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최근 중앙일보(2025.10.29.)에 의하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하 ‘사걱세’)의 조사 결과는 고교 수학 시험이 과연 ‘공교육 정상화’라는 이름 아래 제대로 기능하고 있는지를 심각하게 재고(再考)하게 만든다.
조사에 따르면 전국 유력 16개 고교의 고1 1학기 중간고사 수학 시험에서 출제된 370문항 중 68문항(약 18.4%)이 현행 고교 교육과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실은 단지 일부 학교의 문제를 넘어, 수학 내신시험이 어떻게 사교육을 부추기고 있는지 우리 교육체계를 돌아보게 만든다.
교육과정 밖 문항 출제의 실태
사걱세가 분석한 전국 16개교 중 어느 한 곳도 예외 없이 수학 시험에서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을 포함했다. 특히 입시 실적이 뛰어난 고교일수록 그 비율이 높았고, 서울 강남·서초 지역 4곳에서는 평균 17.7%였던 반면, 사교육이 덜 과열된 구로·금천구 지역 4곳은 11.8%였다.
이 통계는 단순히 몇 문제가 잘못 나왔다는 수준이 아니다. 교육과정이 정하고 있는 ‘공통수학Ⅰ·Ⅱ’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무시한 문항이 학교 내신시험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미 대학입시 단계에서도 유사한 문제가 반복되어 왔다. 예컨대 2023학년도 수능 수학 영역에서 문항 46개 중 8개(17.4%)가 고교 교육과정의 수준과 범위를 벗어났다는 분석이 나왔고, 대학별 논·구술에서도 고교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제가 13.8% 출제됐다는 보고도 있다.
이런 흐름이 지금 고1 내신시험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는 것은, 출제 난도·내용이 ‘고교 교과수업으로 해결이 가능한 수준’을 훌쩍 넘고 있음을 의미한다.
왜 ‘고교 수학 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가
첫째, 학교 시험에 교육과정 밖 내용이 포함된다는 것은 학교 수업·교과서 진도만으로는 준비하기 힘들다는 의미다.
즉, 학생들은 학교 외 시간에 추가적인 학습을 해야만 해당 시험에 대비할 수 있다. 이는 자연스럽게 과외·학원 등 사교육 시장으로 향하게 만든다.
둘째, 특히 ‘입시 실적이 좋은 고교’나 ‘사교육이 활발한 지역’에서는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이는 학교 시험 자체가 경쟁력 보여주기용으로 ‘더 어려운’, ‘선행된’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는 의심을 키운다.
사걱세는 이 대목에서 “사교육 과열 지구, 의대·서울대 진학 상위 고교일수록 교육과정 미준수 문항 비율이 평균보다 높았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내신 시험 잘 보면 대학 진학이 수월하다’는 구조에 익숙해져 있다. 학교가 이러한 기대에 맞추어 시험을 출제하면, 학생·학부모로서는 ‘학교 내신에 준비하지 않으면 뒤처질 수 있다’는 압박을 느끼게 된다. 결국 사교육 선택이 주된 전략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셋째, 교육과정 밖의 질문은 곧 ‘누가 먼저 배우고 익혔느냐’가 중요해진다. 이것은 ‘선행학습’ 문화로 연결된다.
이미 대학 수능 평가 단계에서도 ‘선행학습’을 옹호하듯이 “공교육만으로 대비하기 어렵다”는 목소리가 나오게 된다.
고교 내신에서 출제 난도가 교육과정 범위를 넘으면, 학생들은 자연스레 사교육 과외 시장에서 유리한 콘텐츠를 찾아 헤매게 되는 것이다.
교육 현장과 정책에 던지는 물음
이런 상황에서 이제 몇 가지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된다.
