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교육현장 혁신 "이제는 변화 아닌 안정"

  • 등록 2025.10.02 08:36:40
  • 댓글 0
크게보기

더에듀 | 교육은 궁극적으로 개인의 성장 자산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발전에 기여해야 한다. 교육의 목적과 방향성을 설정하는 데 있어 학생들의 경험과 고민을 공유하며, 함께 활용하는 방식을 찾아가는 소통 교육이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따라서 독자의 관점에서 교육의 가치를 다시금 생각하게 하고, 교육의 방향에 대한 이해와 토론을 이끌어 내는 의미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이루기 위해 교육에 대한 생각을 공유하고자 한다.

 

 

지난주 한 학부모 카페에서 본 글이 마음에 걸린다.

 

“요즘 애들 교육이 너무 자주 바뀌어서 뭘 믿고 준비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한숨 섞인 하소연이었다.

 

댓글에는 비슷한 고민을 토로하는 부모들의 목소리가 수백 개 달렸다. 이것이 2025년, 대한민국 학부모들의 솔직한 현실이다.


끝없는 불안의 늪


25년 가까이 교육 현장을 지켜보며 느낀 것이 있다. 학부모들의 불안은 시대가 바뀌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오히려 더 깊어지고 있다. 애 그럴까.

 

첫째, 입시 제도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흔들렸다.

 

정시냐 수시냐, 학생부냐 수능이냐. 학부모들은 그저 아이가 중학교에 입학할 때 적용될 제도가 무엇인지조차 확신하지 못한다. “지금 안 보내면 늦는다”는 학원가의 불안 마케팅은 이런 혼란을 파고든다.

 

둘째, 교실이 무너지고 있다.

 

교권은 추락했고, 생활 지도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한 중학교 교사는 이렇게 말했다.

 

“요즘은 수업 시간에 떠드는 학생을 주의 주는 것조차 조심스럽다.”

 

교사가 교육에 집중하지 못하는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은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

 

셋째, 디지털 격차는 새로운 계층 분화를 만들고 있다.

 

AI와 코딩 교육이 중요하더라도, 정작 그 혜택은 정보와 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가정에 집중된다.

 

나머지 아이들은 또다시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학부모들을 짓누른다.


‘변화’만이 능사는 아니다


문제는 이런 불안에 대한 해법으로 또다시 ‘변화’와 ‘혁신’이 제시된다는 점이다. 새로운 제도, 새로운 정책, 새로운 교육과정. 하지만 끊임없는 변화는 더 큰 혼란만 낳았다.

 

이제는 솔직해질 때가 됐다. 학부모들이 원하는 것은 거창한 혁신이 아니다.

 

믿고 맡길 수 있는 ‘안정된 교육 시스템’이다. 내일 또 바뀔지 모르는 제도가 아니라, 일관되고 예측 가능한 교육 환경이다.

 

보수 교육의 가치가 재조명받아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수는 ‘퇴행’이 아니다. 급변하는 시대일수록 변하지 말아야 할 본질을 지키는 것, 그것이 진정한 보수의 의미다.


신뢰할 수 있는 교육의 네 기둥


안정된 교육 시스템은 네 가지 기둥 위에 세워져야 한다.

 

첫째, 공정한 기회이다.

 

부모의 배경이 아닌 학생 개인의 노력과 능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자사고와 특목고를 없애는 것이 평등이 아니다.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하되, 누구나 공정하게 도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진정한 공정이다.

 

둘째, 안정된 교실이다.

 

교권을 회복해야 한다. 교사가 존중받고, 학생 지도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는 환경이 요구된다. 이것 없이는 어떤 교육 혁신도 공염불에 그친다. 교실의 질서는 학생들의 학습권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셋째, 학부모와의 소통이다.

 

학부모를 교육의 방해물로 보는 시각은 틀렸다. 학부모는 교육의 동반자이다. 학교가 무엇을 가르치고, 어떻게 평가하는지 투명하게 공유할 때, 학부모의 불안은 신뢰로 바뀐다.

 

넷째, 사람 중심의 AI 교육이다.

 

기술은 도구일 뿐이다. 기초 학력과 인성 교육이라는 기본 위에 디지털 역량을 쌓아야 한다. 코딩 조기 교육에 목매기보다, 생각하는 힘과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먼저 길러줘야 한다.


이제는 ‘안정’이 혁신이다


교육 현장에서 수많은 교육 개혁을 지켜봤다. 그중 대부분은 실패했다. ‘왜 그랬을까?’

 

변화를 위한 변화, 구호를 위한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정작 교실 현장과 학부모들의 목소리는 외면했다.

 

이제 대한민국 교육은 방향을 바꿔야 한다. 무엇을 더할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지킬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흔들리지 않는 기본, 믿을 수 있는 원칙, 예측 가능한 시스템. 이것이 바로 학부모들이 간절히 원하는 교육의 모습이다.

 

변화가 많은 시대일수록, 안정이 더 큰 가치를 발한다. 우리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또 하나의 실험이 아니다. 든든한 기본기 위에서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는, 흔들리지 않는 교육 환경이다.

 

이제 '안정과 신뢰'가 대한민국 교육을 이끌 때다.

 

 

김영배= 교육자이자 비영리 사회 단체장으로 25년 이상을 교육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다.

 

교육은 사회 성장의 기반이 되는 자양분과 같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교육학 박사로서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위한 교육의 방향은 무엇인지를 중점적으로 연구하는 연구자이기도 하다.

 

특히, 인적자산이 대부분인 대한민국의 현실에 비춰, 소통과 협력 능력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으며, 지식보다 인문학적 소양과 다양성 교육이 미래세대에게 더 가치 있고 필요한 생활자산이라 생각하고 있다.

 

급변하는 사회 흐름 속에서 교육의 중요성이 더 강화되고 있다는 기본 인식 속에 미래 가치를 어떻게 준비하고 연구해야 하는지를 국내외 사례 분석을 통해 논해 보고 싶어 한다.

김영배 한국 서비스산업진흥원 이사장/ 지속가능경영학회 회장 te@te.co.kr
Copyright Ⓒ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27건의 관련기사 더보기





대표전화 : 02-850-3300 | 팩스 : 0504-360-3000 | 이메일 : te@te.co.kr CopyrightⒸ 2024 (주)더미디어그룹(The Media Grou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