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이 나라는 요즘 유난히 ‘전담’이라는 말을 사랑한다. 최근 정치권을 둘러싼 내란전담재판부 논쟁을 보며 느낀 기시감도 바로 그 때문이다. 사법부에 대한 불신이 ‘전담재판부’라는 형식으로 나타났다면, 학교와 교원에 대한 불신 역시 각종 전담제도의 확산으로 반복되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문제의 위치를 이동시켜 문제의 근원을 숨기고, 제도의 실패를 교원의 직무로 떠넘겨 전담이라는 이름 아래 교원의 직무로 둔갑시킨다. 국가는 책임을 지지 않는다. 대신 ‘전담’이라는 이름으로 학교와 교원에게 책임을 이식한다. 이 전담 중심의 교원 통치 체제를 나는 ‘전담 제도 공화국’이라 부른다. 내란전담재판부에서 말하는 ‘전담’은, 학교에서 확산하고 있는 이른바 ‘전담 제도 공화국’의 기준에서 볼 때 그 성격이 분명히 다르다. 전담재판부 운영 방식의 위헌성 논쟁을 별도로 하더라도, 전담재판부의 ‘전담’은 어디까지나 ‘재판’이라는 동일한 직무 범주 안에서 특정 사건 유형을 맡기는 방식을 의미한다. 실제로 법원에는 성범죄 전담, 가정폭력 전담, 파산 전담 등 다양한 전담재판부가 존재하지만, 그 어느 경우에도 법관이 재판이 아닌 업무를 수행하지는 않는다. 전담은 사건의 유
더에듀 | 내가 생각하는 공교육 신뢰 회복 프로젝트는, 거대한 정책 한 줄이 아니라 교실에서 매일 반복되는 말과 관행을 교사 스스로 바로 세우는 데에서 출발한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은 대개 거창하지 않다. 학생들이 교실에서 ‘이건 결국 형식이구나’, ‘이건 결국 운이구나’, ‘이건 결국 정보 싸움이구나’라고 느끼는 작은 틈에서 신뢰는 빠르게 새어 나간다. 반대로 신뢰는 교사가 지키는 일관성과 책임에서 조용히 쌓인다. 나는 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교사가 먼저 손대야 할 네 가지를 분명하게 말하고 싶다. 첫째, “세특 쓴다”라는 말이 학생들 입에 오르내리게 하지 말자 물론 교사는 수행평가 자료 정리나 자기 평가서를 작성하라는 뜻에서 하는 말일 것이다. 그러나 세특은 교사가 쓰는 기록이다. 학생이 세특을 쓰기 시작한다면 기록의 성격이 바뀐다. 수업에서의 관찰과 평가를 바탕으로 교사가 전문적으로 해석해 남겨야 할 문장이, 학생이 ‘좋게 보이기 위한 문장’으로 치환된다. 그러면 학생은 학습보다 ‘문장’을 관리하게 되고, 교사는 기록보다 문장을 검수하게 된다. 결국 교실에 남는 것은 배움이 아니라 포장이다. 더 큰 문제는, 그 구조가 학생들 사이에서 너무 자연스럽
더에듀 | 교수신문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변동불거’ 즉, 끊임없이 흘러가며 머무르지 않는 세태를 반영하는 표현을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이 말은 단순한 철학적 명제가 아니다. 올해 한국 사회가 겪은 격렬한 진동을 정직하게 표현한 문장이다. 특히 교육 분야는 그 변동의 중심에서 정치 못지않은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올해 초 한 대학에서는 AI가 작성한 학위논문이 심사 과정에서 뒤늦게 발견돼 커다란 파문을 일으켰다. 학생은 “AI를 쓰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처진다”는 절박함을 토로했고, 교수들은 “기술이 아니라 교육이 먼저 무너지고 있다”는 위기의식을 드러냈다. 올해 초부터 실시한 인공지능(AI) 교과서 채택은 제동이 걸려 교과서의 지위를 잃고 참고 자료로 전락했다. 2025년 전격 의무적 시행에 들어간 고교학점제는 현재 수많은 반대에 부딪혀 향후 거취가 불투명한 상태다. 이런 사건들은 변화의 파도를 타고 귀추가 주목되고 규정 위반은 아닐지라도 배우는 방식 자체가 근본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탄이다. 또 다른 사례도 있다. 지방의 한 중학교에서는 학령인구 감소로 한 학년 전체가 ‘10명 이하’ 로 떨어졌다. 교사는 “이 아이들이 서로 경쟁 상대조차 없어 성취
