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와 미래교육] ⑦김은현 사서교사...챗GPT 시의 정보 탐색, ‘검색’에서 ‘대화’로

  • 등록 2025.08.04 16: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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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사서교사는 문해력, 정보활용, 미디어리터러시 등 미래교육의 핵심을 담당하며 학생들의 경험과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에듀>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의 학습과 경험을 돕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과 기획연재 ‘사서교사와 미래교육’을 마련했다. 교수 설계 전문가로서의 사서교사 위상을 알림으로써 배치 확대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2022년 말 등장한 ChatGPT는 출시 2개월 만에 월간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하며 정보 생태계의 지형을 모조리 바꿔놓았다.

 

키워드 중심의 단방향 정보 검색에서, 완전한 문장으로 대화하며 답을 얻는 지식 생성 시대로의 전환이 시작된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편리함 뒤에는 AI 기술의 고질적인 문제인 ‘환각(Hallucination)’과 ‘편향성(Bias)’같은 위험이 존재한다.

 

AI가 그럴듯한 거짓 정보를 사실처럼 만들어 내거나 학습 데이터의 편견을 비판 없이 증폭시키는 문제는 끊임없이 제기된다.

 

결국, AI는 학생들에게 가장 친숙하면서도 동시에 가장 교묘한 함정을 품은 ‘정보원’인 셈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교 도서관의 역할이 대두된다.


수업 속으로: 데이터로 발견하고, AI와 대화하며 답을 찾다


국어과, 사회과와 연계하여 각각 ‘에세이 쓰기’와 ‘탐구 보고서 작성’ 수업을 진행했다. 그러나 담당 선생님들은 해마다 비슷한 고민에 부딪혔다. 학생들이 자신의 관심사를 탐구 주제로 확장하고, 그에 적합한 자료를 찾아내는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을 겪는다는 점이다.

 

도서관이 이 부분을 중점적으로 지도해 주길 바라는 것은 당연한 요청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예년의 고민 위에 새로운 문제가 더해졌다. 학생들의 과제물 곳곳에서 AI의 흔적이 발견되기 시작한 것이다.

 

일부 학생은 AI가 제안한 주제나 초고를 그대로 가져와 제출하는 경향을 보였고, 이는 단순한 성실성의 문제를 넘어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학문의 본질적 과정이 생략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낳았다.

 

‘그렇다고 AI를 무조건 금지하는 것만이 능사일까?’

 

이미 학생들의 삶 깊숙이 들어온 기술을 외면하는 것이 과연 교육적으로 옳은 방향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했다.

 

이에 필자는 AI를 금지하는 대신, AI를 정보원의 한 종류로 삼아 이를 올바르게 활용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쪽으로 수업의 목표를 수정하고, 이를 위해 ‘발견-심화-검증’의 3단계 탐구 과정을 설계했다.


1단계: 데이터로 주제를 ‘발견’하기


탐구의 첫 단계는 막연한 관심사를 구체적인 키워드로 만들고, 그 연구 가치를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과정에서 시작한다.

 

단순히 흥미에만 의존해 주제를 정하면, 막상 연구를 시작했을 때 참고할 자료가 부족해 탐구를 이어가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학생 자신의 직관을 데이터로 증명하는 과정을 수업에 포함했다.

 

먼저 학생들은 활동지를 바탕으로 관심 분야의 세부 키워드를 10개에서 15개 정도 탐색한다. 이후 학술 데이터베이스(DBpia)와 뉴스 아카이브(빅카인즈)에서 해당 키워드를 상세 검색하며 정보의 양을 계량적으로 파악한다.

 

이렇게 파악한 정보량을 산점도의 X축에, 주제에 대한 흥미도나 참신성 같은 질적 가치를 점수화하여 Y축에 설정한 뒤 각 키워드를 좌표상에 표시한다.

 

이 과정을 거치며 학생들은 ‘흥미롭다고 생각한 주제가 아직 연구가 부족하구나’ 혹은 ‘이 주제는 정보도 풍부하고 흥미도도 높으니 깊이 탐구할 만하다’와 같이 데이터에 기반하여 합리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 경험을 한다.

 


2단계: AI와 대화하며 관점을 ‘심화’하기


데이터 분석으로 잠재력 있는 주제 키워드를 선별했다면, 다음은 AI와 대화를 통해 탐구 주제를 심화할 차례다.

 

이 단계의 목표는 AI에게 정답을 구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는 떠올리기 힘든 새로운 관점을 얻고 자신의 질문을 더 날카롭게 만들기 위해 AI를 활용하는 데 있다.

