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김승호 객원기자 | ‘데이터 기반 개별화 수업’이라는 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연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DT)의 성공 여부는 ‘교사의 데이터 활용 전문성과 플랫폼의 기술적 완성도’에 달려있다는 실증적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교사들은 새로운 교육 환경에 적극적으로 도전하며 학생의 주도성을 높이는 성과를 거두는 한편, AI 분석의 신뢰성 및 사용자 편의성 개선 등 현장의 목소리를 높였다.
김가은, 김예인, 김황(이상 천재교육), 이동국 경북대 교수가 AIDT를 수업에 직접 활용하고 있는 초·중등 교사 56명을 대상으로 초기 사용 경험을 심층 분석한 논문 ‘초중등 교사의 AIDT 활용 수업 초기 경험 분석: 근거이론을 기반으로’을 교육공학연구 제41권 제3호에 발표했다.
근거이론에 기반한 이번 연구는 AIDT가 촉발한 교실 내 변화의 중심 현상을 ‘데이터 기반 개별화 수업에 대한 도전’으로 규정하고, 이 도전을 둘러싼 조건과 전략, 결과를 체계적으로 분석했다.
교실에 들어온 데이터, 교사의 역할을 바꾸다
연구팀에 따르면,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AIDT를 통해 전통적인 일제식 수업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뚜렷한 동기를 보였다. 모든 학생에게 동일한 진도를 적용하던 기존 방식이 학습 격차를 유발한다는 문제의식과 여러 교육용 앱을 오가야 했던 데이터 단절의 불편함이 통합 플랫폼에 대한 강한 요구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교사들은 AIDT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수업의 전 과정에 활용하는 구체적인 전략들을 실행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수업 전 대시보드를 통해 학생의 정답률, 학습 시간 등을 분석해 학습 수준을 진단하고 ▲진단 결과를 토대로 학생별 맞춤형 콘텐츠와 학습 경로를 설계했으며 ▲수업 중에는 자동 채점 기능과 학습 로그를 근거로 객관적인 피드백을 제공했다. 나아가 ‘칭찬 도장’ 같은 사회정서적 기능을 활용해 학습 동기를 유발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였다.
데이터 기반 수업 방식의 도입은 교실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연구에 참여한 교사들은 학생들이 자신의 학습 현황을 직접 확인하고 목표를 수정하는 과정에서 자기주도성과 학습 효능감이 눈에 띄게 향상되었다고 평가했다. 교사 스스로도 개별화 수업을 설계하고 실행하는 전문성이 강화되는 효과를 경험했다.
그러나 현장의 도전이 성과로만 이어진 것은 아니다. 교사들은 AI의 학습 진단 및 분석 결과에 대한 신뢰성, 문항의 난이도 구성 및 교육과정 연계 타당성 문제를 지적하며 콘텐츠의 질적 개선을 요구했다.
또한 복잡한 화면 구성과 잦은 기술적 오류 등 사용자 편의성(UI/UX) 문제를 제기하며, 안정적인 시스템 운영을 위한 기술적 고도화가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공적 안착의 핵심 ‘데이터의 순환’
연구팀은 AIDT의 성공적인 활용 모델로 ‘데이터 순환형 개별화 수업 모형’을 제시했다. 이 모형의 핵심은 수업 전-중-후에 걸쳐 데이터가 단절 없이 순환하는 구조이다.
즉, ‘수업 전 데이터 기반 진단·설계 → 수업 중 맞춤형 경험 제공 → 수업 후 결과 분석 및 차기 수업 재설계’로 이어지는 선순환 고리를 통해 개별화 수업의 질을 지속해서 높여나가는 메커니즘이다.
그러면서 AIDT의 성공적 안착은 단순히 기술을 보급하는 차원에서 끝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교사가 데이터를 교육적으로 해석하고 수업을 재구성하는 ‘데이터 리터러시’ 역량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라며 “체계적인 연수와 함께, 현장 교사들의 피드백을 반영해 플랫폼을 끊임없이 개선하는 노력이 병행돼야 AIDT가 교육 혁신의 진정한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