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이 학교에서 학생 대상 선거 운동하는 덴마크, 어떻게?

  • 등록 2026.01.18 11:3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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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의 청소년 모의 선거

 

더에듀 정은수 객원기자 | 덴마크에서는 총리가 공고하고 의회가 주최하며 정당이 학교를 방문해 토론회를 벌이기도 하는 학교 모의 선거를 2년 주기로 진행하고 있다. 학교의 정치장화나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훼손에 대한 우려가 있을 법도 한데 이 제도는 벌써 10년 넘게 진행되고 있다.

 

공직선거법 위반 소지로 시행되지 민간 주도의 모의 선거만 진행되는 우리나라와는 다른 모습이다.

 

<더에듀>는 덴마크에서 현재 3주간에 걸쳐 진행되고 있는 ‘2026년 학교 선거(Skolevalg 2026)’의 모습을 통해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한지 살펴봤다.


총리가 직접 공고하는 모의 선거


메테 프레데릭센 총리는 지난 11일 ‘2026년 학교 선거’ 개시를 알리는 공고를 했다.

 

의회, 아동교육부, 청소년협회 등 3개 기관이 각각 역할을 나눠 공동 주관하고 있지만, 총리의 공고 자체는 덴마크 정부가 이 모의 선거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 보여준다.

 

학생 선거 참여 대상은 8~10학년 학생들로 13~17세 청소년이다. 이들은 3주에 걸쳐 선거 등 정치 참여 절차에 관해 배우고, 정치 이슈에 관해 탐구하고, 관련 뉴스 기사를 작성한다.

 

 

특히, 오는 22일에는 각 청년 정당 대표가 나와 진행하는 TV 토론도 시청하고, 26~29일에는 청년정당 당원이 참여하는 학교 현장 토론회가 400여 개교에서 열린다.

 

최종적으로는 29일 열리는 선거일에 투표를 하게 된다. 이 투표는 의회 방송을 통해 실시간 반영되며, 개표 결과도 의회 방송에 보도한다.


투표보다는 의사결정 과정에 초점


프로데릭센 총리는 공고 영상을 통해 “민주주의는 표를 투표함에 집어넣는 것에 그치지 않고 토론에 참여하고, 서로와 우리가 속한 사회에게 관심을 보이는 과정”이라면서 단순히 투표 절차를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적 의사결정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한 “민주주의는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이지만, 동시에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이 동의하지 않는 사람의 생각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것”이라며 “의견 불일치를 비난이 아닌 호기심으로 대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토론 역시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꺾는 것보다는 의견 차이를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데 초점이 있다는 얘기다.


실제 선거와는 별개로 운영, 연계 가능성 줄여


선거의 결과보다 논의의 과정을 중시하는 점 외에 2년 주기로 행해지는 점도 특징이다. 2015년 시작해, 코로나19로 인해 한 번 2년 반씩 걸렸을 때를 빼고는 2년마다 하고 있다.

 

총선과 지방선거 모두 4년 주기이며, 두 선거가 격년으로 치러지지 않는다는 점까지 생각해 보면, 선거 기간과 연계하는 대부분의 다른 사례와는 차이가 있다. 실제 선거와 기간이 겹치지 않다 보니 아무리 실제 정당의 정책을 다뤄도 선거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행위로 이어질 가능성은 줄어든다.

 

 

이 때문에 선거 결과도 실제 선거와 상당한 차이가 나기도 한다. 예를 들어, 2024년에는 자유연대가 30.15%를 득표했고, 이어 사회민주당(15.99%), 좌파당(9.81%), 사회자유당(8.97%), 보수당(8.03%) 순이었지만, 당시 의석수는 사민당(27.9%), 좌파당(12.8%), 덴마크민주당(8.9%), 녹색좌파당(8.4%), 자유연대(8.4%) 순이었다.

 

토론에는 청년정당 당원인 청년 정치인이 참여하지만, 투표는 정치인인 특정 후보자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고, 각 청년정당만 대상으로 하고 있다.

 

정책 토론 시에는 전체 의제 중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선정한 의제 3가지를 두고 각 20분씩 총 1시간을 배분해 진행하고 있다. 각 토론마다 최소 6개에서 최대 12개 청년정당이 참여하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사회자를 선정한다. 학교 선택에 따라 정규 토론 후에 학생들이 각 청년 정치인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교육부가 제공하는 수업 모듈에 따라 수업


공동 주관 기관 중 교육부는 예산과 교육과정을 지원한다. 교육과정은 사회 교과와 덴마크어 교과의 정규 교육과정의 학습 목표를 다룰 수 있도록 작성된 두 교과의 모듈 수업으로 이뤄져 있다.

 

사회 교과는 각 2차시에 걸친 3 모듈, 덴마크어 교과는 각 2차시 분량의 4 모듈로 구성돼 있다. 사회 교과 모듈은 학교 선거 참여 학생에게 필수지만, 덴마크어 교과 모듈은 학교에서 사용 여부를 선택할 수 있다.

