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학의 THE교육] ‘어부, 어부, 어부바~’...성적 보다 사람을 향한 마음

  • 등록 2025.10.23 15:2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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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을 ‘어부바’ 해주는 따뜻한 동행의 교육

 

더에듀 | 요즘 지상파 방송을 통해 등장한 “어부, 어부, 어부바~, ○○!”이란 한 글로벌 은행의 광고가 주목을 받고 있다.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다가갈 수 있는 따뜻한 동행의 메시지를 전한다. 우리가 어릴 적 들었던 익숙한 ‘어부바’라는 말이 주는 향수를 자극하고 잔잔한 동심의 미소를 짓게 만들어도 준다. 마음의 고향, 어머니의 다정하고 따뜻함을 느끼면서 어딘지 든든하고 의지하고 싶은 마음도 불러일으킨다.

 

‘이 울림 있는 메시지를 우리의 교육 현장인 교실에도 적용해 본다면 어떨까?’

 

“선생님, 오늘은 그냥 제 얘기만 들어주면 안 돼요?”

 

어느 고등학생이 조용히 털어놓은 말이다. 수능을 앞둔 압박, 친구 관계의 갈등, 가정의 어려움마저 겹친 학생은 어느새 지쳐 있었다. 책상 앞에 앉아 있지만, 마음은 이미 무너져 있었다.

 

그 순간, 그는 의지하고 싶은 절대적인 대상을 찾고 있었다. 이때 교실 안의 교사가 바로 최적이라 할 수 있다.

 

교사가 해야 할 일은 교과서 지식만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마음을 가만히 업어주는 것이다. 이는 최선이자 최대의 교육적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우리는 지금 전례 없는 복합적 위기의 시대를 살고 있다.

 

3년 여의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면서 학생들은 사회적 고립과 학습 결손을 겪었고, 디지털 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주의력 결핍과 정서 불안을 초래하고 있다.

 

교육부가 발표한 2023년 학생정서·행동특성검사 결과에 따르면, 고위험군 학생 비율은 초등 2.6%, 중등 3.6%, 고등 4.2%로, 해마다 증가 추세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사가 학생을 ‘어부바’하는 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할 것이다.


‘공감’이라는 첫 걸음


‘어부바’는 단순한 신체적 동작을 넘어, 정서적 지지를 상징한다.

 

아이가 힘들다고 말할 때 “괜찮아, 나도 네 마음 알아”라고 말해주는 교사의 태도는 말 그대로 마음을 업어주는 행위라 할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의 2022년 <학생정서지원 우수사례집>에 의하면 한 중학교에서는 ‘마음 나눔 일기’ 프로젝트를 통해 학생들이 하루에 한 줄씩 감정을 적고, 교사가 이에 댓글을 다는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학생들은 “내 감정을 처음으로 누군가 읽어주고 반응해줘서 위로받았다”고 응답했다. 이런 공감은 Wee 센터나 상담실에서만 가능한 것이 아니다. 교실 안의 작은 대화 한 줄이 더 큰 울림을 줄 수 있다.

 


‘함께’라는 힘


코로나19 이후 등장한 학습 격차는 단순한 지식의 차이가 아니라 기회의 차이에서 비롯되고 있다.

 

대구시교육청의 2023년 <교육격차 해소 우수학교 사례집>에 따르면 대구의 한 고등학교는 방과 후 ‘배움 멘토링’을 운영하여 학습이 느린 학생들에게 선배가 1:1로 공부를 도와주는 제도를 마련했다. 단순한 학습 보충이 아니라, 선배와 후배가 삶을 나누는 관계가 되었다.

 

이 제도를 경험한 한 학생은 “내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처럼 ‘어부바’는 일방적 도움이나 기부가 아니라 함께 다정하게 걷는 것이다. 친구, 선생님, 지역사회가 함께 연결될 때 아이는 넘어져도 다시 일어설 수 있다.

 


‘가능성’이라는 선물


경남의 한 중학교는 ‘꿈 찾기 진로캠프’를 통해 학생 개개인의 강점을 찾아주는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공부에 흥미를 잃었던 학생이 연극 프로그램에 참여해 소질을 발견했고, 이후 지역 극단과 연계해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한 교사는 “처음에는 말도 없던 아이가 무대에 서니 눈빛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학생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길을 열어주는 것, 그것이 이 시대의 진정한 어부바라 할 것이다. 교육은 결국 사람을 향한 일이다.

 

우리가 학생들에게 “더 열심히 해!”라고 말하기 전에, “지금 얼마나 힘들었니?”라고 물어볼 수 있어야 한다. 지식은 때로 위로가 되지 않지만, 따뜻한 시선은 그 자체로 아이를 일으키는 힘이 될 수 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성적 향상 프로그램’보다 ‘사람을 위한 기다림’이다. ‘어부바’는 뒤에서 묵묵히 받쳐주는 사랑의 표현이라 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에도 교실 안에는 말없이 무거운 짐을 짊어진 아이들이 있다. 교사는 그들 개개인의 삶을 짐작할 수는 없지만, 함께 업고 걸어줄 수는 있다.

 

학생을 향한 진심 어린 응원과 기다림, 그리고 끝까지 함께하겠다는 교사의 다짐이 따뜻한 동행의 어부바가 되어주면 교육은 미래의 커다란 희망의 불씨가 될 것이다.

전재학 교육칼럼니스트/ 전 인천산곡남중 교장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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