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썹샘일기] ⑥휴대전화 금지하고 있는 온타리오주의 현실은?

  • 등록 2025.05.08 10: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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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하정(번안) 쌤, 이건 이번에 정책 바뀌면서 새로 도입한 건가요?”

“아뇨, 문(번안) 쌤은 예전부터 이렇게 써왔어요.”
“사실 전 여기서 처음 보는데 편리한 방법 같아요.”


수업을 들어간 교실에서 그동안 본 적이 없던 휴대전화 보관함이 보여, 특수교육 보조 선생님께 여쭤봤다. 교실 입구 문에 걸려 있는 보관함에는 번호가 써 있었고, 학생마다 지정된 번호에 휴대전화를 넣고 수업을 시작하라는 지침을 담임 교사로부터 받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십 년도 더 전부터 휴대전화 수거를 했지만, 이곳에서는 처음 목격한 날이었다. 보통은 학교에 따라 사물함이나 가방에 넣어두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기는 했는데, 이렇게 하니 한 눈에 휴대전화를 소지하고 있는 학생이 있는지 확인이 가능해 편리했고, 사실 필요할 때 휴대전화를 꺼내는 과정도 오히려 감시할 일이 없어 편했다.


교칙 있어도 실랑이는 벌어져 


문 선생님 같은 원칙을 안 세워두면 교칙이 있어도 실랑이가 벌어질 때도 있다. 예를 들어 옥토중(번안명)에서는 수업 시간엔 사물함에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수업 중 허락 없이 휴대전화를 쓰는 게 발각되면 압수, 휴대전화 사용 활동 중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게 발각되면 사물함에 반납하는 걸 원칙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중학교인 만큼 이 규칙을 안 지키는 아이들도 반드시 있다는 것이다. 반납하라고 하면 창을 바꿔가면서 어떻게든 수업용으로 쓰고 있었다고 우기는 아이들이 한 반에 몇 명 꼭 있는 정도다.

 

심지어는 휴대전화 사용 시간이 아닌데 게임을 하다가 반복적으로 발각된 빈이는 압수를 하려고 하자 “선생님이 내 개인 소유물에 허락 없이 손을 대요!” 하면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함께 걸린 믿음이는 이름을 말하라고 하니 상황이 심각해진 걸 알고 "지윤이예요"라며 다른 반 친구 이름을 대기도 했다. 

 

물론 각자 객기와 거짓에 대한 대가는 불손한 태도와 지시불이행으로 보고 받은 담임에게 다음날 받았겠지만 당장 수업 진행에는 방해가 되기는 한다. 


압수가 원칙인데 관리자도 압수는 안 해


그래서 주 교육부에서 휴대폰 통제에 대한 명분이라도 강화해준 정책을 내놓은 것 같다.

 

국내 일부 언론에서는 이를 새로 휴대폰 사용 금지를 한 것처럼 보도했지만, 그런 건 아니고 교육청 단위로 전면 금지 조치를 해도 된다고 명시해 명분을 주고 경각심을 일깨우는 정도였다.

 

실제로 이전에도 수업 중 사용금지는 대체로 시행하고 있었다. 초등학생에겐 전면 금지가 이뤄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쉬는 시간에 몰래 하는 아이들은 있다.

 

정책 도입 이후 상지고에서는 보결 교사 패키지에 휴대폰 금지 정책을 다시 안내하는 내용을 써놓고 압수도 가능하다고 해놓고 심지어는 보결 교사들에게 정기적으로 순시를 해서 검사한다고 했지만, 그래봐야 학생들도 아랑곳하지 않고,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도 교실에 순시를 와서 휴대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는 아이를 봐도 교칙을 다시 알려줄 뿐 압수하지는 않았다.


'규제 대신 교육' 논리는 이상이 아니라 현실  반영


몇몇 교실에는 휴대폰 ‘호텔’이라고 아예 휴대폰 사물함이 생기기도 했는데, 이 역시 보결 교사가 오면 안 넣어놓는 아이, 반납용 휴대폰을 따로 들고 다니는 아이 등 효과에 한계가 있었다.

 

문 선생님의 휴대폰 보관함도 특별한 것일 때는 비교적 잘 작동했는데 오히려 교육부의 금지 정책이 교칙으로 정착되고 나서는 아이들이 다양한 ‘꼼수’를 많이 찾아내면서 힘을 잃게 됐다.

 

 

아마도 이런 현실을 예상할 수 있기에 정책 발표 당시 분명하게 환영하는 얘기를 하는 경우는 대부분 보결 교사 중 퇴직 교사 출신이나 곧 명퇴를 앞둔 고령의 선생님들 정도 뿐이었을지도 모르겠다.  

 

이곳 교직사회에서는 휴대폰 사용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교육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많은 것도 어쩌면 정말 대단한 ‘미래 준비’나 ‘디지털 시민성’ 같은 이상 이전에 그래봐야 현실에서 매일 휴대폰을 달고 사는 시대에 소용 없는 소리라서 매우 현실적으로 그나마 해결책을 모색하는 목소리라는 생각도 든다.  

정은수 프론트낵고 긴급 보결 교사 te@t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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