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배의 THE교육] 교육개혁 시험대: ‘고교학점제 혼돈’ 끝낼 ‘수능자격고사’ 도입 절실

  • 등록 2025.10.30 21:3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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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취임 후 던진 ‘수능·내신 절대평가 전환’ 화두는, 현재 고교 교육의 핵심인 고교학점제가 겪는 ‘제도적 비극’의 민낯을 드러냈습니다.

 

‘학생 성장’을 지향하는 학점제가 ‘줄 세우기’를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5등급 상대평가 대입 체제에 포획되면서, 교육 현장은 혼란과 좌절에 빠져 있습니다.

 

이 혼란의 근본 원인이 고교학점제 설계 당시 고교 체제 개편(외고·자사고 일반고 전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 정부가 충분한 숙의나 공론화 없이 상대평가 중심의 대입 제도를 밀어붙인 데 있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과거 정부 탓만 할 때가 아닙니다. ‘교육정책의 일관성과 신뢰’를 강조하며, 정책 혼선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준엄한 요구 앞에, 이재명 정부는 이 혼돈을 수습하고 미래 교육의 기반을 다질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서울대 10개 만들기’ 같은 거대 담론도 중요하지만, 교육 현장에서 가슴 졸이는 고교생들을 위한 ‘고교학점제 보완’이 최우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반쪽짜리’ 학점제의 비극: 대안 없는 5등급제는 죄악이다


고교학점제는 본질적으로 학생이 자신의 진로·적성에 따라 과목을 선택하고, 그 과정에서 성취도를 절대평가로 인정받는 시스템입니다. 그러나 현행 내신 5등급 상대평가는 이 시스템을 철저히 교란합니다.

 

우선 ‘쉬운 과목 쏠림’ 현상입니다. 심화 학생들은 자신의 진로 심화 학습 대신 ‘상대적으로 등급 따기 쉬운’ 과목으로 몰립니다. 소수 학생만 듣는 심화·특성화 과목은 개설 자체가 어려워지거나, 개설되더라도 학생들이 등급 경쟁의 불리함을 피하기 위해 외면하는 ‘선택권 역차별’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자퇴 러시와 낙인 또한 문제입니다. 내신 경쟁이 고교 1학년 때부터 극심해지면서, 일부 상위권 학생들의 자퇴 현상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동시에 최소 성취 수준에 미달한 학생들은 ‘미이수’라는 교육적 낙인에 시달리며 학습 동기를 잃고 있습니다.

 

학교 간 격차 심화도 심각합니다. 교육 여건이 좋은 학교는 다양한 선택 과목을 개설할 수 있지만, 그렇지 못한 학교는 선택의 폭이 좁습니다. 상대평가 체제 하에서 이는 ‘내신 유불리’로 직결되어, 고교학점제가 고교 서열화를 해소하기는커녕 지역 및 학교 간 격차를 확대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이 모든 혼란은 ‘내신 절대평가’라는 전제가 무너진 채 학점제를 도입한 정책 비정합성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교육 혼란을 끝낼 ‘정책 정합성’ 복원 로드맵


현정부는 과거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제라도 고교학점제의 본래 취지를 살리는 ‘정책 정합성’을 복원해야 합니다. 최교진 장관의 발언을 ‘개인 입장’으로 축소할 것이 아니라, 국가 교육 개혁의 공식 의제로 승격시켜야 합니다.

 

우선 대입 제도의 ‘큰 틀’로 수능·내신의 전면 절대평가 선언해야 합니다.

 

가장 빠른 적용 시나리오인 2032학년도(현재 초등 6학년) 대입 개편안에 ‘수능 및 내신 전 과목 절대평가 전환’을 포함하는 것을 국가교육위원회의 공식 논의 의제로 상정하고, 조속히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합니다.

 

수능을 ‘경쟁 시험’이 아닌 ‘대학 수학능력 확인을 위한 자격고사’로 전환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고교 교육 현장의 무의미한 ‘수능 대비용 수업’을 근절하고, 고교학점제의 다양한 수업 운영을 가능하게 해야 합니다.

 

절대평가 ‘신뢰성 확보’를 위한 외부 개입 강화도 필요합니다.

 

절대평가 전환의 최대 위험 요소인 ‘내신 부풀리기’와 ‘학교 간 편차’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객관적 보정 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외부 기관 협력 평가 도입을 제안합니다. 장기적으로 서·논술형 평가 등 주관식 평가의 문항 출제와 채점 기준을 국가 또는 광역 단위의 전문 기관이 일정 부분 담당하는 방식을 검토해야 합니다. 이는 학교 내 평가의 객관성을 보완하고, 고교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서·논술 역량을 기르는 수업을 활성화할 것입니다.

 

학생부 기록의 구체화 또한 필요합니다. 변별력이 낮아지는 성적 대신, 학생부 ‘세부 능력 및 특기 사항(세특)’에 기록되는 학생의 과목별 성취 과정, 노력, 태도가 실질적인 대입 전형 자료가 될 수 있도록 기록 가이드라인을 정교화하고, 대학과의 연계를 강화해야 합니다.

 

고교학점제 ‘운영 여건’도 긴급히 확보해야 합니다. 교원 부족, 시설 미비 등 학점제의 현실적인 운영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아무리 제도를 바꿔도 실패할 수밖에 없습니다.

 

우선 적정 교원 정원 긴급 확보가 필요합니다. 고교학점제 필수 과목 운영을 위한 교원 정원을 즉각적으로 확보하고, 특히 심화·소인수 과목 담당을 위한 강사 인력 풀을 지역 교육청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지원해야 합니다.

 

최소 성취 수준 지도 부담 완화해야 합니다. ‘미이수’에 대한 과도한 부담을 줄이고, 낙인을 해소하기 위해 최소 성취 수준 보장 지도의 방식과 출결 및 학생부 기재 방식을 교육적 관점에서 재검토하여 교사와 학생의 업무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완화해야 합니다.


교육 정책은 ‘실험’이 아닌 ‘미래를 향한 투자’입니다.


‘고교학점제와 대입제도의 미스매치’라는 혼란은, 정부가 정책의 일관성, 신뢰, 그리고 숙의의 가치를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입니다.

 

최교진 장관은 ‘고교생들의 가슴 졸임’을 최우선으로 두고, 구조적이고 대안적인 개혁을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합니다.

김영배 지속가능경영학회 회장/ 성결대 교수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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