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사교육으로 인한 ‘에듀푸어’의 비극을 끝낼 교육개혁, 늦출 수 없어

  • 등록 2026.03.25 17:5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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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근 ​퇴직 후 다소간이라도 평온해야 할 공무원 연금 생활자의 생활을 멈추고 취업 전선에 뛰어들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것은 나를 위한 것이 아니라, 주택 대출금과 자녀들의 학원비를 걱정하는 아들 부부의 생활을 가까이서 목격하는 것이 마치 생선 가시가 목에 걸린 듯 마음에 걸리고 불편하기 때문이다. 이는 현실적으로 비단 나 혼자만의 사정이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2026년 대한민국이 마주한 가장 시리고 아픈 자화상 중의 하나가 있다. 최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사교육비 통계는 또 한 번의 충격을 가져다준다. 전체 사교육비 총액은 5년 만에 소폭 감소했다지만,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60만 4000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아이들은 줄어드는데 각 가정의 부담은 오히려 무거워지는 이 기이한 역설은, 우리 교육 시스템이 임계점을 넘어 파국으로 치닫고 있음을 알리는 통고장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오래전부터 사교육 공화국이란 오명을 쓰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사교육비는 단순히 교육의 문제를 넘어 ‘가계 경제의 암세포’가 되었다. 젊은 부부들은 내 집 마련 이자와 천정부지로 치솟는 학원비(요즘 학원은 3달 치 비용을 한꺼번에 요구하는 일이 많다) 사이에서 월급 빼고는 모든 것이 오르는 상황에서 갈수록 숨막히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를 두고 조부모 세대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손주들의 학원비를 보태기 위해 은퇴 후에도 단기 일자리를 찾는 결단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사교육을 잡기 위해 가장 시급한 정책은 공교육의 기능을 ‘대량 생산’에서 ‘개별 맞춤’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그동안의 공교육은 25~30명 정도의 한 교실 학생에게 똑같은 진도를 나가는 획일화된 구조였기에, 뒤처지거나 앞서가는 아이들이 모두 학원으로 달려갔다.

 

작년에는 현장에 ​AI 디지털 교과서의 현장 안착을 시도했으나 부실한 준비 상태와 미해결 사항들이 즐비한 상태에서 제동이 걸리고 교과서가 아닌 참고 자료로 전락한 채, 현재로서는 그저 단순한 전자기기 보급에 그친 상태에 있다.

 

실제로도 학생 개개인의 취약점을 분석해 실시간으로 보완해 주는 ‘지능형 튜터’로 활용해야 한다는 거대한 취지는 표류하고 있다. 그러니 학원 셔틀버스의 행렬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그뿐이랴. 방과 후 돌봄의 질적 고도화를 위한 각종 정책들의 시행이 시급해졌다. 부모가 퇴근 전까지 아이를 학원 ‘뺑뺑이’ 돌리지 않아도 되도록, 학교 안에서 예체능과 교과 보충이 완결되는 고품질 ‘늘봄학교’ 체계를 국가가 책임지고 완성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사교육비 폭등의 근본 주요 원인은 결국 ‘한 줄 세우기’식 입시 제도로 귀착된다. 아무리 공교육을 강화해도 대학 문턱이 상대평가 점수로 결정된다면 사교육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

 

수능 및 내신 절대평가 체제 전환 역시 이제는 서둘러야 한다. 이는 무한 경쟁의 강도를 낮추기 위해 변별력이라는 이름의 가혹한 평가 방식을 끝내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혹자는 어떻게 변별력으로 아이들을 대학에 보낼 것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대학은 도대체 뭐하는 기관인가? 대학은 나름의 학교 방침과 교육철학에 의해 잠재력 있는 인재를 뽑아 국가가 필요한 인재로 육성하는 자율적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

 

현재처럼 공정성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손을 대지도 않고 코를 풀고자 하는 대학의 고질적인 대응책은 분명 문제가 많다. 이제 우리의 학교와 교육 시스템은 줄 세우기식 공부가 아닌, 자신의 역량을 증명하는 공부 체제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지역 거점 대학 육성 및 공동 학위제를 시급히 정착시켜야 한다. 이로써 특정 대학에 가기 위해 재수 및 n수를 불사하는 구조를 깨야 한다.

 

권역별 거점 대학들의 교육 수준을 상향 평준화하고 대학 간 네트워크를 강화하여, '인서울' 열풍을 잠재울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이러한 노력을 병행하지 않는 교육부와 대학은 어쩌면 당연히 해야 할 직무를 유기한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교육개혁은 학교 담장 안의 노력만으로는 불가능하다. 기업들이 여전히 명문대 간판을 최우선으로 간주한다면 학부모들은 사교육에 돈을 쏟아부을 수밖에 없다.

 

직무 역량 중심 채용 확산도 빼놓을 수 없다. 정부와 경제계가 협력하여 실제 직무 역량과 포트폴리오 중심의 채용 문화를 제도화해야 한다. ‘어느 대학’ 출신인가 보다 ‘무엇을 할 줄 아는가’의 역량이 대접받는 사회가 될 때 사교육 광풍은 잦아들 것이다.

 

우리가 지금 교육개혁을 미룬다면, 미래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더욱 기피할 것이고 조부모 세대의 빈곤은 가속화될 것이다. 막대한 비용이 아이들의 창의성을 키우는 곳이 아니라, 미래 대학 입시를 염두에 두고 선행학습으로 준비 단계를 앞당겨 문제 풀이 기술을 익히는 데에 낭비되는 경제적, 물리적 국력 손실을 이제는 멈춰야 한다.

 

정부는 정치적 이해득실을 떠나 교육 현장과 소통하며 획기적인 개혁의 칼을 뽑아야 한다. 은퇴한 공무원이 손주들의 학원비를 위해 다시 구직 사이트를 뒤지는 일 없는 세상, 부모의 소득 격차가 아이의 실력 차이로 직결되지 않는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시대에 완수해야 할 가장 시급한 국가적 과제라 할 것이다.

 

​사교육으로 양극화가 더욱 악화되는 것을 바로 잡는 교육개혁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대한민국 공동체의 '생존'이라 믿는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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