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지난해, 10월 24일 인천의 학산초등학교에서 과밀 특수학급을 맡았던 30대 초반의 젊은 교사가 과로에 시달리다 숨진 채 발견됐다.
그는 평소 과밀학급인 특수학생 지도에 대한 부담 등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교내 학급 수 증설 등 개선 방안을 교육청에 수차례 요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교육청은 그의 요구를 철저하게 무시했고, 그로 인해 젊은 선생님은 절망에 빠져 우리 곁을 떠났다.
고인의 안타까운 죽음에 많은 동료 교사가 슬픔과 분노를 표출했으며, 사건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기대해 왔다.
최근에 인천의 특수교사 사망 사건 진상조사위원회(이하 진조위) 결과보고서 공개와 관련해 11개 단체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가 입장을 발표했다.
결과보고서 요약본은 ‘고인의 죽음이 과밀 특수학급 운영과 교육청의 구조적·법적 책임 회피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고인은 법정 정원을 초과한 과밀 특수학급에서 중증 장애 학생 8명을 맡은 유일한 특수교사였다.
전문가 심리 부검 결과 ‘공무수행’이 고인의 사망에 주요한 원인이라는 소견이 확인됐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27조’에 따르면 특수학급 학생이 6명을 초과하면 학급을 추가 설치하고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사건의 경우 8명의 학생이 한 학급에 배치됐다.
교사와 학부모가 지속해서 요청한 민원 및 공문과 면담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인 조치를 하지 않은 것은 ‘특수교육법 위반’인 동시에 ‘행정책임의 방기’라고 볼 수 있다.
감사원이 지난 8일 인천 학산초 특수교사 사망사건 공익감사를 요청한 인천시교육청의 감사 요구를 각하한 사건은 교육청이 이 사안에 대해 어떤 태도로 임하고 있는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교육청은 감사원에 학산초 특수교사 사망 공익감사를 청구했으나 감사원이 ‘감사관이 독립성을 가지고 직접 처리가 가능하다’라는 사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교육청이 공익감사를 청구한 것 자체가 시간 끌기 아니냐는 교육계의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진조위’는 도성훈 인천시교육감과 이상돈 부교육감에 대한 대면 조사를 요청했지만 이에 응하지 않은 것도 책임자들의 불성실한 자세의 일면을 보여준다.
‘진조위’는 두 사람에게 대면 조사를 요청했지만 응하지 않았고, 개별 서면 문답서를 보냈지만 개별 답변서 역시 제출하지 않았다. 답변 제출 마감 기한 하루 전에 개인 명의가 아닌 교육청 통합 명의로 질의 내용에 대한 답변이 돌아온 것이 전부이다.
오는 10월 말이 故김동욱 교사의 1주기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진조위’ 결과를 수용하지 않고 책임을 회피하려다 보니까 계속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하지 말고 도성훈 교육감이 직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
도교육감이 낮은 자세로 ‘진조위’ 결과를 수용해야 한다. 고인을 죽음으로 내몬 담당자들을 엄중히 징계하고, 교육감에게 내려진 ‘자진사퇴’와 부교육감에게 내려진 ‘파면’이라는 ‘진조위’의 권고를 속죄하는 마음으로 겸허하게 수용해야 한다.
도교육감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에 고발된 상태다.
‘진조위’ 위원 12명 중 7명은 지난달 12일 공수처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천시교육감을‘직무유기’로 고발했다.
지금까지 도교육감이 보여준 무책임, 시간 끌기 전술, 요약본 공개 결정을 둘러싼 은폐 의도와 책임자 처벌에 대한 미온적 조치, 무성의한 사과 등에 많은 교사들이 이미 큰 실망을 했다.
자체 감사 결과를 추석 이전에 발표한다고 하지만 신뢰가 추락하고 바닥인 상태에서 교육감과 가까운 감사관들의 보고서를 믿을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공수처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진조위의 보고서를 토대로 도교육감의 직무유기 고발에 대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진행해야 한다.
만시지탄이지만, 이 방법만이 고인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해 살아남은 자들이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