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선생님, 오늘은 제가 리더인데요, 혹시 박효연 쌤이 특별히 지시하신 게 있나요?” “아니, 너희가 오늘 수업을 진행할 수 있을지 얘기해 보신다고만 했어.” “아, 그럼 저희랑 구글 클래스룸 통해 얘기한 게 있거든요. 저희가 알아서 할게요.” “그래, 도움이 필요한 일 있으면 언제든 말하고.” “네, 그럴게요!” 지지난주에는 이틀 연속으로 상지고에서 체육을 담당하는 박 선생님 대신 보결 수업을 했다. 이렇게 학생들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유는 12학년 ‘레크리에이션과 생활 체육 지도자: 또래 보조 체육 활동’ 과정 때문이다. 장애 학생과 함께하는 체육 활동 이 수업은 11, 12학년 학생들이 이전에 소개한 ‘학교에서 사회로’ 과정을 다니는 중증 장애 학생들과 짝을 이뤄 체육 활동을 보조하고, 매일 그중 두 명이 짝을 이뤄 활동을 지도함으로써 지도자로서 필요한 역량을 쌓는 합반 수업이다. 상지고에는 ‘학교에서 사회로’ 과정이 두 학급이라 세 학급이 같이 수업하다 보니 체육관에는 교사 세 명과 대여섯 명 정도의 특수교육 보조 선생님이 함께 있지만, 함께 하는 대집단 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두세 명의 학생을 보조하는 일을 제외하고는 관리 감독만 하면서 수업 활동 전반의 진행은 학생들에게 맡긴다. 장애 학생들은 휠체어를 탄 학생까지 참여할 만큼, 대집단 활동을 못 하는 학생은 아예 지시를 이해하고 따르는 일이 너무 어려운 학생 하나와 신체적인 접촉을 견딜 수 없는 아주 중증의 자폐 학생 둘을 제외하고는 보통 참여한다. 상대적으로 선택권을 많이 주고, 개개인을 존중하는 데다 학교에서 강하게 규율하지 않는 문화다 보니 이곳 학생들은 중학생이 돼도 너무 어린애같이 군다 싶을 때가 있지만, 고학년이 되면 학생들은 스스로 하는 법을 10년간 지속해서 연습한 결과인지, 아니면 그냥 문화의 차이인지 책임감을 느끼고 반을 이끌어가는 모습이 제법 성숙하다. 물론 그냥 알아서 수업을 진행하라고 맡기는 것은 아니다. 모두는 아니지만, 이 과정은 대학 진학 계열 수업으로 수강 학생 중에는 대학에서 레크리에이션, 체육, 보건, 사회복지 관련 학과 지망생들도 있는 만큼, 이에 맞게 사전에 활동 계획을 과제로 제출하고 교사의 확인을 받고 진행한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법을 배우는 시간 먼저는 다른 체육 수업처럼 구기로 가볍게 몸을 푸는 시간을 가지는데 각자의 역량에 따라 진짜 공으로 농구, 배구, 미식축구로 몸을 푸는 학생도 있고 부드러운 고무공이나 가벼운 비닐 공을 굴리거나 주고받는 학생도 있다. 이 시간 동안 이날의 리더들은 활동에 필요한 세팅을 한다. 보통 두세 가지 활동을 하는데, 처음에는 다 같이 할 수 있는 놀이 같은 활동을 한다. ‘그대로 멈춰라’처럼 노래에 따라 춤추다 멈추는 놀이부터, 놀이용 낙하산을 이용한 공 튀기기, 아니면 다양한 술래잡기 놀이를 한다. 약간 경쟁적인 놀이나 신체적으로 격해질 때는 갑자기 우는 학생이나 돌발 행동을 하는 학생이 나오기도 한다. 이 주에도 첫날에는 명희가 갑자기 울음을 터트렸다. 다행히 큰 일은 아니었지만, 이럴 때는 지켜보고 있던 특수교사가 개입하면서 모두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전체 활동은 계속할 수 있도록 도왔다. 후반에는 때로는 좀 더 정식 운동 경기를 하기도 하고, 아니면 팀 대항 형식의 체육 놀이를 진행한다. 이 주에는 그다음 주에 할 스페셜 올림픽 핸드볼 경기에 대비한 핸드볼 연습을 했다. 지도자 과정 고학년 학생들과 장애 학생들이 함께 내부 대항전을 했다. 장애 학생들은 규칙을 따르고 자기 몸과 감정을 조절하는 법을 배우고, 지도자 학생들은 주요한 역할은 장애 학생들이 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경기를 진행했다. 후배 수업도 돕고 봉사 시간도 채우고 이 주에 수업을 학생들이 전체적으로 다 지도한 건 ‘생활 체육 지도자’ 수업뿐이었지만, 다른 시간에도 수업을 도와주는 학생 보조교사가 있어 편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온타리오 고교에는 종종 수업에서 이런 학생 보조 교사를 만난다. 11~12학년이 되면 공강 시간이 생기는데 이때 저학년 수업을 도와주면서 봉사 시간을 채우는 학생들이다. 온타리오주는 고교 졸업 요건으로 40시간의 자원봉사가 필요하고, 더 많은 시간을 할 경우 시간에 따라 금, 은, 동 인증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해당 과목을 이전에 수강해서 통과한 학생이어야 한다. 