더에듀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교육부 업무보고에서 대선 후보 시절 공약으로 내세웠던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최교진 교육부 장관에게 교원의 정치기본권 확대가 “교사들이 정치활동을 아무 때나 아무 장소에서 막 하게 해달라는 것이 아니고, 교육 현장을 떠나서 사적 영역에서 직무와 관련 없이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는 정도”를 말하는 것이 아닌지 물었다. 그러면서 “국민들이 걱정하는 것은 선생님들이 정치적 중립을 해야지, 학교에 가서 아이들한테 한쪽 편들게 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것이라며 “그런 걸 하자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하자”라고 말했다. 그리고 “여론조사를 해보면 찬성이 높지 않다”라는 말도 덧붙였다.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 허용에 대한 우려 나는 대통령의 말대로 교원의 정당 가입이나 선거운동 등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학교가 정치판으로 전락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국민들이 많기 때문에 시기상조라고 본다. 더구나 계엄과 탄핵 이후 극우니 극좌니, 1찍이니 2찍이니 하는 정치적 대립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 교원의 집단적 정치활동을 허용하는 것은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이라는 공공
더에듀 |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교육부 정부 보고에서 서울대학교와 지방국립대의 정부 예산 격차를 지적하며 “산업화 시대에는 자원이 없으니 큰아들에 ‘몰빵’을 했다. 자원이 없으니 할 수 없이 한 군데 몰빵했지만 지금까지 그러고 있는 건 너무 잔인한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국립서울대학교에 대한 국가지원이 다른 지방대학들보다 근 3배나 많은 점을 지적하며 그 부당성을 비판한 것이다. 참으로 오랜만에 들어보는 후련한 말이다. 1인당 학생지원비가 연간 6000여만원과 2000여만원의 차이가 나는 사실을 교육부는 제대로 된 설명을 하지 못했다. 아마도 관행으로 굳어져 왔기에 문제의식이 마비되어 있었을 것이다. 더 환영할 만한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차별적인 지원을 어느 누구도 지적할 수 없다는 현실 속에서 대통령이 입을 연 것이다. 이 문제에 대해 대통령뿐만 아니라 어느 누구도 공개된 장소에서 지적할 수 없다는 것은 두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는 교육기관이기 이전에 이미 권력이 되었고 학벌이 되었다. 장관급 고위공직자 중 약 60%, 국회의원 중 약 40%, 전체 검사의 약 60%, 전체 4년제 대학교수의 약 30%, 전국규모의 7대 일간지 전체
