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12 (화)

  • 흐림강릉 30.6℃
  • 흐림서울 32.3℃
  • 구름조금울릉도 29.2℃
  • 구름많음수원 31.3℃
  • 구름많음청주 31.0℃
  • 구름많음대전 30.7℃
  • 구름많음안동 31.2℃
  • 구름많음포항 28.9℃
  • 구름많음군산 31.2℃
  • 구름조금대구 32.7℃
  • 구름조금전주 33.3℃
  • 구름많음울산 30.7℃
  • 구름조금창원 31.6℃
  • 구름조금광주 31.8℃
  • 맑음부산 32.0℃
  • 구름조금목포 31.0℃
  • 구름조금고창 32.7℃
  • 구름조금제주 31.6℃
  • 흐림강화 30.0℃
  • 흐림보은 29.2℃
  • 흐림천안 29.4℃
  • 구름많음금산 31.4℃
  • 맑음김해시 33.0℃
  • 구름조금강진군 31.5℃
  • 구름조금해남 32.1℃
  • 맑음광양시 31.6℃
  • 맑음경주시 32.0℃
  • 맑음거제 31.0℃
기상청 제공

[썹쌤일기] ⑫"해고되는 거 아냐?"...안전사고에 십년감수할 뻔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따르르릉!

 

“네, 정은수입니다. 오늘 이대현 선생님 대신 근무하고 있습니다.”

“네네, 점심시간에 잠시 내려오셔서 안전사고 보고서 작성하시고 가세요.”

“네?”

“김재식 학생 그 반이죠?”

“아, 네. 네, 맞아요, 알겠습니다.”

 

지역교육청 주관 배드민턴 대회 감독으로 출장을 간 선생님을 대신해 상지고에서 파워 피트니스 수업을 하던 중 행정실에서 전화가 왔다. 안전사고라니, 심장이 철렁했다.

 

안전사고가 났는데 사고 상황을 보지도 못했다. 재식이는 분명 조금 전에 잠깐 행정실에 갔다 온다고 하고 갔는데 그게 다쳐서 간 거였다니.

 

관리·감독 책임을 묻기라도 한다면… 앞이 깜깜했다.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 신분에 소송이라도 당한다면 감당할 자신도 없었다.

 

우리나라에서 일할 때 직접 재판을 도와준 사건도 생각이 났다. 그 사건에서도 선생님은 최선을 다해 관리·감독을 했지만, 한순간 아이 한 명을 시야에서 놓치는 바람에 대법원까지 가지 않았는가.


안전에 민감한 캐나다 학교 문화


그렇게 걱정이 된 이유는 우리나라에서의 경험 때문만은 아니었다. 캐나다에서는 학교에서 안전을 아주 높은 우선순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교육청에 교직원으로 채용이 되면 누구든 가장 먼저 신규 교직원 연수를 받게 되는데, 안전 관련 연수가 여러 개다. 이 연수는 매번 신규 채용이 될 때마다 받아야 한다. 시간제로 일하는 대학생 멘토들도 모두 같은 산업안전 연수를 받는다.

 

연수 내용도 심지어는 책장 위의 물건을 사다리 없이 꺼내 달라고 하면 안전 수칙에 어긋나니 거부해도 된다고 할 정도로 엄격하다.

 

게다가 보결 교사에게 기대하는 최우선 순위도 학습이 아니라 안전에 관한 관리·감독이다. 어쨌든 모두 안전하게 하루를 보냈으면 할 일을 했다고 인정해 주는 분위기다.

 

짧은 초등학교 담임 기간을 마쳤을 때 교장선생님께서도 “품행과 안전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는 점을 학부모 모두에게 설명했다”고 할 정도로 안전 관리 부실은 해고 사유도 되는 일이다.


