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카투사, 국방 의무를 넘어 교육 기회로

  • 등록 2026.01.21 20: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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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주한미군에 배속된 한국군 증원병인 카투사(KATUSA, Korean Augmentation Troops To the United States Army)는 단순한 군 복무 형태를 넘어 독특한 역사와 교육적 가치를 지닌 제도이다. 1950년 한국전쟁이라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창설된 카투사 제도는 한미 연합방위의 상징이자, 지난 75년간 수많은 한국의 청년들에게 세계와 직접 맞닿는 경험의 장을 다양한 측면에서 제공해 왔다.

 

카투사의 가장 큰 특징은 미군 부대 내에서의 실전 근무 환경이다. 논산 훈련소에서 5주의 기초 군사훈련을 받은 후 평택 카투사 교육대에서 한국 청년들은 일상적인 작전, 행정, 훈련 과정 전반을 OJT(On the Job Training)란 프로그램 하에서 공식 언어인 영어로 소화해야 한다.

 

단순한 어학 시험 대비식 학습이나 단기 해외연수로는 결코 얻기 힘든, ‘생존형 언어 환경’에 해당한다. 특히 경제적·사회적 여건으로 인해 장기 해외 체류나 영어연수의 기회를 갖기 어려운 청년들에게 카투사는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면서 동시에 고밀도의 영어 몰입 환경을 경험할 수 있는 드문 제도적 통로라 할 수 있다.

 

교육학적으로 볼 때, 카투사 복무 환경은 의사소통 중심 언어교육(Communicative Language Teaching)과 내용 기반 학습(Content-Based Instruction)의 실제적 구현에 가깝다.

 

병사들은 영어를 ‘공부’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업무 수행과 인간관계 형성의 도구로 사용한다. 명령을 이해하지 못하면 임무 수행이 어렵고, 의견을 명확히 전달하지 못하면 협업이 불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영어는 교과목이 아니라 삶의 기술로 체화된다. 이러한 경험은 전역 이후에도 높은 전이 효과를 발휘해, 대학 수학 능력과 국제적 직무 수행 역량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

 

또한 카투사는 언어 교육을 넘어 문화 간 이해 교육의 장이기도 하다.

 

미군 장병들과 함께 생활하며 청년들은 리더십, 토론 문화, 다양성에 대한 존중, 합리적 의사결정 방식 등을 자연스럽게 접한다. 단순한 ‘미국 문화 체험’이 아니라, 글로벌 시민 즉, 세계시민으로 성장하기 위한 비형식 교육의 과정이라 볼 수 있다. 한국 사회에서 비교적 획일적인 조직 문화에 익숙한 청년들에게 이러한 경험은 자기 성찰과 시야 확장의 계기로 작용한다.

 

실제 사례를 보더라도 카투사의 교육적 효과는 분명하다.

 

미8군과 국방부가 공동으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카투사 출신 인원 중 상당수가 전역 후 외교, 통상, 국제기구, 글로벌 기업 등 영어 활용도가 높은 분야로 진출하고 있다. 또한 일부 연구에서는 카투사 복무 경험이 영어 의사소통 자신감과 다문화 수용성 지표에서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를 보인다는 분석도 제시된 바 있다. 카투사가 단순한 병과 배치가 아니라, 국가가 제공하는 하나의 공공 교육 기회로 기능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필자 역시 대학 4학년 후반에 공고를 통해 알게 되어 시험(영어, 국사, 국민윤리-3과목)을 치르고 성적 순서에 의해 차례대로 입대하는 방식에서 1983년 1기인 2월 입대자(350명)의 한 명으로 26개월을 복무한 바 있다.

 

용산 대대 본부와 의정부 소재 한미 야전사령부인 캠프 레드 클라우드(Camp. Red Cloud)를 오가며 항공관제중대에서 근무했다. 이때 획득한 영어 사용 능력은 평생 교육 현장에서 영어 교사로 봉직하는데 더 없이 자신감과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던 것을 고백하고자 한다.

 

물론 카투사가 모든 청년에게 동일한 교육적 성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개인의 태도와 노력, 근무 환경에 따라 경험의 질은 달라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방의 의무라는 불가피한 시간을 청년 개인의 성장과 학습으로 연결하는 제도적 장치를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카투사는 여전히 재조명될 가치가 있다. 군 복무가 경력의 단절이 아니라 학습의 연속선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바로 카투사이기 때문이다.

 

황금같이 소중한 청년의 시간을 어떻게 사회적 자산으로 전환할 것인가? 이에 대해 카투사 제도는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오래된 하지만 여전히 유효한 답을 우리에게 제시하고 있다.

 

이 글의 독자들 중에서 아직 군복무를 해결하지 못한 청년들이나 자녀를 둔 부모들은 이를 숙고해 인생의 전환기를 국방 의무와 함께 자신의 성장과 발전을 위한 교육의 기회이자 발판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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