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
앞서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데 대중이 믿는 미신을 이야기했는데, 오늘은 일반 대중뿐만이 아닌 일부 교사도 믿는 미신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앞선 사례와 앞으로 얘기할 사례들처럼 뇌신경 기능에 관한 속설이 대중적으로 자리 잡은 것을 ‘신경신화(neuromyth)’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좀 더 와닿게 표현하자면, ‘뇌에 관한 미신’이다.
OECD에서는 약 20년 전부터 이런 미신이 교육에 미칠 악영향을 경고하고 이를 알리기 위한 페이지를 운영하기도 했다. 현재는 어느 정도 인식이 개선됐기 때문인지 해당 페이지는 아카이브로만 남아 있다.
특히, 확실히 예전과 비교하면 찾아보기 힘들어진 신화 중 하나는 인간이 뇌의 10%만 사용한다는 속설이다. 아이들의 잠재력 개발을 격려하기 위해 퍼진 이야기겠지만, 아무런 근거도 없는 터무니 없는 속설이었다. 다행히, 지금 검색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아직도 타파되지 않은 미신
이런 미신 중 유명한 또 다른 하나는 ‘좌뇌형’, ‘우뇌형’ 인간이 있다는 미신이다. 이 개념은 뇌과학이 발달한 2000년대 들어 과학적으로는 온전히 부정됐다.
그런데 전보다는 믿는 사람이 줄기는 했지만, 아직도 인터넷에 육아나 교육 관련해서 ‘좌뇌형 아이’, ‘우뇌형 아이’가 언급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그리 오래전이 아닌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특정 교과 예비교사의 60% 정도가 아직도 믿고 있다.
하긴 과거 공중파 방송에서 이에 관한 실험 재연 영상도 보여주고 했던 기억도 나고, 최근까지도 일부 언론에서는 딱 좌뇌형 인간, 우뇌형 인간으로 표현하지 않았지만, 유사한 좌우뇌 테스트나 좌우뇌 발달을 위한 활동을 소개하기도 했다.
심지어는 심리 프로그램 전문 기업들이 좌우뇌를 이용한 ‘약 팔이’를 하는 곳도 많고, 딱 이 좌우뇌 미신의 특징과 유사한 계열 구분인 문이과 구분이 확고한 우리나라에서는 더 잘 안 없어지는 것 같다.
한국 연구진이 정리한 독자 맞춤형 문헌고찰
이 미신을 타파한 대표적 연구는 2013년 미국 유타대 연구진이 플로스 원(PLoS One)에 게재한 ‘휴지 상태의 기능적 연결성 자기공명영상을 사용한 좌우뇌 가설의 검증(An Evaluation of the Left-Brain vs. Right-Brain Hypothesis with Resting State Functional Connectivity Magnetic Resonance Imaging)’ 연구다.
하지만, 복잡한 뇌 자기공명영상 분석을 읽는 일은 필자에게도 독자에게도 피로한 일이니, 오늘은 훨씬 최근에 국내 연구진이 기존의 연구 문헌을 종합해 정리한 논문을 살펴보고자 한다.
바로 신다정 경남대 교수(당시 고려대 두뇌동기연구소 연구원), 이민혜 대구교대 교수, 봉미미 고려대 교수가 2022년에 오하이오주립대 ‘이론에서 실천으로’ 학회지에 게재한 ‘좌뇌와 우뇌를 넘어: 학습은 뇌 전체를 사용하는 과정(Beyond left and right: Learning is a whole-brain process)’ 논문이다.
과학적 발견에서 시작했지만, 교육현장에 두 번째로 만연한 미신으로 정착
연구진에 따르면, 좌우뇌 속설은 교육현장에 두 번째로 만연한 미신이다. 그럼, 첫째는 뭔지 궁금할 텐데, 개인마다 시각, 청각, 촉각, 언어 등 고유한 강점이 있는 학습 스타일이 있고 거기에 맞춘 교육 제공이 학습을 촉진한다는 생각인데, 오늘의 주제는 아니니 이 정도만 언급하고 다음 회차에 다루겠다.
다시 오늘의 주제로 돌아와서, 이런 속설이 아무 근거 없이 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과학적인 발견이 충분한 이해 없이 현장에 어설프게 적용되면서 벌어진 일이다.
좌우뇌형 인간 미신은 인간의 좌우뇌가 특정한 인지적 역할을 하는 데 지배적 역할을 하고, 특정 기능을 수행할 때 한쪽이 더 집중적으로 사용된다는 과학적 발견이 시작이었다.
좌우뇌는 있지만, 좌우뇌형 학습도 좌우뇌형 인간도 없다
연구진은 그럼에도 이런 과학적 사실이 왜 개인의 특성이나 학습 잠재력을 좌우뇌형으로 구분하는 데 사용될 수 없는지 네 가지 사실을 들어 설명한다.
