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미나의 THE교육] 학생 폭력은 학교에 가두고, 복지는 학교에 떠넘긴다

  • 등록 2026.04.21 10:4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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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교사를 향한 학생 폭력이 반복되는 가운데, 폭력조차 이념의 대상이 되면서 교육현장은 방향을 잃고 있다.

 

그 결과, 학생 폭력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이 다시 충돌한다. 하나는 폭력을 명백한 규율 위반으로 보고 강한 처벌과 기록을 통해 억제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다른 하나는 폭력의 배경에 주목한다. 학생의 정서적 불안, 가정환경, 심리적 취약성 등 원인을 고려해 지원과 회복을 중심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시선이다.

 

두 시선 모두 틀리지 않다. 그러나 이 논쟁은 결정적인 질문을 외면한다.

 

왜 이 문제를 항상 학교 안에서만 해결하려 하는가.

 

이 질문을 외면하는 한, 어떤 처방도 교실을 지킬 수 없다.


같은 폭력, 다른 기준: ‘폭력’의 축소와 ‘복지’의 확장


현재 교육정책은 같은 폭력을 서로 다른 기준으로 다루는 모순 위에 서 있다.

 

학생 간 폭력은 ‘폭력’으로 규정된다. 기록되고, 제재되며, 경우에 따라 입시에도 반영된다. 그러나 학생이 교사를 향해 행사한 폭력은 어떠한가. 동일한 행위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폭력’이 아니라 ‘교권침해’로 분류된다.

 

같은 폭력인데, 대상에 따라 이름이 달라지고 적용 기준과 강도도 달라진다. 이것은 단순한 제도 미비가 아니다. 국가가 규정한 폭력의 규범 자체가 해체된 상태이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같은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또 하나의 정책이 동시에 작동한다. 학교와 교사가 학생에게 제공해야 할 본질적 복지는 분명하다. 헌법이 보장하는 교육받을 권리, 학습권, 즉 학습복지이다.

 

그러나 현실은 정반대이다. 학습복지는 사실상 소외된 지 오래이다. 교육의 핵심 기능인 학습은 주변으로 밀려나고, 대신 ‘학생복지’라는 이름으로 국가 책임의 사회복지 정책이 교육복지로 포장되어 학교로 무한히 확장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학업성취도와 평가는 ‘아동학대’, ‘서열’, ‘경쟁’이라는 프레임으로 악마화되었고, 그 결과 정상적인 교육적 평가조차 낙인과 인권침해로 둔갑했다. 그로 인해 교사의 전문성과 자율성에 기반한 학습 진단 기능은 약화되었고, 성취 기준 중심의 교육과 학습 격차 해소 정책은 지속적으로 주변화되었다.

 

반면, 학습을 제외한 영역은 무한히 확장되었다. 돌봄, 상담, 민원 대응, 폭력 관련 행정과 사법 업무까지 ‘교육복지’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교사의 핵심 업무로 전환되었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학습권 보장을 위한 교육적 책임은 축소되고, 복지 업무는 무한히 확대되면서 학교와 교사의 정체성은 붕괴되었다.

 


‘학생’ 붙는 순간 학교로: 사회정책, 본래 국가가 책임져야


그런데 더 중요한 사실이 있다. 이 모든 것은 본래 국가가 책임져야 할 사회정책이라는 점이다. 그럼에도 ‘학생’이라는 이름이 붙는 순간, 그 책임은 모두 학교로 집중된다. 학교가 하나의 ‘블랙홀’이 되는 것이다.

 

이는 우연이 아니다. 국가가 학습과 평가의 기준을 해체한 그 방식이, 학생 폭력의 기준과 책임을 흐리고 복지의 개념까지 왜곡하는 데에도 그대로 적용된 결과이다.

 

이 구조를 확장해 보면 그 비정상성은 더욱 분명해진다. 학교 밖에서 아동이 폭력을 행사했다면, 그 처리는 경찰과 사법 체계가 담당하는 것이 원칙이다. 그런데 폭력을 행사한 주체가 ‘자녀’라는 이유로 폭력의 처리 주체 자체를 가정으로 돌린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같은 행위인데, 대상의 이름에 따라 처리 주체가 달라지는 구조가 된다. 이는 제도가 아니라 왜곡이다.

 

근본적인 문제는 여기에 있다. 책임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기능의 배치 자체가 뒤바뀌어 있다는 점이다.

 

폭력은 경찰과 사법 체계가 처리해야 할 공적 사안이다. 그런데 ‘학생’이라는 이유로 그 처리가 학교와 교원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과연 정당한가.