게다가 수업 중 질문이 있거나 도움이 필요한 학생을 도와주는 정도의 활동도 하기에 보통 해당 과목을 잘했던 학생들이 한다. 그 외에도, 학습지를 나눠주거나 모둠 활동을 보조하거나 활동 준비물을 챙기는 등의 역할을 한다. 이 주 체육 수업에도 나머지 수업에는 반마다 두 명씩의 학생 보조교사가 있었다. 이들이 공도 챙겨와 주고, 경기 진행도 도와줬다. 그중 한 명인 이한이는 2년 전에 만났을 때는 영어 수업 내용도 하나 못 알아들으면서 자기는 미식축구를 잘하니까 대학을 그걸로 갈 거라고 대학 진학반 수강 신청을 물어보던 아이였는데, 제법 의젓해져서 먼저 수업 활동을 물어보고, 시키지도 않았는데 경기 진행도 맡았다. 늦더라도 여기 아이들도 철이 들면 충분히 어른스럽다는 생각도 든다. 그다지 열심히 수업 보조는 안 하고 후배들하고 놀면서 실력 뽐내는 시간만 보냈던 강용이도 있었지만, 필자가 그때는 못 알아봐서 그렇지 나름 100m 국내 기록 보유자였으니 자기 실력을 뽐내는 걸 즐기는 것도 이해 못 할 일은 아니었다. 준비되지 않았던 갑작스러운 비상 상황 그렇다고 수업이 편하기만 했던 건 아니다. 이튿날 생활 체육 지도자 수업 도중 화재 경보가 울렸기 때문이다. 화재 대피 훈련은 담임하던 시절에 여러 차례 해보기는 했지만, 교실 수업이 아닌 체육관 수업 중 경험한 적은 없었다. 보통 교실에는 대응 매뉴얼이 비치돼 있는데, 체육관에서는 매뉴얼을 갖고 있지도 않아 일단 그래도 체육관 대피 절차를 알고 있는 이한이의 도움을 받아 부리나케 여기저기 문을 잠그고 나왔다. 영하의 날씨에 옷 챙길 틈도 없이 반팔을 입고 나오니 찬바람이 매서웠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학교에서 사회로’ 학급 학생 중에는 화재 경보 소리에 감각과부하가 온 학생도 있고, 너무 추워서 우는 아이도 있었다. 교실에 외투를 두고 실내로 체육관에 왔기 때문이다. 나중에 특수교사 선생님들에게 들으니 보통 화재 대피 훈련을 할 때 ‘학교에서 사회로’ 학급은 별도의 절차를 가진다고 한다. 교실에 화재 경보 소리도 훨씬 작고, 별도의 가까운 대피장소로 간다. 그래도 장애 학생들이 고통스러워하니까 지도자 학생들이 장애 학생들을 위해 외투를 벗어주고, 특수교사 선생님들이 교장 선생님과 휴대전화로 연락해 학교 밖 가건물 창고에 대피할 수 있었다. 감각과부하로 멜트다운이 온 학생은 특수교육 보조 선생님이 따로 데리고 가 진정시키고 왔다. 상황이 정리되고 다시 교실에 들어가려는데 명희가 불 냄새가 난다면서 무서워했다. 이런 학생 중에는 감각이 예민한 학생들이 있는데, 주차장의 차량 엔진에서 나는 연료 타는 냄새를 맡고 그런 것이었다. 주차장의 상황을 설명해 주니 알아듣고 들어가기는 했다. 다행히 진짜 불이 난 것은 아니었고, 화재경보기 오작동이었다. 그렇게 학생들 도움을 받아 한 주를 무사히 보내고 나서 생각해 보니 아이들이 부쩍 의젓해지는 데는 이렇게 고교 때부터 지도력과 책임감이 필요한 자리를 실제로 경험하는 일이 한몫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계속>
더에듀 | 법은 존재한다. 그러나 그 법을 작동시키는 책임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은 대통령의 한마디로 움직였다. 반면 법으로 도입된 수석교사 제도는 15년째 부처 사이를 떠돌며 멈춰 있다. 법이 없어서가 아니라, 책임이 없어서이다. 최근 대중교통 무료 이용 출퇴근 시간 혼잡 완화 대책을 둘러싸고 관계 부처 간 책임이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정책 방향은 제시됐지만 이를 실제로 추진할 주체가 특정되지 않으면서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국토교통부인지, 복지 관련 부처인지, 혹은 다른 부처가 담당해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엇갈리는 사이 정책은 검토 단계에 머물렀다. 이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정책의 타당성 부족이 아니라 누구의 업무인가에 대한 책임 구조의 부재였다. 이러한 상황은 대통령의 개입으로 정리되었다. 정책의 성격을 교통 정책으로 규정하고 국토교통부에 책임을 일임하자, 그 순간 정책은 실행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조건을 갖추게 되었다. 