첫째는 좌우뇌의 비대칭성은 존재하지만, 뇌가 특정 기능을 수행할 때 한쪽 뇌만 사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좌뇌가 논리를 ‘주로’ 담당한다고 우뇌가 그 기능을 못 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논리적 문제를 풀 때는 양쪽 다 함께 사용한다는 것이다. 이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다수의 논문으로 증명됐다.
둘째는 2000년대 후반부터 주로 연구된 부분인데, 특히 좌우뇌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던 언어나 창의에서도 다른 쪽 반구의 역할이 크다는 점이었다. 우뇌가 언어에서 전체적 의미, 의도, 비유, 유머, 풍자 등에 우선적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창의성은 사실 우뇌 단독의 기능보다는 좌우뇌의 통합적 연결이 큰 역할을 했다.
셋째, 좌우뇌의 비대칭적 기능이 비교적 일관성이 있다는 연구도 있지만, 여러 연구를 종합할 때는 개인, 경험, 발달 단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언어 기능을 좌뇌가 아닌 우뇌에서 주로 담당하는 사람도 상당수 있다는 것이며, 오른손잡이 여부가 여기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연령에 따라서도 나이가 들수록 양쪽 뇌를 사용하는 비중이 높아진다.
학생의 가능성을 가둬놓을 필요가 없다
심지어, 경험과 훈련에 따라 그 기능이 바뀌기도 한다. 한 연구에서 재즈 음악가들은 엇박자를 좌뇌에서 처리하지만, 음악을 하지 않는 사람은 우뇌에서 처리하는 등의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좌우뇌의 기능에 구분이 있다는 사실이 한 학생이 특정한 방법으로 더 잘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연구가 특정한 성향의 (예를 들어 창의성이 뛰어난) 학생이 그 방법으로만 잘 배우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했다.
좌우뇌형 인간이 있다는 것도 미신이지만, 설사 좌우뇌 한쪽이 강하다고 해도 관련된 종류의 학습 과제를 중심으로 제시한다고 해서 더 잘 배우는 게 아니고, 오히려 학생들을 어떤 유형으로 나누기보다는 교과의 특징에 맞는 교수 방략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미신인데 왜 이렇게 인기가 많을까?
연구진은 학생들의 역량을 좌우뇌로 구분하는 것이 뇌과학에 기반을 두고 있기 때문에 ‘과학스러운’ 느낌을 주면서 동시에 현실에서 실현하기 어려운 맞춤형 교수를 하는 편리한 길을 제공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사실 원래 단순한 게 확 와닿기 마련이다. 특히 사람은 누군가 뭔가 단순하게 딱 분류해 주는 걸 쉽게 받아들이는지도 모르겠다. 좌우뇌와 유사하게 동양 문화권 교육과정만의 고유한 특징인 문과형, 이과형 인간이 실제로 존재하는 구분이라고 믿듯이.
물론 여기에는 좌우뇌를 상업화해서 상품을 만들어 파는 여러 교육 업체, 심리상담 기업들의 상술이 한몫을 더한다.
그런데 맞춤형 교수를 하려는 의도와는 달리 실제로는 이런 접근이 주는 교육적 이득이 없고 오히려 학생에게 부적절한 학습 전략을 제공하고 잘못된 신념을 심어줘 성장을 제안하게 되는 결과를 낳기에 연구진은 교사들이 양쪽 뇌를 다 활성화하는 접근을 어느 학생에게든 사용할 것을 권한다.
배움에만 왕도가 없는 게 아니라 가르침에도 왕도는 없다
구체적으로는 자료와 언어와 시청각, 촉각 등을 아우르는 다양한 매체의 수업 자료와 학습 방식을 제공하고, 복합적인 형태의 연습을 시키고, 자기주도 학습과 자기 조절을 가르치는 것을 제안했다.
이번에는 간략히 하나의 미신을 살펴봤지만, 과학의 탈을 쓰고 있는 미신은 교육계 곳곳에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다. 특히 과학의 탈을 쓴 유사과학을 바탕으로 할 때 그 미신은 타파하기 힘들어진다.
게다가, 그 유사과학이 현대 교육의 이상인 학생 개개인의 필요에 맞는 맞춤형 교육 혹은 개별화 교육을 하는 지름길이라고 여기게 된다면 더더욱 저항하기 힘들어진다. 언제나 달콤한 유혹은 뿌리치기 힘든 법이니까.
그러나 과학은 우리에게 말한다. 만병통치약같이 한손에 구분할 수 있는 쉬운 개별화 교육의 길은 없다고. 그저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노력을 다했을 때 아이들이 가장 잘 성장한다고. 애초에 교실이 오만 가지 학생이 다 모여 있는 환경인데, 손쉬운 접근이 있을 리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일 필요가 있겠다.
이번 논문을 더 자세히 읽고 싶은 독자를 위한 링크는 아래와 같다.
Beyond left and right: Learning is a whole-brain process
추가적으로 좌우뇌형 인간이라는 미신이 어떻게 타파됐는지 더 자세히 알고 싶은 독자를 위해 앞서 언급한 대표적 논문 중 한 편도 링크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