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더하기-하창룡] 교육감 선거, 언제까지 ‘그들만의 리그’로 방치할 것인가

  • 등록 2026.03.09 19:45:45
  • 댓글 0
크게보기

‘3무(無)’ 선거, 괴물 ‘단일화 추진위’를 낳다..."시민 소외, 후보 위에 군림"

영화 '그들만의 리그' 닮은꼴인 교육감 선거..."주권자는 어디에 있나"

 

더에듀 | 1992년 개봉한 페니 마샬 감독의 영화 ‘그들만의 리그’는 제2차 세계대전으로 중단 위기에 처한 메이저리그 대신 발족한 미 역사상 최초의 여성 프로야구 리그 실화를 다룬 코미디이다.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이 만들어 낸 이 ‘대체 리그’는 당시로선 고육지책이자 새로운 도전이었다.

 

하지만 2026년 6월 3일 치러질 제9회 지방선거를 앞두고 펼쳐지는 교육감 선거 양상은 영화 제목 그대로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 모양새이다. 영화는 감동이라도 주었지만, 현재의 교육감 선거는 유권자의 무관심과 제도적 허점 속에서 그들만의 권력 다툼으로 변질되고 있다.


교육감 선거에 없는 세 가지: 당사자, 정당공천 그리고 룰


교육감 선거가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한 데에는 세 가지 결정적인 결핍이 존재한다.

 

첫째, 교육의 당사자가 없다. 유치원부터 초·중·고 교육을 관장하는 수장을 뽑는데, 정작 교육의 핵심 주체인 교사들은 정치 기본권이 없다는 이유로 선거에 어떤 방식으로도 개입할 수 없다.

 

둘째, 정당 공천이 없다. 무소속 후보를 제외하면 정당이 후보를 걸러주는 타 선거와 달리, 교육감 선거는 검증 장치가 전무하다. 매번 10명 내외의 후보가 난립하는 이유이다. 정당 공천은 없지만 현실은 ‘진보 대 보수’로 양분되다 보니, 승리를 위한 ‘단일화’만이 지상과제가 된다.

 

셋째, 단일화 룰이 없다. 공직선거법상 정당이 아닌 단체가 단일화를 추진하는 수단은 극히 제한적이다. 선관위의 유권해석은 보수적이고 느리다. 법적 공백 상태에서 현실을 짜맞추다 보니 온갖 잡음이 발생한다.


‘절대 선’이 된 단일화, 후보 위에 군림하는 추진위


이런 제도적 결함을 파고든 것이 이른바 ‘단일화 추진기구’이다.

 

후보가 중심이 되어야 할 단일화 논의는 어느덧 특정 세력이 주도하는 추진기구에 의해 좌우된다. 이들은 ‘단일화’라는 대의를 앞세워 후보들 위에 군림한다. 추진위에 합류하지 않거나 원칙 없는 운영에 이의를 제기하면 순식간에 ‘진영의 분열 세력’이라는 낙인이 찍힌다.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시 민주진보교육감선거 후보단일화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의 행보가 대표적이다. 추진위가 모집하는 ‘시민참여단’은 사실상 후보들의 조직 동원 통로로 변질되었다는 비판을 받는다. 대다수 시민이 추진위의 존재조차 모르는 상황에서 5000원의 회비를 내고 가입할 이들이 과연 일반 시민이겠는가.

 

심지어 조직 동원의 폐해를 막겠다며 도입한 ‘1인 2표제’마저도, 지지 후보에게 한 표를 주고 나머지 한 표는 유력 경쟁 후보를 떨어뜨리기 위해 행사하는 이른바 ‘역선택’ 도구로 전락했다.

 

홍제남 서울교육감 선거 예비후보는 이러한 내용을 담은 공개질의서를 추진위에 보냈고, 2월 3일 선관위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쳤다. 그러나 추진위로부터 제대로 된 답변을 받지 못해 단일화 등록 서류를 내지 않았다.


고무줄 원칙과 오만한 태도, 누구를 위한 교육감인가


원칙 또한 고무줄이다. 추진위는 당초 2월 4일 경선후보 등록을 마감하며 “추가 합류를 위해서는 기존 후보 전원의 동의가 필요하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현직 정근식 교육감의 영입을 위해 등록 기한을 두 차례나 연장했고, 기존 후보 중 2명이 명확히 반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공식 동의 절차 없이 등록을 강행했다. 그러고는 언론을 통해 ‘합류 환영’ 보도자료를 내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기까지 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른바 ‘시민 사회 대표’라 자처하는 추진위 관계자들의 태도이다. 최근 추진위 상임대표가 SNS에 올린 글은 목불인견이다. 그는 후보들을 향해 “전화나 제대로 받으라”, “추진위는 영원한 엄마 같은 존재가 아니다”는 식의 감정 섞인 비난을 쏟아냈다.

 

이 글에서 읽히는 것은 활동가들의 고충이 아니라, 후보들을 자신들의 통제 하에 두려는 추진위의 오만한 사고방식이다. 교육 수장을 뽑는 과정이 이토록 수준 낮은 감정 싸움과 권위주의로 점철되어야 하는가.


결론: ‘그들만의 리그’를 깨기 위한 근본적 성찰이 필요하다


100만 구독자를 보유한 이재명 대통령이 SNS를 통해 국민과 직접 소통하며 낮은 자세를 취하는 시대이다. 하지만 교육 자치를 실현하겠다는 교육감 선거판은 여전히 밀실 아닌 밀실에서의 단일화 놀음과 ‘상왕’ 노릇을 하려는 추진위의 구태에 갇혀 있다.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를 넘어 ‘그들만의 추태’로 끝나지 않으려면, 이제는 시민들이 눈을 떠야 한다. 단일화라는 명분에 매몰되어 민주적 절차와 상식을 훼손하는 행태를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 추진위는 후보들 위에 군림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후보들은 조직 동원이 아닌 정책으로 승부해야 한다.

 

정치 기본권이 박탈된 교사들 그리고 투표권조차 없는 학생들을 대신해 교육 행정의 수장을 뽑는 엄중한 선거이다. 2026년 6월, 우리가 목격하는 것이 영화 같은 감동일지, 아니면 저급한 코미디일지는 지금 이 순간 단일화 과정의 투명성에 달려 있다.

하창룡 전 국회 비서관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1명
100%
싫어요
0명
0%

총 1명 참여




66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25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