 

이를 위해 먼저 학생들에게 생성형 AI의 특징과 환각(Hallucination) 현상 같은 주의 사항을 안내했다. 이어서 효과적인 프롬프트 작성의 4가지 원칙인 ‘역할 부여, 명확한 지시, 맥락/조건 설정, 형식 지정’을 바탕으로 AI에게 모호한 질문 대신 구체적인 임무를 부여하도록 지도한다.

 

예를 들어 ‘기후 변화와 해양 오염’에 관심이 생긴 학생은 다음과 같이 아이디어 확장을 위한 질문을 던진다.

 

“너는 고등학생의 탐구 보고서 작성을 돕는 길잡이야. 기후 변화와 해양 오염을 큰 주제로, 고등학생 수준에서 탐구할 만한 구체적인 에세이 주제 3가지를 추천해 줘. 각 주제를 추천하는 이유와 어떤 방향으로 탐구를 심화할 수 있을지 함께 제안해 줘.”

 

여기서 핵심은 AI의 첫 답변에 머무르지 않도록 지도한 점이다. 처음에는 AI의 모호한 답변에 실망하던 학생들도, 포기하지 않고 추가 질문을 던지며(Iteration) 답변의 질을 높여나가도록 이끌었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AI의 답변을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자신의 탐구 질문을 더욱 날카롭게 발전시키는 귀중한 경험을 한다.

 


3단계: 전통적 정보원으로 내용을 ‘검증’하기


AI와 대화를 통해 날카로운 탐구 관점까지 설정했다면, 마지막 단계는 그 내용을 신뢰할 수 있는 정보로 채우고 검증하는 것이다.

 

이 단계에서는 의도적으로 AI 사용을 배제하고 전통적인 정보 검색 및 평가 수업을 진행했다.

 

이제 막 정보 탐색의 세계에 발을 들인 학생들이 AI의 편리함에만 익숙해지기 전에 정보의 원리를 이해하고 질 좋은 정보를 스스로 판별하는 기초를 길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AI가 제안한 관점이나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근거를 찾기 위해 다시 학술 데이터베이스와 공신력 있는 웹사이트 등을 탐색한다. 그리고 찾아낸 정보들을 ‘CRAAP 모형’(최신성, 관련성, 권위성, 정확성, 목적성)의 5가지 기준에 따라 꼼꼼하게 평가하고, APA 양식에 맞춰 출처를 기록한다.

 

이 과정은 AI가 생성한 정보의 사실 여부를 교차 검증하고, 편향성을 걸러내며, 탐구의 깊이를 더하는 핵심적인 활동이다. 학생들은 이 과정을 통해 AI의 답변을 맹신하는 대신, 검증을 거친 정보만을 선별하여 자신의 지식으로 재구성하는 훈련을 하게 된다.

 


AI 시대를 항해하는 도서관의 새로운 사명


AI가 만들어 내는 현상은 완전히 새로운 문제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본질은 정보 리터러시 교육이 오랫동안 다뤄온 과제와 깊이 맞닿아 있다.

 

팩트체크, 편향성 분석, 비판적 사고 등 전통적 정보 평가 원칙이야말로 AI의 함정을 간파하는 가장 강력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서교사는 정보 리터러시 전문가로서 AI를 새로운 ‘정보원’의 하나로 받아들이고, 그에 맞는 AI 리터러시 교육을 필연적으로 주도해야만 한다.

 

지금까지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정보 탐색 방법을 가르치기 위해 도서관을 찾았지만, 이제 그 역할은 생성형 AI에게 어떻게 질문하고, 교묘한 거짓에 속지 않으며, AI의 답변을 주체적으로 활용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학생이 AI의 편리성에 안주하는 소비자가 아닌, AI를 지적으로 활용하여 자신만의 지식을 재구성하는 주체적인 생산자가 되도록 돕는 것. 그것이 바로 AI 시대 사서교사에게 주어진 새로운 사명이다.

 

AI 활용 능력이 미래 사회의 필수 역량이 된 지금, 학교 도서관이 책의 창고를 넘어 학생들이 미래를 항해하는 데 필요한 핵심 역량을 기르는 ‘교육 혁신의 허브’로 자리매김해야 할 결정적 순간이다.

 

김은현= 대학원에서 인공지능 융합 교육을 전공하며 이론적 깊이를 더하는 한편, 리터러시 역량과 AI 기술을 접목하는 교육 실천에 몰두하고 있다. 현장 연구를 통해 이론과 실제를 겸비한 교육 모델을 모색하고, AI·에듀테크 선도교사, 학교 디지털 교육 혁신을 위한 학교 컨설팅 코디네이터 등 활발한 활동으로 동료 교사들과 그 경험과 지식을 나누는 데 힘쓴다. 학교도서관이 기술과 인문학이 만나 새로운 배움이 일어나는 혁신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김은현 서울 경기여고 사서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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