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교 급식만 제대로 제공해도 전 세계 영양결핍 인구를 1억 2000만명 줄일 수 있다.”
이 문장은 최근 12월 26일자 동아일보의 기사이다. 이는 급식을 단순한 학교 행정이 아닌, 인류 보건과 교육의 핵심 정책으로 재인식하게 한다. 한마디로 급식은 한 끼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것은 아이의 성장선이고, 사회의 복지에 대한 품격이며, 국가가 미래에 대한 책임이다.
동 기사에 의하면 전 세계 사람들의 보건과 지구환경 관점에서 학교 급식의 질을 높여야 하는 과학적 당위성을 제시했다. 2030년까지 모든 아동에게 건강한 학교 급식을 제공하면 영양결핍 인구를 획기적으로 줄이는 동시에 연간 80만~120만명의 식습관 관련 질환 사망 억제, 온실가스 배출 감소 등 다양한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마르코 슈프링만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글로벌보건연구소 교수가 이끄는 국제 연구팀은 급식 매뉴 구성이 지구환경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결과도 내놨다.
채소 비중을 높이고 육류·유제품을 줄이면 온실가스 배출, 토자·물 사용 등 여러 환경 지표를 종합해 평가한 ‘환경부담 총량(환경 영향)’이 기존 식단 대비 약 50% 감소한다는 분석이다. 반면에 현행 국가별 또는 세계보건기구(WHO) 식이 지침만 따를 경우 환경 영향 감소 효과가 거의 없어 기존 지침 개혁이 필요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안타깝게도 2025년도는 학교 조리종사자 파업을 둘러싼 논란으로 우리 사회가 급식을 얼마나 가볍게 여겨왔는지를 적나라하게 드러냈다. 급식이 중단되자 불편함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왔지만, 정작 질문은 충분히 던져지지 않았다. 이 급식이 누구에게, 어떤 의미였는가, 라는 질문이다. 많은 아이에게 학교 급식은 하루 중 유일하게 균형 잡힌 식사이며, 가정 형편과 상관없이 보장되는 최소한의 안전망인 것을 부정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아동기의 영양 결핍은 개인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영양이 부족한 아이는 학습 집중도가 떨어지고, 신체·정서 발달에 장기적인 영향을 받는다. 이는 학업 성취도의 격차로 이어지고, 다시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학교 급식은 이 악순환을 끊는 가장 직접적이고 효과적인 정책이다. 따라서 유엔과 세계보건기구가 학교 급식을 ‘가장 비용 대비 효과가 높은 사회 투자’로 규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그러나 효과적인 급식은 자동으로 유지되지 않는다. 안전하고 질 높은 급식은 전문성과 노동 위에 성립된다. 매일 수백(천) 명의 식사를 책임지는 조리종사자들의 노동 강도는 이미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이들의 처우를 개선하라는 요구는 특권이 아니라, 아이들의 먹거리를 지속 가능하게 지키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급식을 공공재로 인정한다면, 이를 담당하는 노동 또한 공공의 존중을 받아야 한다.
학교 급식에 대한 인식 전환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급식은 ‘값을 아껴야 할 영역’이 아니라 ‘투자해야 할 영역’인 것이다.
서두의 슈프링만 교수는 “건강하고 지속 가능한 학교 급식이 전 세계 모든 지역에서 건강 및 환경적 이익을 창출할 수 있다”며 “학교 급식에 대한 대안 투자는 효과적이고 경제적으로 타당하다”고 말했다.
교실에서 아무리 좋은 교육과정을 운영해도, 아이의 몸이 버티지 못하면 교육은 작동할 수 없다. 즉, 교육의 출발선은 교과서가 아니라 식판 위에 놓여 있다고 할 수 있다.
더 나아가 급식은 교육 그 자체이다. 아이들은 급식을 통해 건강한 식습관을 배우고, 공동체의 규칙을 익히며, 공공의 배려를 경험한다. 질 좋은 급식은 아이들에게 사회가 자신을 돌보고 있다는 믿음을 준다. 그 경험은 성인이 되어 사회를 대하는 태도로 되돌아올 수 있다.
학교 급식을 지키는 일은 약자를 위한 시혜가 아니다. 그것은 미래 세대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국가 전략이자 책임이다. 급식을 비용으로 보는 사회는 미래를 절약하고, 급식을 투자로 보는 사회는 미래를 키울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아이들의 점심을 국가의 중심 과제로 다시 세우는 일이라 할 것이다.
2025년을 보내며 그간의 학교 조리종사자들의 봉사와 헌신에 고개 숙여 경의를 표하고자 한다. 아울러 올해 해결하지 못한 각종 처우와 근무 환경 개선에 국가와 교육 당국이 더 적극적으로 나서 2026년에는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아이들에게 영양 있고 균형 잡힌 급식이 제공되어 미래 세대들의 건강과 학력 향상에 이바지하는 한 해가 되길 소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