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AI 시대, 교육의 최우선 질문...“우리는 왜 가르치는가?”

  • 등록 2026.04.20 11: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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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우리는 이것을 왜 만드는가?(Why are we making this?)”

 

고(故)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는 생전 새로운 제품이나 콘텐츠를 기획할 때마다 집요하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고 한다. 이 질문에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그것은 혁신이 아니라 단순한 기술적 확장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철학이었다.

 

현재 대한민국 교육계는 ‘AI 디지털 교과서’, ‘에듀테크 활용 교육’ 등 거대한 기술적 변화의 과정에 서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잡스가 던졌던 그 본질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있는가?

 

“우리는 왜 AI 교육을 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철학적 답변이 부재한다면, 우리의 교육 개혁은 값비싼 기기를 보급하고 소프트웨어를 업데이트하는 ‘기능적 업그레이드’ 수준에 머물고 말 것이다.

 


지식의 ‘소유’에서 ‘활용’으로: 정답 없는 시대의 생존 전략


과거의 교육은 지식을 머릿속에 얼마나 많이, 정확하게 저장하느냐를 지향하는 일종의 ‘지식의 소유’ 게임이었다. 하지만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지식의 양적 축적은 더 이상 인간만의 경쟁력이 아니다. 이제 교육의 철학적 기저는 ‘지식을 소유하는 인간’에서 ‘가치를 창조하는 인간’으로 전환돼야 한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교육 선진국 ​핀란드는 현상 기반 학습(Phenomenon-based learning)에서 교과목의 경계를 허물고 ‘기후 변화’나 ‘유럽 연합’ 같은 실제 현상을 중심에 두고 있다. AI가 정보를 찾아줄 수는 있지만, 그 정보를 조합해 복합적인 사회 문제를 해결하려는 의지는 인간의 영역이라 할 것이다.

 

우리 교육 역시 “왜 배우는가?”에 대한 답을 ‘문제 해결력’에서 찾아야 하는 시대적 생존 전략의 필요성에 직면해 있다.


‘기술적 격차’보다 무서운 ‘사고력의 격차’


​AI 시대에 가장 우려되는 점은 기술 활용 능력의 차이가 아니라, 질문하는 능력의 양극화라 할 수 있다.

 

AI는 명령(Prompt)에 따라 결과물을 내놓는다. 수준 낮은 질문에는 수준 낮은 답변이 돌아온다. 이제 우리 교육 정책의 핵심은 학생들에게 최신 태블릿을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AI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 것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인문학적 소양에 있어야 한다.

 

강의실 없는 대학으로 유명한 미네르바 대학(한국의 테제 대학)은 세계 유명 교육 도시를 돌면서 소중한 경험을 쌓고 모든 수업을 토론으로 진행하며, 학생들에게 끊임없이 ‘왜?’를 묻게 한다.

 

AI를 도구로 쓰되, 그 결과물을 비판적으로 검증하고 재해석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 이것이 우리 교육이 지향해야 할 ‘삶의 힘’을 기르는 실무적 철학이라 할 것이다.

 


‘연결’과 ‘공감’: 기계가 흉내 낼 수 없는 마지막 보루


스티브 ​잡스가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서고자 했던 이유는, 결국 기술의 목적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에 있었기 때문이다.

 

AI 시대 교육의 목적 역시 과거 인본주의의 시작을 알린 르네상스 시대처럼 인간성(Humanity)의 회복이어야 한다. 알고리즘이 추천해 주는 확증 편향의 굴레에서 벗어나,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공동체의 문제를 함께 고민하는 ‘민주시민 역량’이 교육의 중심에 서야 할 것이다.

 

예컨대, ​예술과 체육 교육의 재발견을 하도록 AI 시대에는 감각을 깨우는 예술 교육과 신체적 부대낌이 있는 체육 교육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그 기저에는 “우리는 왜 이 교육을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기계와 차별화된 인간의 감수성과 유대감을 지키기 위해서”라고 답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어떻게(How)’가 아닌 ‘왜(Why)’에서 시작하는 교육 개혁


우리가 추구하려는 ​교육 개혁은 단순히 시스템의 교체에 그쳐서는 안 된다. 그것은 사회의 미래 가치를 설계하는 일이어야 한다. ​

 

정부가 추진하는 AI 3대 강국을 향한 교육 정책이 현장에 뿌리내리려면, 교사와 학생, 학부모 모두가 “이것을 왜 하는가?”에 대해 공감과 가슴 설레는 합의에 도달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세계적인 디지털 흐름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라는 수동적인 태도로는 결코 혁신을 이룰 수 없다.

 

4차 산업혁명과 최첨단 디지털 시대​에 우리의 교육 철학은 “AI라는 도구를 활용해, 인간의 잠재력을 극대화하고, 더 나은 공동체를 만드는 주도적인 인간을 길러내는 것”이어야 한다. 스티브 잡스가 아이폰을 통해 세상을 연결했듯, 우리 교육도 AI를 아이들이 각자의 고유한 천재성을 발견하도록 돕는 획기적인 도구가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 교육 당국에 묻는다.

 

“우리는 이 거대한 교육의 변화를 왜 하려고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민국 정부는 물론 교육계의 누구나 공감하는 설득력 있는 답변이 준비되었을 때, 비로소 진정한 이 시대의 교육 개혁은 시작될 것이라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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