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에듀 지성배 기자 | “불법녹음 자료의 증거능력을 인정할 수 없다.”
주호민 자녀 아동학대 혐의로 1심 유죄 선고를 받은 특수교사 A씨가 2심에서 무죄 선고를 받았다. 법원은 불법녹음 자료의 증거능력을 모두 부정했으며, 주씨는 장애 아동의 피해 입증 방법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느꼈다며 말을 아꼈다.
수원지방법원 형사항소6-2부(김은정 강희경 곽형섭 부장판사)는 13일 특수교사 A씨에 대한 아동학대 혐의가 통신비밀보호법상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에 대한 녹음은 증거능력이 없다는 이유로 이번 사건의 증거능력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A씨는 지난 2022년 자신이 근무하던 초등학교 교실에서 수업 중 주호민 씨 아들에게 정서적 아동학대에 해당하는 발언을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의 발언은 주씨 아내가 자녀 외투에 몰래 넣은 녹음기를 통해 녹음돼 몰래녹음의 증거능력 인정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녹음 내용 중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싫어 죽겠다” 등의 발언에는 위법성을 인정했으나 “진짜 밉상”, “머릿속에 뭐가 든 거냐” 등의 발언에는 학대의 고의가 없다는 이유로 무죄로 봤다. 그러면서 유죄 판결인 벌금 200만원에 선고유예를 내렸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1심 재판부와 다르게 이 모든 내용이 불법 녹취라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부정했다. 이는 지난해 1월 대법원이 자녀 가방 속 몰래 녹음에 대해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을 인정치 않은 것과 상통한다.
이번 판결은 장애 여부를 떠나 교실 내 몰래 녹음 자료의 증거능력은 부정하는 것으로 정리됐다.

환영 표한 특수교사노조...“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명확화 필요”
판결 직후 전국특수교사노동조합(특교조)은 수원지법 북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육의 최후 보루를 지켜낸 사법부의 상식적 판단이라며 환영을 표했다.
장은미 위원장은 “교육활동과 관련한 법적 분쟁에서 증거 수집의 적법성에 대한 엄격한 기준이 일반교육과 특수교육 현장 모두에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보여준 사례”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정서적 아동학대 판단 기준이 모호할 경우 교육 현장에서 얼마나 큰 혼란이 초래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며 “모호한 기준은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마저 학대 행위로 오해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이 주목한 것은 아동복지법 제3조 7항에 포함된 아동학대의 정의로 ‘정상적인 발달을 저해할 위험’이라는 문구이다.
장 위원장은 “구체적이거나 정량적인 기준 없이 보호자의 주장이나 판단자의 주관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며 “정서적 아동학대 기준 명확화를 위한 입법을 조속히 추진하라”고 요청했다.
또 ▲불법 녹음 증거능력 배제에 대한 명확한 법적 기준 확립과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주호민 부부 “제도 개선 필요”...학부모들 ‘불만’ 표출
이번 선고 공판장에는 주호민 부부가 직접 참관해 결과를 지켜보며 아쉬움을 삼켰다.
선고 후 따로 연 기자회견에서 주씨는 “증거능력 불인정이 속상하지만 법원 판단을 존경한다”면서도 “장애아동은 자신이 피해를 당했을 때 증명하는 방법이 어렵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며 속상한 마음을 표출했다.
이어 “법적 대응도 중요하지만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며 “상고는 검찰이 결정할 것이다. 판결문을 정확히 보고 입장문을 따로 발표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선고 전 수원지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던 전국장애인부모연대 관계자들은 재판 선고 이후 자리를 떠나며 크게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장애아동에 대한 아동학대를 정당화한 것이라는 푸념을 쏟아 냈으며, 기자회견을 진행한 피고인의 변호인과 교사노조 등과 언성을 높이는 일이 발생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