법적 근거가 아니라, 책임의 특정이 정책을 움직인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시간대와 그 소관 부처를 명시한 법적 근거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지시 하나로 국토교통부의 책임으로 귀속되었고, 이를 두고 법적 근거 부재를 이유로 거부했다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의 실행을 가능하게 한 것은 법적 근거가 아니라, 단 하나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특정된 책임이었다. 규정 안 만들고 “없어서 못 한다”...법적 근거 있는데도 책임지는 곳 없어 이 지점에서 수석교사 제도와의 대비는 더욱 선명해진다. 수석교사 제도는 4년간의 시범운영을 통해 도입 필요성과 타당성을 충분히 검증한 후, 2011년 6월 29일 법률로 도입된 국가공무원 교원 자격이다. 다시 말해, 수석교사 제도는 대중교통 정책과 달리 명확한 법적 근거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제도를 완성하기 위한 책임은 어디에도 귀속되어 있지 않다. 정원 문제를 제기하면 행정안전부의 권한이라고 하고, 보수와 연구활동비·수당 부재 문제를 제기하면 기획재정부와 인사혁신처의 소관이라고 한다. 국회를 찾아가면 대통령령으로 규정할 사항이며 그 책임은 교육부에 있다는 설명이 뒤따른다. 수석교사 배치를 시도교육감에게 요구하면 교육부에 가서 정원을 확보하라는 답이 돌아온다. 헌법재판소와 국민권익위원회, 교육감협의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제도 시행을 위해 법률이 위임한 대통령령에 규정이 필요함에도 이를 마련하지 않은 채 근거 조항이 없다고 말한다. 그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대통령령 개정을 요구하면, 오히려 규정이 없다는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돌아온다. 한마디로, 규정을 만들지 않은 채 ‘없어서 못 한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하나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러나 이 모든 말이 동시에 참(眞)이 되는 순간, 단 하나의 사실이 드러난다. 문제는 반복되고, 책임은 유보되거나 결국 사라진다. 결국 이 구조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다시 원점으로 되돌리는 방식일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분명하다. 이 제도는 아무도 책임지고 있지 않다. 대중교통 무료 이용 출퇴근 시간 정책은 법적 근거가 없어도 대통령의 지시로 책임이 특정돼 작동했다. 반면 수석교사 제도는 법적 근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정원이라는 핵심 요소에 대한 책임이 부처마다 분산된 채 서로에게 떠넘겨지고 있다. 법은 도입되었으나, 제도 시행에 필요한 책임은 15년째 부처와 기관 사이를 떠도는 ‘핑퐁식 책임 배분 구조’에 갇혀 있다. 인사체계 또한 분절...=동일한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이뤄져야 이러한 책임의 부재는 인사체계에서도 반복된다. 수석교사의 업적평가와 재심사는 자격 유지와 직결된 하나의 인사행위다. 그럼에도 시도교육청은 이를 교육과정과와 인사과로 나누어 운영한다. 이는 단순한 업무 분장이 아니라, 하나의 인사행위를 성격이 전혀 다른 부서에 분할 배치한 것이다. 일반공무원의 업적평가는 총무과나 인사과 등 인사 기능을 담당하는 부서에서 통합적으로 관리된다. 평가와 심사는 하나의 인사 흐름이며, 동일한 기준과 책임 구조 안에서 이루어질 때만 인사체계로 성립한다. 그럼에도 수석교사 제도에서는 동일한 인사행위가 분절된 채 운영된다. 이는 비효율의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특정하지 않은 구조가 인사체계까지 침투한 결과이다. 수석교사의 업적평가와 재심사가 동일한 인사행위임을 인지하지 못했다면 이는 인사 전문성의 결여이며, 인지하고도 분리 운영하고 있다면 명백한 책임 회피이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시정 요구를 하지 못하고 있다. 시도교육청의 업무분장이 교육감의 재량이라는 이유에서이다. 그러나 재량은 자유가 아니다. 업무의 성격과 제도적 정합성에 따라 행사되어야 할 문제이다. 업적평가와 재심사는 인사행위이며, 이를 인사과의 업무로 일임하는 것은 재량이 아니라 교육감의 책임이다. 문제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교육부의 태도 역시 동일한 모순을 드러낸다. 