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최근 한국교육개발원이 발표한 국제교사교직원조사(TALIS) 예비 결과에 따르면, 한국 교사 중 25.9%가 ‘교사가 된 것을 후회한다’고 응답했다. 이는 OECD 평균(13.3%)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교육계는 이 통계를 놓고 충격을 넘어 위기의 신호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같은 조사에서 대다수 교사는 ‘교사로서 자긍심을 느낀다’고도 답했다. 아이들과의 관계, 수업을 통한 보람,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등은 여전히 교사들을 지탱하는 힘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처럼 ‘후회’와 ‘자긍심’은 극단의 대립이 아니라, 오늘날 교사 한 사람 안에 공존하는 현실이다. 대한민국 교직은 지금 이 두 감정 사이에서 심하게 요동치고 있다. 문제는, 이 균형이 무너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사실이다.
교사의 후회, 단순한 감정이 아니다
‘교사 된 것에 대한 후회’는 단순한 감정 표현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학부모 민원, 생활지도 무력화, 과중한 행정업무, 낮은 사회적 존중 등 교직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이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2023년 서이초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사회적 충격을 불러왔고, 교권 회복에 대한 범국가적 요구를 이끌어 냈다. 이후에도 유사한 사례들이 이어지며, 많은 교사가 “교실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고 토로하고 있다. 최근에는 충남의 한 중학교 교사가 과중한 업무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자 애도의 물결을 타고 순직 처리 요청으로 대응되고 있다.
이처럼 교사들은 수업 외에도 과도한 행정 업무, 평가, 민원 대응에 쫓기며, 정작 학생에게 온전히 집중할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어 교사가 되었지만, 지금은 일상이 생존의 싸움”이라는 현장 교사의 목소리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교직은 누군가에겐 ‘소명’이다
반면, 여전히 많은 교사는 교단에서 보람을 느끼며 자긍심을 잃지 않고 있다. 강원특별자치도의 한 작은 초등학교에서는 열악한 환경에도 불구하고 자비를 들여 독서 공간을 만들고, 방과 후에도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는 교사가 언론에 소개돼 큰 감동을 주었다.
그들은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내가 하는 일이 결코 헛되지 않다는 걸 느낍니다”라고 말한다. 이처럼 교사의 자긍심은 제도나 처우가 아닌 ‘학생의 변화’에서 비롯된다.
이 두 가지 현실은 서로 배척하는 것이 아니라, 오늘날 교직의 복합적 구조를 보여준다. ‘후회하는 교사’와 ‘자긍심을 지닌 교사’는 다른 사람이 아니라, 하나의 교사 안에 공존하는 두 감정이라는 점을 우리는 인정해야 한다.
우리 교육의 향후 대책, 어디서 시작할 것인가
이제는 단순히 “교사를 보호하자”는 감성적 접근을 넘어서야 한다. 실효성 있는 제도 개혁과 학교 운영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여기에 그 몇 가지를 제안하고자 한다.
첫째, 교사의 업무 정상화를 위한 구조 개편이 시급하다.
행정업무 경감, 보조 인력 확충, 학교 밖 민원에 대한 대응 매뉴얼 마련 등은 교사가 수업과 생활지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다.
둘째, 교권을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안전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단순한 법 제정에 그치지 않고, 교사 보호 전담기구 운영, 학교 내 갈등 조정 시스템, 악성 민원에 대한 신속하고 실질적인 법적 조치 등이 필요하다.
셋째, 교사들의 정서적 회복과 전문성 성장을 지원해야 한다.
정기적인 상담, 치유 프로그램, 자율 연수 기회 확대를 통해 교사들이 스스로를 돌보고,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은 사람이 하는 일이며, 사람이 무너지면 교육도 무너진다.
넷째, 모든 정책은 ‘학생 중심’이어야 한다.
교사 처우 개선도, 업무 경감도 결국은 ‘학생의 배움’으로 귀결되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는 이유는, 그들이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교사 중심이 아닌, 학생 중심의 교육 회복이 본질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가르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게
‘후회’와 ‘자긍심’ 사이에서 전국의 교사는 오늘도 교단에 선다. 누군가는 지쳐 있고, 또 누군가는 불씨를 지키고 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어느 쪽을 비난하거나 감싸는 것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이 두 감정이 함께 존재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그 간극을 메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
교사들이 다시 “가르치는 것이 기쁨”이라고 말할 수 있을 때, 그 교실에서 자라는 아이들 또한 행복할 수 있다. 그 시작은, 교육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부터 바꾸는 일이다.
이제 우리 선생님들이 후회보다는 기쁨과 행복이 더 많아지는 교직이 되길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