사의 전문성을 뒷받침하기는커녕, 오히려 체계적으로 희생시키는 방향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점이다.

 

수업 연구, 학생 이해, 연수 참여, 동료 교사와의 협업 등 교육의 질을 결정짓는 핵심 활동인 ‘전문성 개발’ 항목은 평가 항목에 포함되어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낮은 배점을 받아 그 영향력이 미미하다. 반면, 공문 처리, 문서 정리, 행정 실적 등 교사의 본질적 역할과는 거리가 먼 ‘담당업무’ 항목은 높은 배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러한 배점 구조는 교사에게 ‘무엇이 성과로 인정받는가’를 수치로 강하게 암시하는 무언의 정책 신호로 작용한다.

 

결과적으로, 수업을 연구하고 학생을 깊이 이해하려는 교사는 낮은 평가를 받고, 교육과는 직접적 연관이 적은 행정 실적을 꼼꼼히 챙기는 교사는 높은 평가를 받는 왜곡된 현실이 만들어진다. 이로 인해 교사의 관심과 에너지는 교육의 본질적 실천이 아닌, 행정 중심의 실적 관리로 쏠릴 수밖에 없게 되는 것이다.

 

 

성과급 제도가 지향해야 할 본래의 목적은 교육의 본질을 강화하고 교사의 전문적 실천을 북돋는 데 있다. 그러나 현재의 제도는 오히려 교사로 하여금 그 방향과는 정반대의 길을 걷도록 유도하고 있다. 전문성을 외면한 보상구조가 교단을 흔들고 있는 것이다.

 

교사의 핵심 업무인 수업과 생활지도는 본질적 역할임에도 불구하고, 행정업무와 동일한 무게로 평가되고 있으며, 정작 이 본질을 뒷받침할 전문성 개발 항목은 평가에서 가장 낮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런 구조에서는 교사가 학생 교육에 전념할수록 불이익을 감수해야 하며, 행정 중심의 실적을 쌓을수록 보상을 받는 역설적 현실이 만들어진다.

 

교사는 단지 지식만을 전달하는 사람이 아니다. 교사는 교과 내용의 전문적 전달은 물론, 학생의 발달단계에 대한 이해, 정서적 안정 지원, 관계 형성, 생활지도 등 전인교육의 실천 주체다. 이 모든 교육활동의 근간은 교사의 지속적인 학습과 성찰, 곧 전문성의 심화에 있다.

 

그런데도 이 핵심 역량이 평가 구조상 가장 낮은 점수를 부여받고 있다는 사실은, 제도 자체가 교사의 내적 동기를 저해하고, 교육의 질 향상은커녕 오히려 현장을 퇴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현재의 교원성과급 구조는 교사들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는 셈이다.

 

“교사여, 수업과 학생보다 행정업무에 집중하라. 학생 교육보다 행정 실적이 너의 성과다.”

 

이러한 암묵적 메시지는 수년간 구조적으로 반복되어 왔고, 그 누적된 결과는 오늘날 학교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학교는 점차 전문가 조직으로서의 특성을 잃어가고 있으며, 교사들은 수업과 생활지도를 통한 교육적 실천보다, 행정 중심의 생존 전략에 몰두하게 되었다.

 

학생의 학습과 성장, 그리고 교사의 수업 연구와 협력 실천은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났고,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문제 해결력을 상실한 나약한 전문가 조직으로 전락한 채 학교와 공교육의 구조적 붕괴라는 위기를 마주하고 있다.

 

교원성과급제도는 단순한 보상체계를 넘어, 학교가 무엇을 가치로 삼고 있는지를 드러내는 기준점이다. 어떤 항목에 얼마의 점수를 부여하느냐는 곧 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본질과 교사의 정체성을 어떻게 정의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선언과도 같다.

