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교사와 미래교육] ⑨오선지 사서교사 “탈진실 시대, 학교도서관서 진실을 찾다”

  • 등록 2025.08.18 16: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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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사서교사는 문해력, 정보활용, 미디어리터러시 등 미래교육의 핵심을 담당하며 학생들의 경험과 지평을 넓히는 역할을 하고 있다. <더에듀>는 이처럼 다양한 분야에서 아이들의 학습과 경험을 돕고 있는 사서교사의 교육활동을 알아보기 위해 ‘전국사서교사노동조합’과 기획연재 ‘사서교사와 미래교육’을 마련했다. 교수 설계 전문가로서의 사서교사 위상을 알림으로써 배치 확대 필요성을 제안하고자 한다.

 


진실이 흔들리는 시대, 믿을 수 있는 나침반을 확인하기


우리는 지금,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과 믿음이 여론을 이끄는 ‘탈진실(post-truth)의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는 넘치지만, 무엇이 믿을 만한지 판단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정보가 아니라, 정보를 선별하고 해석하며 공동체 안에서 진실을 함께 구성해 가는 역량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학교 도서관과 사서교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진다.


‘탈진실(post-truth)’이란 무엇인가


영국 옥스퍼드 사전은 ‘탈진실’을 ‘객관적 사실보다 감정이나 개인적 신념이 여론 형성에 더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진실은 점점 파편화되고, 정보는 ‘믿고 싶은 것만 믿는’ 개인의 확증편향 속에서 소비된다. 이러한 환경에서 청소년들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하루에도 수백 개의 뉴스와 게시물에 노출되며, 무엇이 사실인지, 왜곡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사서교사는 학교 도서관의 다양한 정보 자원을 바탕으로 정보의 신뢰성과 출처를 판별하고, 다양한 관점을 탐색하며, 사실에 근거한 판단을 길러내는 미디어리터러시 교육의 주체이다.

 

학교 도서관은 집약된 정보를 바탕으로 학생들이 질문을 던지고, 비판적으로 성찰하며 서로의 생각을 나누는 지적 토론의 장을 지향한다.

 

‘탈진실 시대의 해독제, 학교 도서관에서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탈진실’이라는 시대의 물음에 나름의 답을 찾아가고자 했던 수업을 소개한다.


‘탈진실(post-truth)’을 주제로 한 프로젝트 수업


학생들은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자료를 수집·분석하며 자신의 관점을 형성해 가는 프로젝트 수업을 통해 협력과 탐구, 비판적 사고력을 키울 수 있다.

 

수업의 핵심은 탈진실의 개념을 이해한 것을 바탕으로 탈진실 현상의 원인과 사회적 영향을 분석한 것을 넘어 우리의 민주주의와 공동체 신뢰를 지키는 방안을 함께 탐구하는 것이다.

 

‘탈진실’이라는 현상을 수업의 대주제로 설정하고, 이것을 다섯 가지의 하위 주제로 나누어 해당하는 기본 자료를 제공해 읽고 요약할 수 있도록 했다.

 

여기에서 ‘기본 자료’란 학교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거나, 구독하는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이용할 수 있는 단행본 또는 전문 자료다.

 

사서교사는 주제에 부합하면서 학생의 수준에 맞고, 다양한 탐구 질문을 유도할 수 있는 텍스트를 선정하고, 발췌하여 제시한다.

 

학생들은 다섯 가지 하위 주제 중 자신의 지적 탐구심을 자극하는 요소를 하나 선택하여 기본 자료를 읽고, 요약한다. 이 과정에서 생기는 질문과 호기심을 바탕으로 추가 탐구 자료를 탐색하거나, 주도적인 탐구 활동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장려한다.

 

학생들은 새로운 사례를 찾아 분석하거나, 보다 심층적인 전문 자료를 탐색하고 적용해 보는 등 각자의 방법으로 지식을 확장해 나간다.

 

 

개별 탐구 활동을 완료한 학생들이 모여 ‘탈진실’을 주제로 월드카페토론을 진행한다.

 

토론 테이블은 하위 주제의 수와 일치하는 5개로, 문학, 역사, 사회심리학, 뇌과학, 민주주의로 구성된 주제 테이블을 배치하고, 테이블마다 호스트를 둔다.

 

사서교사는 호스트를 미리 선발하여 각 주제에 해당하는 또래 전문가의 역할을 부여하고, 사전 교육을 시행한다.

 

호스트는 주제에 대한 논의를 이끌며 논점을 유지하되 확장하거나 집중시킨다. 주제에 대한 충분한 이해와 심화 탐구가 되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여러 가지 화두를 준비하여 풍부하고 다양한 토론이 이어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하며, 사서교사는 호스트가 이러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함께 탐구 질문과 화두를 구성한다.

 

 

학생들은 대주제 중 하나의 하위 주제만 선택하여 탐구했지만, 월드카페토론을 통해 ‘탈진실’에 대한 여러 방향의 생각을 나눌 수 있다.

 

각기 다른 배경지식을 지닌 학생들이 순환하며 대화를 나누는 과정은 단순한 정보 교환을 넘어 주제에 대한 입체적 이해로 이어진다.

 

자신이 탐구한 내용을 타인과 공유하는 동시에 타인의 시선과 해석을 경청하면서 생각이 넓어지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읽고, 묻고, 연결하는 배움의 공간: 학교 도서관


‘탈진실(post-truth)’이라는 복합적이고도 시의성 있는 주제를 중심에 두고, 학교 도서관의 정보 자원 및 공간을 활용한 탐구와 토론으로 이루어진 프로젝트 수업을 소개해 보았다.

 

사서교사는 주제 선정 초기부터 ‘탈진실’과 관련한 다양한 개념을 이해하고, 관점을 확장할 수 있도록 책, 전문 자료, 시사 자료 등을 선별했다.

 

학생들은 탐구의 방향을 지도받은 후 자유롭게 생각을 펼치고, 그 과정과 결과를 다른 학생들과 공유하고 확장했다.

 

학교 도서관은 교실 이상의 배움을 끌어내는 공간이다.

 

학교 도서관의 정보 집약적 환경 및 정보 전문가인 사서교사와 함께 학생들은 개인의 삶에 대한 과제는 물론 시민으로서 바람직한 공동체를 만들기 위한 고민을 능동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단지 ‘읽는 공간’이 아니라, ‘묻고’, ‘연결하며’, ‘새롭게 의미를 창출하는’ 배움의 장소로서 학교 도서관의 가능성이 교육 현장에서 끊임없이 발현되기를 기대한다.

 

 

오선지= 고등학교 사서교사다. 학교 도서관을 기반으로 한 단독 수업의 가능성을 꾸준히 실천해 왔다. 특히 학생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를 길러주는 데 있어 학교 도서관이 중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최근에는 고등학교 미디어정보리터러시 교과서를 집필했다. 다양한 관점의 정보에 접근하고, 그 진위를 비판적으로 판단하며, 책임 있게 소통하는 능력은 오늘날 시민에게 꼭 필요한 역량이다. 학교 도서관은 이러한 리터러시 교육의 출발점이자 실천의 장이며, 사서교사는 그 과정을 이끄는 핵심 주체가 되어야 한다고 믿고 있다.

 

오선지 광주 상일여고 사서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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