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올해 고1 대상 전면 도입된 고교학점제에 끊임없이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새 정부도 이 같은 문제의 인식 속에 몇몇 대책을 내놨지만, 이 또한 논란에 빠지면서 가야 할 길이 험난한 상황이다. 국회는 국정감사를 맞아 고교학점제에 대한 집중 검증에 나서는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이에 <더에듀>는 교사노조연맹 소속 교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고교학점제가 현장에서 어떤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지 살피면서 교사들의 주장을 확인하고자 한다. |
담임제는 한국 공교육의 핵심 자산
한국 공교육은 고등학교 단계에서도 담임제를 강하게 유지해 온 드문 체제를 갖고 있다. 이는 단순한 문화적 전통을 넘어 학생의 삶을 가까이서 지켜보는 강력한 정서적 안전망으로 작동해 왔다.
담임은 학생의 출결, 관계, 습관, 생활을 매일 관찰하며 자연스러운 관계 속에서 정보를 축적하고, 이 축적된 시간이 상담과 위기 개입, 성장 지원의 토대가 되어 왔다. 깊은 관계와 소속감을 통해 안정감을 제공하는 담임제는 공교육이 지켜온 가장 기본적이고 강력한 구조였다.
고교학점제가 가져온 시간·관계·공동체의 붕괴
그러나 고교학점제 도입 이후 담임제의 강점은 급격히 약화하고 있다. 이동수업이 기본 구조가 되면서 학생들은 담임교사의 수업을 거의 듣지 않는다. 담임이 학생을 만나볼 수 있는 시간은 사실상 조례·종례 몇 분에 불과해졌다.
담임제의 전제인 일상적 관찰의 토대가 무너졌다. 일상의 시간이 없으면 관계가 쌓이지 않고, 관계가 없으면 학생의 변화나 정서적 신호를 읽어낼 수 없다.
학급 공동체 역시 약화된다. 학생들은 하루 종일 다른 친구들과 섞여 이동하며, ‘내 반’이라는 정체성이 옅어지고 소속감이 흔들린다. 함께 밥 먹을 친구를 찾지 못해 급식을 거르고, 함께 다닐 그룹이 없어 수학여행을 두려워하고, 학년말이 되도록 학급 내 친구의 이름조차 잘 모르는 일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담임제는 관계와 공동체를 기반으로 작동할 수 있는데, 학점제는 이 기반을 구조적으로 약화하는 제도이다.
선택권은 제한되고, 담임제만 약화하는 역설
고교학점제가 약속한 ‘다양한 진로 선택’과 ‘개별 맞춤형 교육’은 학교 현장에서 여러 제약에 가로막혀 있다. 지역·학교 간 인프라 차이로 선택 가능한 과목 자체가 제한되고, 인기 과목 쏠림과 개설 불균형 탓에 학생의 선택권은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경우가 많다.
결과적으로 고교학점제는 선택권이라는 이상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채, 기존에 잘 작동하던 담임제의 관계·관찰·정서 안전망만 무너뜨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정작 학생에게 필요한 것은 과목 선택 목록이 아니라 지속적인 인간적 관계 속에서 발견되고 지지받는 경험인데, 제도가 이를 가로막고 있는 셈이다.
공동체 회복이 중요하다
학생의 심리적 안정, 정서적 지지, 학급 공동체의 경험은 공교육이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핵심 기반이다. 동아시아권에서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담임 중심 체제는 이 기반을 지켜온 강점이었고, 단순히 과거의 전통이 아니라 공교육을 지탱하는 핵심 철학을 대변한다.
고교학점제는 선택과 다양성이라는 명분을 앞세우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담임제의 장점을 약화하며 학생과 교사의 관계를 취약하게 만들고 있다.
공교육이 지향해야 할 방향은 학생 한 명 한 명을 깊은 관계 속에서 이해하고 지지하는 관계의 회복이며, 해결이 불가능하거나 요원해 보이는 온갖 부작용을 감내하기보다 학급 공동체와 정서적 안전망을 중심에 되돌려 놓는 기본 틀을 회복하는 것이 필요하다.
학생을 지속해서 지켜볼 수 있는 관계의 틀을 되찾는 일이야말로 어떤 제도보다 우선해야 할 기본 조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