 

따라서 이 제도의 설계는 단순한 행정적 기술이 아니라, 교육 철학과 학교의 존재 이유를 묻는 근본적인 문제다. 이제 교원의 성과상여금 제도는 단순히 항목별 점수를 조정하는 수준을 넘어, 학교라는 교육기관의 정체성과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철학과 방향을 재정립하는 제도로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이에 따라 다음 세 가지 방향 전환이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첫째, 정량 및 정성평가 항목에서 교원의 ‘전문성 개발’ 비중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

 

교사에게 가장 중요한 자산은 수업을 개선하고 학생을 이해하며 지속해서 성장해 나가는 ‘전문성’이다. 이 핵심 요소가 성과의 중심에 놓이지 않는다면, 교육의 질 향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전문성 개발 항목의 배점을 실질적으로 강화함으로써, 교사들이 자발적 성장과 교육적 실천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둘째, ‘담당업무’ 항목의 배점을 축소해야 한다.

 

공교육의 질은 행정 실적이 아니라 교실에서의 수업과 교육과정의 충실한 운영에서 비롯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의 배점 구조는 교사의 행정이행 능력에 과도한 가중치를 두고 있다. 담당업무는 어디까지나 교육활동을 지원하는 보조적 책임이어야 하며, 해당 항목의 배점은 최소화되어야 한다. 이 구조를 그대로 둘 경우,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닌 ‘행정 수행 조직’으로 오인될 수밖에 없다.

 

셋째, 정량 대 정성 평가 비율을 현재의 80:20에서 60:40으로 조정해야 한다.

 

교육은 수치로 단순 환산될 수 없는 관계, 태도, 성찰, 윤리적 실천이 중심에 있는 고유한 영역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평가 구조는 정량평가에 과도하게 편중되어 있으며, 이는 교육의 본질과 괴리된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성평가의 비중을 40%로 확대함으로써, 교사의 교육적 태도, 실천의 진정성, 학생과의 관계 형성, 공동체적 책임 의식 등을 보다 충실하게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성과평가 제도는 정량과 정성이라는 두 축이 균형 있게 작동할 때에만 교육의 본질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다.

 

이러한 개편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교사들은 결국 ‘무엇에 줄을 서야 하는가’를 전략적으로 판단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행정 업무에 높은 점수가 부여되는 현재의 구조 속에서는, 그 선택이 교원의 정체성을 교육 중심이 아닌 행정 중심으로 기울게 만들 수밖에 없다. 이 선택의 누적은 곧 교원의 전문성을 약화시키고, 결국 공교육의 기반을 되돌릴 수 없을 만큼 무너뜨릴 것이다.

 

이제라도 교원정책은 교원의 본질적 역할인 ‘전문성’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교사들이 자신의 전문성을 기준으로 인정받고 평가받을 수 있도록 구조를 근본적으로 재편해야 한다.

 


정책은 말이 아니라 구조로 말한다


우리는 늘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현실의 교원정책을 들여다보면,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마땅히 뒷받침되어야 할 보상 구조와 인사 제도가 오히려 교사의 전문성 신장을 저해하는 방향으로 작동하고 있다. 정책은 선언적 언어가 아니라 시스템과 그 결과로 말하는 법이다. 그리고 지금의 성과급 구조는 교사에게 분명히 이렇게 말하고 있다.

 

“당신이 우선해야 할 일은 전문성 개발이 아니라 행정업무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무너진 공교육은 결코 회복되지 않는다.

 

학교가 점점 민원 대응 조직으로 변질되고,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교사들이 복잡한 교육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는 근본 원인은, 바로 이 왜곡된 정책 구조에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말’이 아니라 ‘구조’를 바꾸는 용기다.

 

교원성과급제도는 지금부터라도 교육의 본질을 중심에 둔 방향으로 근본적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성과급은 단순히 인센티브 지급의 문제가 아니다. 학교교육의 정체성과 교사의 본질적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명확히 드러내는 구조적 언어이자, 전문가 집단으로서 교원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언어이다.

 

‘우리는 지금 어떤 교육을 기대하고 있는가’에 대한 가장 현실적인 답은, 앞으로 교원성과급 제도가 교사의 ‘전문성’에 얼마만큼의 가치를 부여하고 있는가에 달려 있다.

 

송미나 광주 하남중앙초 수석교사/ 한국교육정책연구소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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