우선 학교 내신시험의 출제 기준은 어디에 있는가? 교사가 자유롭게 난도·범위를 정해 왔다면, 그것은 학교 자율이 아니라 책임 회피가 될 수 있다. 교육과정과 평가 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라는 법적 제도적 장치가 있지만, 현실은 ‘관행대로’, ‘기출 따라’ 출제하는 학교가 많다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교육청·교육부는 내신 평가에서 교육과정 범위와 수준 준수 여부를 얼마나 엄격히 관리·감독하고 있는가? 매번 중간, 기말 이후 선행학습 점검 실태로 문서로 보고하고 있지만 이는 관리의 영역 밖에서 은밀하게 자행되고 있다고 본다. 따라서 사걱세는 “시도교육청은 내신시험의 교육과정 준수를 철저히 관리·감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서 ‘난도’ 제고와 ‘변별력’ 확보라는 출제 목표가 학생들의 학습과정을 왜곡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실하게 점검할 필요가 있다.
본래 내신시험은 학생이 그 학년·학기 동안 학습한 내용을 얼마나 습득했는지를 평가하는 기제여야 한다. 그러나 그 목표를 넘어서 ‘학교 경쟁력 과시’ 혹은 ‘입시 대비용 예고’로 작동한다면, 평가가 교육을 지배하는 방식으로 바뀌게 된다.
내신시험이 본래 기능을 되찾기 위해
첫째, 학교 시험 출제 시 교육과정 성취기준과 평가기준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이를 준수한 문항만을 출제할 수 있도록 ‘출제지침’을 강화해야 한다. 사걱세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러한 점을 여러 차례 지적했다.
둘째, 출제 전·후 검토위원회를 운영해 문항이 교육과정 범위·수준을 벗어나지 않았는지 제3자가 확인하도록 해야 한다. 예컨대 대입 수능에서도 이러한 검토 과정이 문제 제기된 바 있다.
셋째, 학교·교사도 시험 준비 과정에서 학생들에게 ‘이번 시험의 범위는 여기까지다’라는 명확한 안내를 하고, 수업 중에 대비 가능한 유형·난도를 제시해야 한다. 시험이 예측 불가능하거나 ‘기출을 벗어났다’는 인식이 늘어난다면 불안감은 학생·학부모로부터 사교육 의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넷째, 교육과정이 허용하는 범위를 넘어선 ‘고난도·선행 내용’이 시험에 포함된다면, 그것은 곧 공교육만으로는 준비할 수 없는 시험이라는 신호가 된다. 결국 사교육이 우위를 차지하게 되는 구조다. 이 구조를 극복하려면 시험이 학생의 ‘학습점검’이 아니라 ‘경쟁시험’으로 기능하는 현실을 바꿔야 한다.
학교 시험, 학습의 마무리이자 성장의 점검이 되도록
‘내신시험이 사교육을 부추기는 주범’이라는 주장은 다소 강한 표현일 수 있지만, 현실이 그렇게 흐르고 있다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학교라는 공간이 학생들에게 안전지대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불안지대이기도 하다는 역설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학생들은 정해진 시간 동안 배우고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런데 만약 시험이 불명확한 출제 범위, 예측 불가능한 난도로 구성된다면, 학생은 두 길밖에 남지 않는다. 하나는 ‘무리하게 스스로 감내하고 나가려는 노력’이고, 다른 하나는 ‘외부의 힘(사교육)을 빌리는 선택’이다. 후자는 결국 경제적 격차가 교육격차로 연결되는 악순환을 만들어 내게 된다.
내신시험이 교육의 일부가 아니라 입시로의 디딤돌로 변질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우리 교육은 교육의 본질적 기능을 마주해야 한다.
공교육이 학생을 성장시키는 공간이라면, 그 기제인 시험도 공정하고 예측이 가능해야 한다. 시험이 난도를 이유로, 경쟁력을 이유로 ‘더 어렵게’ 나간다면, 그것은 학생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학생에게 큰 부담이자 짐이 된다.
이번 조사 결과를 계기로, 학교 시험이 다시 학생을 위한 학습의 마무리이자 성장의 점검으로 자리 잡도록 우리 사회가 고민해야 한다.
학교 시험이 이른바 킬러 문항으로 사교육을 부추기는 구조에서 공교육 중심으로 철저하게 돌아와야 한다. 그 길이야말로 교육이 제자리를 찾는 길이자, 학생 모두에게 공정하고 의미 있는 학습 경험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