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
지난 회에 살펴본 논문을 통해 통합교육 그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제대로 하려면 장애 아동에게 효과적인 개별 지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런 개별 지도는 교사 혼자서 한 학급을 가르치는 교실에서는 아무리 보편적 학습 설계를 하고 다층적 지원 체계를 동원해 시도해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개별 지도의 필수 조건, 특수교육 보조 인력
특히 지원의 필요가 많은 중증 장애 학생이 있거나 교실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여럿이라면 더 어렵다.
결국, 그래서 통합교육이 어느 정도 진행된 국가들에서는 특수 교육 보조 인력이라는 직군이 교사 다음으로 큰 교직원 직군이 된다.
특수교사와 협력 교수를 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건비와 인력 수급상 이를 주된 방법으로 하는 경우는 잘 없다.
물론, 특수 교육 보조 인력, 우리나라 일부 지역에서는 실무사라고도 하는 이 직군의 운영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결국 이 인력의 부족과 처우 문제가 통합교육 확대의 걸림돌이 되기도 하고 잦은 파업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 직군을 운용하는 일이 인건비와 수급만 해결한다고 해결이 되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이다.
교사와 특수교육 보조 인력 간 역할 갈등 수면 위로
사공이 여럿이면 배가 빨라질 거 같지만 실상은 배가 산으로 갈 수도 있다. 교실에 교육자가 여럿이면 서로 손발이 맞을 때야 이상적이겠지만, 같은 교사끼리도 서로 교육 철학이 다른 상황에서, 받은 훈련도 다르고 업무의 초점도 다른 두 교육자 사이에는 당연히 역할 갈등이나 방향성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다.
오늘 살펴볼 보고서는 다시 연구 논문이 아닌 정책 보고서지만, 바로 이 주제를 일부분 다뤘다.
아일랜드 교육부에서 2023년부터 입안을 시작한 ‘특수교육 보조 인력 개발 계획(Special Needs Assistant Workforce Development Plan)’의 수립을 위한 과정의 하나로 지난해 7월 발표한 ‘특수교육 보조의 역할: 관리자 초점 집단 보고서(The role of Special Needs Assistants: Report on Focus Groups with School Leaders)’와 올해 5월 발표한 ‘특수교육 보조의 역할: 교사 초점 집단 보고서(The Role of Special Needs Assistants: Report on Focus Groups with Teachers)’이다.
다만, 정책 보고서 자체가 갈등에 초점이 있는 것은 아니다 보니 전체적인 내용을 살피기보다는 갈등이나 긴장과 관련된 몇몇 기술만 발췌해 살펴보겠다.
게다가 관리자 보고서만 역할 긴장이나 혼선을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고, 교사 보고서는 상당히 완곡한 표현으로 역할을 둘러싼 건의 사항이 있는 정도지만, 함께 일하는 관계라 완곡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하면, 그 부분까지는 살펴볼 만하겠다.
구체적인 어려움을 살펴보기 전에 우선 두 보고서 모두 특수교육 보조 인력이 주는 유익과 교육·훈련 등 필요한 지원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고 교원과 이들 간의 갈등을 부각하는 내용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겠다.
다만, 이후 살펴볼 내용은 특수교육 보조 인력과 관련해 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 어려움 중의 하나를 살펴보는 정도로 생각하면 좋겠다.
교사보다 학생과 친밀한 교육자의 열심
관리자들이 먼저 꼽은 역할 갈등은 ‘과도한 친밀감’에서 비롯된다. 아무래도 교사보다 학부모와도 학생과도 상호작용을 많이 하다 보니, 학생의 편에 서서 도우려는 과정에서 선을 넘는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때로는 공유하면 안 되는 민감한 개인 정보를 공유하거나, 교사의 권한인 학습 방법에 관해 주장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예를 들었다. 특히 학부모의 요구가 있을 때는 특수교육 보조의 처지에서 거부하기도 곤란하다는 점도 언급됐다.
같은 맥락에서 새로운 교사가 왔을 때 이미 학생들을 잘 아는 특수교육 보조가 있을 때 주도권 등 관계에 갈등이 있을 수도 있다.
실제로 특수교육 보조 역할의 주요한 어려움으로 이를 꼽은 관리자 면접 집단은 25%에 그쳤지만, 참여자 대부분은 때로 이런 문제가 발생할 수 있음을 언급했다.
노사 갈등, 전문성과 보수 등도 문제
이 외에도 우리의 공무직 노조처럼, 아일랜드도 특수교육 보조 노조는 교원과 별개여서 노조에서 하는 의사소통의 내용이 교육부의 교육 방침과 어긋나는 경우가 있다는 문제점 등 노사 갈등도 55%의 집단에서 제기됐다.
또한, 역할을 둘러싼 갈등은 아니지만, 필요한 전문성을 고려할 때 진입에 필요한 교육·훈련이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특히 아일랜드에서는 주로 자녀를 학교에 보낸 어머니들이 하는 부업처럼 시작된 측면이 있어서 전문성이나 보수가 현재의 역할과는 거리가 있게 된 측면도 있다.
면접 집단의 40%는 입직 요건의 문제를 제기했으며, 70%는 연수가 어려움을 제공한다고 했다. 연수의 경우는 연수 제공 여부, 대체 인력, 참여 의향 등 다양한 어려움을 포괄한 것이기는 하다.