교육부는 정부 정책에 대한 시도교육청의 협조 여부를 평가하고 이를 점수화하면서도, 수석교사 제도 개선에 대해서는 ‘교육감 재량’과 ‘내정간섭’을 이유로 개입을 회피한다. 심지어 교육과 직접적 관련성이 낮은 사회복지 정책의 집행에는 강하게 개입하면서, 정작 교원정책에 대해서는 한발 물러서는 이 이중적 태도는 책임 있는 정책 운영이라 보기 어렵다. 교육감 역시 다르지 않다. 수석교사의 보수체계는 대통령령이 아닌 교육부 훈령에 근거해 연구활동비 형태로 운영되고 있으며, 그 재원은 시도교육청의 정책사업비로 충당되고 있다. 이는 법적 수당이 아니라 행정적 사업비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그럼에도 어느 시도교육감도 이 문제를 교육부에 시정 요구하지 않는다. 교원 전문성 신장을 강조하면서도, 그 전문성을 뒷받침할 제도적 기반에 대해서는 누구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 교육부는 교육감에게 시정을 요구하지 않고, 교육감 역시 교육부에 묻지 않는다. 왜 수석교사의 수당이 법적으로 보장되지 않는지, 왜 국가가 이를 책임지지 않는지에 대한 질문조차 제기되지 않는다. 이 침묵은 우연이 아니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 모두 교원 전문성 신장 제도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데 관심이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수업 혁신을 말하면서도, 그 혁신을 담보할 전문성 지원 인력은 제도 밖에 방치되어 있다. 수석교사 제도의 문제는 특정 기관의 문제가 아니다. 교육부와 교육감 모두가 동일한 방식으로 책임을 유보하고 있는 공동의 문제이다. 최근 정치권은 법왜곡죄를 도입하며, 관련 법령을 정비해 사법개혁을 완성하겠다고 말한다. 법은 도입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련 법조항과의 정합성을 확보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는 인식이다. 법왜곡죄 도입 자체의 타당성에 대한 논쟁은 이 글의 범위를 벗어난다. 다만, 이미 도입된 법이라면 그 취지가 실제로 작동할 수 있도록 하위 법령을 정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라는 점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동일한 기준을 수석교사 제도에도 적용해야 한다. 수석교사 제도, 15년째 '미완성'...교사 전문성 신장 자체에 대한 '무관심' 때문 수석교사 제도는 이미 법으로 도입된 자격이다. 그러나 그 자격을 실제 제도로 작동시키기 위한 법령 정비는 15년째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정원도, 보수도, 인사체계도 여전히 완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아 있다. 이는 법을 도입해 놓고도 완성하지 않은 상태다. 이를 법왜곡죄와 비교해 보면, 법률만 통과시켜 놓고 그 취지에 맞게 하위 법령을 정합적으로 정비하지 않은 것과 다르지 않다. 왜곡은 법을 어기는 데서만 발생하지 않는다. 법을 도입해 놓고도 그 법이 작동하지 않도록 방치하는 구조에서도 왜곡은 발생한다. 법왜곡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형사소송법, 검찰청법, 법원조직법, 헌법과의 정합성을 함께 확보하지 않는 한, 그 법은 제도로 작동할 수 없다. 하위 법령이 법의 취지에 맞게 정비되지 않으면, 법은 법치에 기반해 일관되게 집행되는 규범이 아니라 정권의 필요와 해석에 따라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행정적 정책 수단으로 전락한다. 법이 기준이 아니라 해석과 운영이 기준이 된다. 현재 수석교사 제도가 바로 그 상태다. 법은 존재하지만, 이를 구현하는 제도적 기반은 완성되지 않았고, 그 결과 제도는 정책적 필요와 이해관계에 따라 등장하고 사라지는 불완전한 정책 수단으로 남아 있다. 법은 하나의 조항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전체 체계 속에서 작동할 때 비로소 법이 된다. 그렇다면 다시 묻게 된다. 왜 수석교사 제도는 15년째 완성되지 못했는가. 문제는 단순한 제도 미비를 넘어 정부 정책의 방향에 있다. 교원에게는 정치적 중립을 요구하면서도, 교원정책에는 정치가 강하게 작동한다. 