 

수업 모듈에는 상세한 수업 계획이 포함된 교사용 지도서와 수업마다 사용할 자료와 학습지가 포함돼 있다. 모듈별 평가와 피드백의 예시도 제시하고 있다.

 

 

또한, 수업에서 다룰 정치적 의제는 학교 선거 웹사이트에 게시된 의제만 사용한다. 각 의제마다 1000자의 지지 의견, 250자의 반대 의견, 1~2분짜리 제안자 영상, 3~4개의 관련 정보, 3개의 추가 탐구 자료 출처를 공정하게 배분해 제공하고 있다.

 

수업 계획은 단계별 활동이 제시돼 있다. 예를 들어, 모듈 1의 첫 단계는 교사가 학교 선거 사이트를 소개하고, 프로파일 작성법을 알려준 후, 12개의 사례 탐구와 이어지는 온라인 퀴즈를 학습하도록 하고 있다. 그 음에는 이후 활동에서 다룰 세 개의 심층 탐구 사례를 선택하고, 다섯 개의 사례에 관한 의견을 작성하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수업 계획이 제시돼 있어, 아무리 정치적 의제를 다루고 실제 정당의 입장을 다뤄도 교사가 교실을 정치장이 되도록 운영할 수 있는 폭은 별로 넓지 않다.

 

 

게다가 모든 학습 활동 결과물은 웹사이트에 게재하도록 하고 있으며, 과제 확인, 토론과 의견 게재도 모두 웹사이트에 하게 돼 있다. 기록이 남으니 편향된 방향으로 끌고 가기는 어렵다.

 

모듈 1의 다섯 단계 수업 활동을 거쳐 선거 절차와 제도권 밖 담론 형성 과정에 관해 배우고, 의제를 살펴보며, 이에 관한 학급 내 토론을 진행하고, 정당별 입장 차이에 관해 이해하게 된다.

 

모듈 2는 정치적 수사와 주장에 관해 배우는 모듈로 학생들은 최종적으로는 자신이 선택한 심층 탐구 의제에 관한 인터뷰를 하고 기사를 작성하게 된다.

 

모듈 3은 투표할 정당을 선택하고 실제 투표하는 과정으로, 구체적으로 정당별 입장과 관점을 진단하고 평가한 이후 자신의 입장을 정해 투표를 실행하는 모듈이다.


공동 주관 기관에서 의제 조율


웹사이트에 게시된 정치 의제는 특정 정당이나 교사 단체가 선정하지 않고 편파적이지 않도록 각 정당의 청년정당이 다뤄지길 원하는 의제를 학교 선거 전년도에 제출한다. 덴마크의 청년정당은 우리나라와는 달리 명확하게 30세 미만의 회원만 당원으로 인정하고 있다.

 

이후 청년정당 뿐 아니라 다양한 비영리 단체가 소속된 덴마크 청소년협의회(Dansk Ungdoms Fællesråd)에서 이를 정리한다. 청소년협의회는 가입 시 활동 이력, 회원 수, 활동 지역 등을 근거로 자격을 제한하고 있어 특정 정당에서 급조한 유령 단체가 가입하기는 어렵다.

 

이렇게 걸러진 의제는 다시 한번 의회와 교육부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 이 과정은 단순히 다수결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정당에게 편파적이거나 교육에 적합하지 않다는 문제가 제기되면 재협의를 하는 과정을 거치며, 특정 의제를 승인하지 않기도 한다.

 

 

예를 들어, 지난해에 올해 학교 선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회 의장이 과도하게 찬반 논쟁이 심할 것을 우려해 팔레스타인의 국가 인정 여부를 의제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올해 의제는 21개로 ▲전환학년제를 포함한 기숙형 중등학교인 에프터스콜(efterskole) 학비 무상화 ▲경찰 보디캠 착용 의무화 ▲10학년 의무교육 유지 ▲16세 운전면허 허용 ▲채소·과일 소비세 감면 ▲소득세 면세 기준 상향 ▲고소득자 추가 세율 폐지 ▲투표 연령 15세로 하향 등이다.

 

또 ▲학교 일과 시간 단축 ▲교내 휴대전화 소지 허용 ▲무상 치과 도입 ▲EU 탈퇴 ▲깨끗하고 건강한 환경에 관한 권리 헌법에 반영 ▲대중교통 무상화 ▲흉기 범죄 처벌 강화 ▲새 옷 소각 중단 ▲덴마크 출생 외국인에게 18세에 시민권 부여 ▲성적 표시 선택제 도입 ▲원전 도입 ▲대마 합법화 ▲교내 무상 생리대 제공 등도 담겼다.

 

한편, 올해 덴마크 학교 선거에는 전국의 98개 지자체 중 95개 지자체 소속 학교에서 참여를 신청했다. 참여 학교 수는 약 700개, 학생 수는 약 7만명이다.

정은수 객원기자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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