보수와 관련해서도 이들 직군을 관리하기 위한 별도의 예산이 없다는 어려움을 55%의 집단이 제기하면서 보상의 효과에 대한 의견이 제기됐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무래도 낮은 처우와 고졸 정도의 학력을 요구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직군이 커지면 비슷한 문제점이 부상할 우려가 있겠다.
교사 집단은 ‘명확한 역할 구분’ 요구 압도적
교사 면접 집단의 경우 거의 모든 집단(95%)이 특수교육 보조 역할의 불명확성을 어려움이라고 토로했다. 특히, 역할 구분이 불명확하거나 혼란이 있으면 학생들도 혼란을 겪을 수 있다고 했다.
교장 집단 보고서처럼 친밀감 등 특정한 측면이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역할이 명확하지 않은 것이 문제가 된다고 한 관리직 집단은 64%에 그친 것을 생각하면, 구체적 언급이 어려울 뿐 사실 역할 갈등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을 가능성도 엿볼 수 있다.
교사와의 관계에 어려움이 있다고 꼽은 면접 집단도 47%로 19%인 관리직 보고서의 두 배가 된다는 점도 이런 이해를 뒷받침한다.
보고 체계의 문제도 언급했다. 특수교육 보조의 관리·감독권자가 아니지만, 종종 특수교육 보조에게 지시를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해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소음 증가나 공간 부족 등 교실 안에 다수의 성인이 학생들과 상호작용을 하면서 교수학습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지적했다.
그렇기에 특수교육 보조와의 협력에 관한 연수가 초임 교사 연수에 포함돼야 하고, 특수교육 보조도 교사와 협력에 관한 훈련이 필요하다고 했다.
전문성 신장 위한 훈련 강화에도 공감
이 외에도 여러 훈련의 필요성을 언급했는데, 표현은 ‘훈련의 필요성’이었지만, 관리직보다 좀 더 구체적으로 특수교육 보조의 전문성 문제를 짚은 것이기도 하다.
일부 교사는 특수교육 보조들이 도와주려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일일이 학생에게 지시하거나 학생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따라다니면서 보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 결과 학생들이 특수교육 보조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게 된다는 것이다.
휴대전화 사용에 대해서도 일관성을 보여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휴대전화 사용을 못하는 수업 시간에 특수교육 보조들은 너무 쉽게 사용하는 경우를 말한 것이다.
좀 더 체계적인 수습 기간을 두고 적절한 지도와 의사소통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나 교사 자격을 관리하는 협회처럼, 특수교육 보조의 역할을 규제하는 단체나 질 관리를 하는 체제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전체를 보여주진 못할 수 있지만, 여러 어려움의 가능성은 현실
이번 회에는 간단하게 몇 가지 사례만 살펴보고 보고서 전체를 읽지는 않았는데, 어차피 보고서 자체가 정책 수립을 위한 의견 조사에 가까운 취지라 학문적 내실을 논하는 것 자체가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보고서에서 설명한 방법론을 살펴보더라도 구체적으로 몇백 명을 어떻게 집단을 나눠서 진행했는지 그 과정은 설명했지만 엄밀한 질적 연구 방법론에서 요구하는 절차에 따른 초점 집단 면접을 시행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안 그래도 인과를 입증하거나 전체적인 사회 현상을 조망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질적 연구 방법의 하나인 초점 집단 면접 결과일 뿐인 데다가 학문적으로 철저한 방식을 사용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 보고서로 “교사와 특수교육 보조 간에 역할을 둘러싼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내지는 “갈등이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주장을 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특수교육 보조 인력을 둘러싼 교직원 사회의 역학을 여러 단면으로 이해할 수 있고, 그 이해를 바탕으로 재원과 인력이 해결된다고 해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는 얘기는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특수교육 보조 직군이 교직원 중에 차지하는 비중이 높지 않고, 일상적으로 일반 교실에서 마주치지 않기에 큰 공감이 가지 않을 수는 있겠지만, 복수담임제 도입 당시의 논란을 생각한다면 이해는 할 수 있을 것이다.
통합교육과 교실 내 특수교육 보조의 존재가 일상인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학교 현장에서 일하는 필자로서는 이 보고서의 여러 지적을 보면서 당장 지난주 수업 중의 장면들이 떠오를 정도로 공감이 간다.
대세라고 꼭 좋거나 쉽게 된다는 보장은 없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이번 보고서는 통합교육 보조의 유익이 크고, 어떻게 하면 그 유익을 더 크게 할 수 있는지에 초점을 두고 있지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게다가, 적어도 통합교육을 하겠다고 한다면, 애초에 특수교육 보조 없이 실현할 방법은 개별 지도를 할 수 있을 정도로 교사를 많이 두는 것 말고는 방법도 없기에 통합교육의 현실적 대전제다.
그래도 굳이 이런 보고서의 부정적인 내용을 들춘 것은, 교육정책이나 방법을 바라볼 때 내세우는 이상이 좋아 보인다고 모두 현실적으로 그만큼 효과가 있는 것도 아니요, 쉽게 실현이 가능한 것도 아니라는 생각을 한 번쯤 했으면 싶기 때문이다.
뭔가가 좋다는 주장이 대세일 정도라고 그게 꼭 정말로 좋은 게 아닐 수도 있고, 정말로 좋다고 해도 학교라는 복잡다단한 곳에서 그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닐 수도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보고서가 됐기를 바란다.
이번 보고서를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한 링크는 아래와 같다.
https://assets.gov.ie/static/documents/Teacher_Focus_Group_Report.pdf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