교육은 헌법과 교육법 체계에 의해 일반직 공무원과 달리, 교육이라는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직으로서 교원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도록 설계된 영역이다. 그러나 현실의 정책은 정반대로 작동한다. 교수·학습 전문성과 직결된 교원정책은 배제된 채, 교사의 업무는 정부의 사회복지 정책을 수행하는 사업 중심으로 관리되고, 행정·복지·사법·돌봄과 같은 비전문 영역은 ‘학생과 학교’라는 명분을 달고 교원의 업무로 무차별적으로 유입된다. 그 결과 교원은 교육과정과 수업이라는 본래의 직무를 넘어 다양한 사회정책을 수행하는 주체로 재편되고, 학교는 교육기관이 아니라 행정과 복지 기능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변형된다. 수업은 중심에서 이탈하고, 교사의 전문성은 점차 주변화된다. 이러한 정책 환경 속에서 수석교사 제도가 작동하지 않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문제는 수석교사의 전문성이 아니라, 교사 전문성 신장 자체가 국가 정책으로 설계되어 있지 않다는 데 있다. 교사의 핵심 직무인 교수·연구 활동은 제도적으로 강화되지 않는 반면, 비전문 영역의 업무는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이 현실은 공교육의 질을 책임져야 할 교사 전문성 신장에 대한 국가의 정책적 무관심을 그대로 드러낸다. 수석교사의 법적 직무는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지원하는 것이다. 그러나 지원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지원의 대상이 존재해야 한다. 교사가 자신의 교수·학습 전문성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수석교사의 역할 역시 성립할 수 없다. 그럼에도 교사 전문성 신장을 위한 정책 기반이 부재한 상태에서 수석교사에게 그 역할을 요구하는 것은, 대상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지원을 요구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제도의 미작동 책임을 수석교사 개인에게 환원하는 것은 원인을 구조가 아닌 개인에게 전가하는 방식일 뿐이다. 이 지점에서 수석교사 제도 폐지를 주장하는 논리는 근본적인 오류를 드러낸다. 지원 대상이 충분히 형성되어 있지 않다는 이유로 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문제의 원인을 거꾸로 해석한 것이다. 이는 지원 체계를 없앨 것이 아니라, 교사 전문성 신장 환경을 먼저 복원해야 할 문제다. 더 나아가 이러한 주장은 단순한 제도 비판을 넘어선다. 교사의 교수·연구 활동을 중심으로 한 전문성 자체가 정책적으로 필요하지 않다는 전제를 내포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수석교사 제도 폐지 주장은 곧 교원을 전문직으로 보지 않겠다는 선언과 다르지 않다. 결국 지난 15년간의 제도 미작동은 수석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교사 전문성을 정책의 중심에 두지 않은 국가 정책의 방향에서 비롯된 결과다. 전문성을 주변으로 밀어낸 정책 환경 속에서는, 그 전문성을 기반으로 하는 어떤 제도도 작동할 수 없다. 분명한 결론...“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책임이다” 지난 15년 동안 방치된 수석교사 제도의 문제를 해결할 주체는 더 이상 분산될 수 없다. 정부 부처가 ‘핑퐁식 책임 구조’에 갇혀 이 제도가 움직이지 못한다면, 그 원인 역시 명확하다. 대통령령의 공백을 방치해 온 데 있다. 대통령령은 말 그대로 대통령의 령이다. 해결해야 할 주체는 대통령이다. 대중교통 혼잡 완화 대책이 대통령의 지시로 정리되었듯이, 교원정책인 수석교사 제도의 정원과 연구활동비, 인사체계 역시 같은 방식으로 정리되어야 한다. 이는 더 이상 부처 간 협의의 대상이 아니라, 이미 법으로 도입된 제도를 국가가 완성할 것인가의 문제다. 일각에서는 이를 다수와 소수, 또는 이념의 문제로 구분하려 한다. 그러나 정책의 기준은 규모나 이념이 아니라 원칙에 있다. 법치에 기반한 제도 운영은 대상의 많고 적음과 무관하게 동일한 원리가 적용되어야 한다. 방법은 이미 확인됐다. 이제 결단만 남았다. 이 결단을 내릴 수 있는 주체는 분명하다. 법왜곡죄를 도입한 정부라면, 수석교사 제도의 미완성을 더 이상 방치할 명분이 없다.