 

같은 행위인데 처리 기관이 달라지는 순간, 기준은 붕괴된다. 학생의 행위를 법적 용어인 ‘폭력’으로 규정하는 순간, 그 사안은 이미 교육의 범위를 벗어난다. 폭력은 사법기관이 다루어야 할 공적 영역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학교가 다룰 수 있는 것은 생활지도다. 이는 처벌이 아니라 교육적 개입을 통해 조정할 수 있는 갈등과 싸움의 영역이다.

 

그런데 지금은 이 경계가 무너졌다. 학교폭력법의 확장 적용으로 일상의 크고 작은 갈등까지 모두 ‘폭력’으로 규정되면서, 교육적으로 다루어야 할 영역마저 형사적 기준으로 재단되고 있다. 그 결과, 갈등은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처벌의 대상이 되었고, 생활지도는 사실상 사라졌다.

 

교육적 개념의 생활지도와 형사법적 개념의 폭력은 하나의 기준 안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 없다. 결국 지금의 학교는 묻고 있다. 이것을 ‘싸움’으로 볼 것인가, 아니면 ‘폭력’으로 규정할 것인가. 폭력으로 규정하는 순간, 생활지도가 설 자리는 없다.

 

 

복지도 마찬가지다. 가정에서 자녀가 아프다고 해서 모든 치료와 복지의 책임을 부모 개인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노인이 질병을 앓고 있다고 해서 그 책임을 가족에게만 맡기지도 않는다. 복지와 폭력은 장소나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문제가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는 공적 영역이다. 그런데 유독 학생에게만 다른 기준이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학생을 둘러싼 폭력과 복지는 국가 책임이 아니라 학교와 교원의 개인 책임으로 설계되어 있다. 법적 권한도, 행정적 처분권도 없는 학교와 교원에게 국가의 핵심 기능이 떠넘겨진 것이다. 이는 정책 실패가 아니라, 국가 책임을 학교로 떠넘기기 위해 처음부터 설계된 구조적 왜곡이다.


학교로 가둬진 학생 문제: 폭력은 가두고 복지는 떠넘긴다.


이제 문제의 구조는 분명해진다. 폭력에 대한 처벌 중심 접근이든, 정서 지원을 강조하는 복지 중심 접근이든,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모든 책임이 학교로 향한다.

 

학생 폭력은 ‘학생 문제’로 축소되어 폭력의 개념을 학교 안에 가두고, 학생을 위한 복지는 ‘학생 맞춤형 정책’으로 확대되어 학교로 무한정 떠넘긴다. 개념을 축소하든 확대하든 결과는 달라지지 않는다. 모든 문제는 결국 학교 안에 가둬진다.

 

결론적으로 국가는 폭력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끊임없이 처방전을 내놓지만, 그 모든 처방은 하나의 동일한 전제 위에 서 있다. 학교와 교원이 해결한다는 것이다. 그 결과, 현재 학교에서 유일하게 작동하지 않는 것은 붕괴되고 약화된 채 무늬만 남은 학생의 학습권과 교사의 교수권이다. 이것이 현재 학교와 학생, 교원을 대상으로 작동하는 교육정책의 실체다.

 

이는 ‘학생’이라는 이름으로 작동해 온 국가정책의 두 얼굴이다. 그 결과는 분명하다.

 

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니라, 폭력·민원·복지를 처리하는 종합 서비스 기관으로 변해버렸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교사의 역할도 근본적으로 바뀌었다. 교사는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복합 행정업무 속에서 분쟁을 처리하고 위험을 감당하는 존재로 전환되었다.


모든 처방은 실패한다: 책임은 사라지고 전략만 남는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은 채, 폭력 기록을 대입과 연계해 처벌을 강화하거나 정서 지원 등으로 학생복지를 확대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기록을 강화하면 입시 경쟁과 법률 시장이 확대되고, 정서지원과 마음건강 등 복지 지원을 확대하면 책임 없는 방치 구조가 반복된다.

 

방법은 다르지만 결과는 같다. 책임은 사라지고, 전략만 남을 뿐이다. 정부가 새롭게 시행하는 ‘사회정서학습’이나 ‘민주시민교육’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다루어져야 할 학습자 행위에 대한 책임이 구조적으로 제거되어 있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문제의 본질: 국가 책임 구조의 붕괴


학생의 교사 폭행 문제는 교권 침해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책임 구조가 붕괴된 문제다. 폭력의 책임은 학교에 떠넘겨지고 복지의 책임도 학교에 전가되며 국가는 제도 뒤로 물러나 있다 이 구조에서는 어떤 정책도 작동할 수 없다.