한 번에 모두를 보기 힘든 헬스장  


정신을 가다듬고 무슨 일이 일어났다 다시 생각해 봤다. 남자아이 셋이 벤치 프레스 경쟁을 하고 있었고 친구들이 구경 겸 응원을 하고 있었다. 무게를 많이 올리길래 혹시나 사고가 날까 싶어 역기 옆에 서서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경쟁이 끝나고 돌아볼 때 분명히 재식이가 욕을 나지막이 내뱉었던 것이 기억났다. 그 순간 다쳤나 보다. 그때 재식이는 한쪽 무릎을 벤치에 올리고 덤벨 벤트 오버 로우를 하고 있었다. 덤벨을 내리다가 벤치에 부딪혔나 보다.

 

헬스장에 기구가 많다 보니 한쪽에서 전체를 보다 보면 사각도 생기고 위험할 때 당장 대처할 수가 없어 당장 더 우려가 있는 쪽에 가니까 이런 일도 생기게 되는 걸 생각하면 역시나 교실 수업이 체육 수업보다는 마음이 편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그 사이 행정실에서 응급처치받고 얼음주머니와 지혈을 위한 거즈를 들고 재식이가 돌아왔다. 다시 확인해 보니 역시 그때 덤벨을 갑자기 내리다가 벤치의 아래쪽 철제 부분에 손가락을 찧은 상황이었다.

 

다행히도 피는 손가락이 깨져서 난 것일 뿐이었지만, 덤벨에 손가락이 끼었으니, 응급실에 가서 엑스레이를 찍기 위해 조퇴를 하기로 했다. 

 

이곳에서는 당일 엑스레이 촬영이 필요하면 대학병원 응급실로 간다. 가정의가 있는 일반 의원은 엑스레이 기계나 촬영할 인력도 잘 없는 건 물론이고, 일단 대도시면 모를까, 소도시에서는 당일 내원 진료가 불가능하다. 모두 예약제로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형외과는 진료의뢰서가 있어야만 방문할 수 있으며 짧으면 수주 길면 수개월도 예약을 기다려야 한다.


온타리오주에도 있는 학교안전공제회


점심시간이 돼서 행정실에 내려가니 10학년 담당 교감선생님에게 안내했다. 대규모 학교이다 보니 복수 교감이 두 개 학년씩을 담당하고 있다.

 

교감선생님은 이미 학생에게 상황을 듣고 안전사고 보고서를 작성해 놨고, 학부모와도 통화를 마쳤고 다행히 잘 받아들이시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면서 사고 발생 당시 관리·감독 교사 서명만 해달라고 했다.

 

관리·감독만 충실히 했다면 책임을 묻거나 하지 않을 모양이었다. 게다가 이 정도 부상은 학부모도 교감선생님도 크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았다. 비용은 보험처리가 되니 그걸로 된 모양이었다. 다음 날에도 어김없이 일하라고 불러준 걸 보면 더 그렇고.

 

안전사고 보고서 양식을 보니 온타리오 교육청 보험 공제회(Ontario School Boards’ Insurance Exchange) 양식이었다. 실제로 공제회처럼 비영리 목적의 특수법인으로 상호부조 하는 기관인데 상호보험 성격으로 한정하는 차이만 있을 뿐이다.

 

 

학교 안전사고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서, 마음이 좀 더 진정되기는 했지만, 재식이의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지 못한 점이 미안하기도 했지만, 재식이의 반응은 의외였다.

 

“선생님, 이거 얼마 만에 나아요? 저 주말에 농구하러 가야 하는데 그때까지 나을 수 있을까요?”

 

역시 안전사고가 생기면 이어질 수 있는 문제를 걱정하는 건 어른의 시각일 뿐이었고, 아이들은 아이들인 모양이다. 당장 손가락에 골절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도 안 되는데 농구하러 갈 생각만 앞서는 모양이다.

 

다음날 만난 재식이는 다행히 골절은 아니었다고 했다. 손가락 부상으로 농구하기는 불편했겠지만, 큰일은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그래도 이런 일을 겪고 나면 역시 체육은 좀 더 여러 곳을 동시에 신경 쓸 수 있는 선생님의 몫이라는 생각도 든다. <계속>

배너
배너
좋아요 싫어요
좋아요
0명
0%
싫어요
0명
0%

총 0명 참여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