더에듀 지성배 기자 | 경기교육청이 올 상반기 100명의 교사에게 석사학위 학기 수업료 50%를 지원한다. 2023년부터 총 667명이 혜택을 받게 됐다. 경기교육청은 9일 ‘2026학년도 전기 교사 석사학위 과정 지원 대상자’ 100명을 선발했다고 밝혔다. 교육대학원 석사과정 입학 예정자로 선발했으며, 도내 공립 유치원과 공·사립 초·중·고·특수학교 재직 중인 교육경력 5년 이상 교사를 대상으로 했다. 선발 분야는 ▲교육과정 ▲경기미래교육 ▲전공심화 ▲현장문제 해결 등이다. 지원 내용은 학기당 수업료의 50%이며 최대 150만 원이다. 최대 6학기가지 지원한다. 지원 받은 기간만큼 의무 복무 해야 하며, 매 학기 연구 결과를 공유해야 한다. 또 학위 취득 이후에는 학교 현장 정책 실행을 지원해야 한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23년 시작했으며 이번 100명까지 총 667명이 선발돼 지원 받았다.
더에듀 김연재 기자 | 교육부와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모두의 한국어’ 사용기관과 학습자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 오는 9일부터는 학교 밖 이주 배경 아동·청소년, 성인들을 대상으로, 연말에는 국내외 모든 학습자를 대상으로 프로그램을 개방할 계획이다. '모두의 한국어'는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해 한국어 능력 진단부터 학생별 학습 관리, 수준별 맞춤형 학습 콘텐츠까지 통합 제공하는 온라인 시스템으로, 이주 배경 학생들이 쉽고 재미있게 한국어를 학습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주배경학생 증가에 따라 언제 어디서나 쉽게 AI 기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한국어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추진됐다. '모두의 한국어'는 한국어 영역별(읽기, 듣기, 말하기, 쓰기) 진단·성취도 검사를 제공하며, 한국어 진단 결과 및 학습자의 학습 데이터를 기반으로 맞춤형 한국어 학습 콘텐츠를 추천한다. 모두의 한국어는 지난 7일 기준으로 3만 615명(학생, 교사 등)이 6876개 기관(학교, 교육청 등)에서 사용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교육 현장에서 활용하는 사례가 늘어나면서 더 많은 기관과 학습자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개편한다. 교육부는 특히 지난달 19
더에듀 김연재 기자 | 지난달 31일 경기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학생이 교사를 무차별적으로 폭행하는 사건이 일어나 큰 충격을 준 가운데, 교원단체들이 “깊은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확실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달 31일 경기 광주의 한 중학교에서 교사가 2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고 입원한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사안은 지역교권보호위원회에 접수돼 오는 20일 심의를 앞두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사 폭행 사건이 알려지자 교원단체들은 연일 목소리를 높이며 강한 처벌과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경기교원단체총연합회(경기교총)는 8일 성명을 내고 ‘단순 일탈을 넘어 대한민국 공교육의 근간을 흔드는 중대한 범죄’로 규정했다. 이들은 특히 폭행, 상해, 성폭행 등 ‘중대 교권 침해 사항의 학생부 기재’의 법제화를 요구하며, 국회에 ‘교원지위법’ 개정안의 통과를 촉구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현재 학생 간 학교폭력 조치 사항은 학생부에 기록돼 입시 등에 반영되지만 교사 폭행으로 인한 전학이나 퇴학 처분은 학생부에 아무런 기록이 남지 않는다”며 “명백한 역차별이다. ‘교사는 때려도 기록에 남