 

그렇다면 다른 나라는 어떻게 다루고 있는가. 해외는 학생 폭력을 단순히 ‘학생 개인의 일탈’로 보지 않는다. 특히 교사를 향한 폭력은 교육 내부의 문제가 아니라, 공적 기능과 공공질서에 대한 공격으로 인식된다.

 

프랑스에서는 교사를 공적 권위를 수행하는 존재로 본다. 교사를 폭행하는 행위는 단순한 학교 규율 위반이 아니라 공권력에 대한 도전으로 간주되며, 징계위원회와 형사 절차가 동시에 작동한다. 영국은 더 분명하다. 교장이 즉시 배제할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폭력 학생은 동일한 교실에 남지 않는다. 필요할 경우 별도의 교육기관으로 전환된다.

 

미국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학교 내 경찰이 상주하며, 교사 폭행은 즉시 형사 사건으로 처리된다. 폭력은 교육적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법적 책임의 대상이다. 독일 역시 마찬가지다. 폭력은 학교 질서를 넘어 공공질서를 위협하는 행위로 보고 단계적 제재와 전학 조치를 병행하며, 중대 사안은 사법 절차로 연결된다.

 

이 국가들의 공통점은 단 하나다. 폭력은 즉시 분리되고, 학교 밖에서 책임이 작동한다. 그리고 더 중요한 점은 이것이다. 학교가 혼자 책임지지 않는다. 교육, 사법, 행정이 분리되어 각자의 책임을 수행한다.

 

반면 우리는 어떠한가. 폭력은 학교 안에 가두고, 처리는 교육적 설득에 맡기며, 책임은 교사 개인에게 전가한다. 이 구조에서 폭력은 억제되지 않는다. 오히려 반복되고, 누적되며, 결국 사건으로 폭발한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한국에서는 폭력조차 있는 그대로 보지 않는다는 점이다. 폭력은 폭력으로 규정되어야 함에도 그 위에 이념과 프레임이 덧씌워진다. 학생 인권, 낙인 방지, 정서 지원이라는 이름 아래 폭력의 성격은 흐려지고, 책임의 기준은 약화된다.

 

그 결과, 폭력은 규율의 대상이 아니라 해석과 논쟁의 대상이 된다. 폭력을 폭력으로 보지 않는 순간, 폭력을 멈출 기준은 사라진다.

 


결론: 학교의 역할,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재정립해야


이제 결론은 분명하다. 문제는 폭력이 아니라, 폭력과 교원, 그리고 학교를 왜곡해 다루는 국가의 방식 자체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강한 처벌도, 더 많은 복지도 아니다. 폭력은 동일한 기준으로 규율하고, 복지는 교육의 본질인 학습을 중심으로 재구성하며, 국가가 책임져야 할 영역을 다시 분리해야 한다.

 

폭력과 복지는 더 이상 학교에 맡겨둘 문제가 아니다. 국가는 학생 폭력을 학교 내부 사안이 아닌 공적 사안으로 명확히 규정하고, 교사 대상 폭력은 즉시 경찰과 사법체계로 이관되는 구조를 확립해야 한다. 학생 간 폭력과 교사 대상 폭력은 동일한 기준으로 규율되어야 하며, 대상에 따라 달라지는 왜곡된 기준을 바로잡아야 한다.

 

기록은 남기되, 처벌이나 입시 연계 수단이 아니라 책임과 관리, 개입을 위한 별도 체계로 국가가 직접 운영해야 한다. 전학 시 정보 단절을 막고, 반복적 위험 신호에 대한 개입이 가능하도록 국가 단위의 연계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또한 교사 보호는 개인의 책임이 아니라 국가의 책임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교사 대상 폭력 사건에 대해서는 국가가 형사·민사 대응을 전담하고, 교육청은 법적 대응 기능을 실질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고위험 학생은 일반 교실에 방치할 대상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분리·관리해야 할 대상이다. 교육·정신건강·복지·사법이 연계된 통합 대응 구조는 필요하다. 그러나 그 중심은 학교가 아니라 국가가 주도하는 외부 공적 체계여야 한다. 통합 보다 중요한 것은 누가 운영하느냐다.

 

국가는 학교의 기능을 근본적으로 재정립해야 한다. 학교를 폭력과 민원, 복지를 떠맡는 기관으로 둘 것이 아니라, 학습을 중심으로 하는 교육기관으로 바로 세워야 한다.

 

폭력은 학교에 가두지 말고, 복지는 학교에 떠넘기지 말며, 책임은 국가가 직접 지는 구조로 다시 설계해야 한다. 이 구조를 바꾸지 않는 한, 교육으로 포장된 학생 폭력은 멈추지 않는다. 책임은 사라지고, 폭력은 반복된다. 그 결과는 하나다. 학생 폭력은 계속될 것이다.

송미나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정책고문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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