더에듀 지성배 기자 | 중등 교사들은 학생 평가가 교육적 성취보다 행정적 형식과 민원 대응에 매몰된 것으로 인식했다. 특히 과도한 평가계획서 작성이 문제로 제기됐으며, 교육부가 최근 내놓은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은 ‘실현 불가능’으로 평가했다. 중등교사노조는 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중등 평가 정책에 대한 교사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설문은 지난 3월 6~13일 온라인으로 진행됐으며, 전국 중등교사 2262명이 참여했다. 우선 현재의 교수학습·평가계획서 구성과 분량이 과도하다는 응답은 93%(지나치게 과도 1518명/ 다소 과도 587명)나 됐다. 응답자들은 “형식적 문서 작성에 치우쳐 실제 수업과 평가 운영에 괴리가 발생한다”, “수업과 생활지도 등 본질 업무에 지장을 준다” 등으로 평가했다. 실제 “바쁜 학기초 과도한 문서 작업에 시달려 정작 수업과 학생 상담에 지장을 받는다”, “이번 학기 5과목인데 한 과목당 30쪽이 넘어가서 총 150쪽인 넘게 썼다” 등 교사 본연의 교육활동에 지장을 준다는 의견도 나왔다. 교육부가 내놓은 인공지능(AI) 활용 수행평가 지침은 교육 현장을 반영하지 못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교육부는
더에듀 AI 기자 | 최근 미국 대학에서 중동 문제와 관련한 정치적 발언으로 교수들이 징계를 받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표현의 자유 보호와 구성원 보호 사이의 균형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3일 영국의 언론사 The Guardian은 아리아 파니(Aria Fani) 미국 워싱턴대학교(University of Washington) 중동센터 소장 및 부교수가 이란 전쟁과 이스라엘 정책을 비판하는 내용의 이메일을 발송한 뒤 센터장 직에서 해임됐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대학교는 공식 성명을 통해 “파니 교수는 여전히 부교수로 재직 중이며, 개별 고용 결정과 관련한 구체적 사유는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고용 결정은 직책의 요구 사항과 대학의 기대 기준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니 교수는 지난달 18일 뉴스레터를 발송해 이스라엘의 군사 행동이 단순한 지도부 공격을 넘어 국가 자체를 파괴하려는 의도를 보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란의 핵무기 개발 주장에 대해서도 “허황된 주장”이라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드리스 로빈슨(Idris Robinson) 텍사스주립대학교(Texas State University) 철학 교수
더에듀 AI 기자 | 영국 학교에서 여성 교직원을 향한 여성혐오적 행동이 증가하면서 교사 노조가 ‘남성성 위기’ 심화를 경고하고 나섰다. 지난 4일 영국 언론 The Guardian은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설문 ‘NASUWT Big Question Survey’ 결과를 공개했다. 설문은 영국 교사 노동조합 NASUWT가 진행했으며 교사 5087명이 참여했다. 설문 결과, 여성 교사 23.4%가 지난 12개월 동안 학생으로부터 여성혐오적 행동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2023년 17.4%, 2024년 19.5%, 2025년 22.2% 등 지속해서 증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설문에 참여한 교사들은 욕설, 성적 모욕, 인공지능(AI)을 이용한 누드 이미지 제작, 성폭력 농담 등 다양한 피해를 호소했다. 일부 교사는 학생에게 모욕적인 욕설을 듣거나 성적인 소리와 몸짓을 경험했으며, 여교사라는 이유로 무시와 조롱을 받았다고 응답했다. 맷 랙(Matt Wrack) NASUWT 사무총장은 이러한 상황을 “시한폭탄과 같다”고 경고하며 교사 지원 확대와 행동 관리 교육 강화를 촉구했다. 그는 “여성 교사가 교실 내 성차별적 공격을 통제하기 어려운 상황이 지속된다면 사회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