더에듀 | “교육은 삶을 위한 준비가 아니라, 삶 그 자체이다.” 100년 전, 미국의 철학자 존 듀이는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은 당시에도 혁명이었고, 지금의 한국 교육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여전히 교실 안의 학생들은 문제를 ‘풀고’ 있지만, 현실 문제를 ‘해결’하진 못한다. 여전히 시험을 잘 보는 법은 가르치지만, 삶을 잘 사는 법은 배우지 못한다. 2025년 현재, 우리는 매일 아침 학부모 단톡방의 한숨, 교사의 탈진, 학생의 무기력 속에서 교육의 위기를 체감하고 있다. 매 정부마다 수능 체계 개편이 반복되고, 정시·수시 논란이 끊이지 않지만, 정작 질문해야 할 것은 제도의 형식이 아니라 교육의 본질이다. 그 질문에 가장 명확히 답할 수 있는 철학자, 바로 존 듀이다. “배움은 살아있는 경험이어야 한다” 듀이는 교육을 ‘정보 전달’이 아니라, 학생이 실제 삶 속에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경험의 과정으로 보았다. 그는 아이들이 교실 안에서 책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실험하고, 토론하고, 질문하는 과정에서 비판적 사고력과 시민적 책임감을 길러야 한다고 믿었다. 그의 철학을 한국의 한 교실에 적용한 사례가 있다. 경기도 고양의 한 중학교에서 실시된
더에듀 | 학교는 왜 가야 하는가. 이 짧은 질문은 늘 우리 교육의 뿌리를 건드린다. 아이들은 주저 없이 “공부하려고요”라고 말하지만, 그 대답은 언제나 절반만 빛난다. 학교는 성적을 쌓는 곳이기 전에 ‘사람을 빚는 곳’이다. 꽃이 피기 위해 뿌리가 먼저 자리 잡아야 하듯, 배움도 태도가 먼저 자라야 한다. 오늘의 문제는 지식이 과도해지고 태도가 가벼워졌다는 데 있다. 점수는 높아지는데 말투는 거칠고, 성적은 오르는데 책임감은 낮다. 공부만 잘하면 모든 결함이 용서되는 분위기 속에서 “얘는 성적이 좋으니까”라는 말이 어느새 면죄부처럼 쓰인다. 이는 가정과 학교가 함께 만들어 낸 왜곡된 신호이며, 아이들에게는 위험한 착시이다. 실태는 더 선명하다. 수학을 잘 풀어도 수업 중에 상대 말을 끊는 아이가 있고, 글짓기를 잘해도 친구 의견을 비웃는 아이가 있다. 지식만 자라면 언어는 칼이 되기도 하고, 논리는 타인을 꺾는 무기가 되기도 한다. 세상은 그런 아이에게 “스펙은 뛰어나나 함께 일하기 어렵다”는 냉정한 평가를 내린다. 문제집은 해결했지만 사람 문제에서는 오답을 낸 셈이다. 통계도 이 현상을 뒷받침한다. 교육부 조사에 따르면 교사 10명 중 7명은 “학업 능력
더에듀 | 오승걸 교육과정평가원장이 사임했다.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 영어 시험이 불수능이 되면서 수험생의 성적 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성적을 제대로 평가 못 한 이유가 무엇일까. 변별력을 갖추지 못하고, 수험생 모두에게 낮은 점수를 안긴 이유가 무엇일까. 진짜 문제는 수능은 변별력을 갖게 출제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해마다 수능 시즌이 되면 올해는 무사히 넘길 수 있을까 하는 조바심이 난다. 크고 작은 사고가 매년 그치지 않기 때문이다. 불수능이고 물수능이고 그것대로 문제이다. 귀신이 출제하지 않는 한 그치지 않을 문제이다. 올해의 영어 문제는 미국의 고3학년 수준이라고 한다. 대학생들이 거의 영어 벙어리에 가까운 나라에서 원어민 수준의 출제를 한다는 것 자체가 어이없는 일이다. 수학 출제 수준도 고등수학 수준이다. 국어 또한 마찬가지이다. 모두 정상을 벗어난 행태이다. 결국 책임을 교육과정평가원장의 사임으로 귀결됐다. 11대 원장 중 8명이 중도사임했다. 더 이상 이런 불행을 막아야 하는 게 아닌가. 막지 못하면 앞으로도 그 자리는 바늘방석일 게 틀림없다. 고급 인력을 그렇게 폐기 처분해도 될까. 수능
더에듀 | 12월 초, 수능 결과가 발표되면서 또다시 익숙한 구호가 등장했다. “초등학교부터 수능 영어 제대로 공부해야”, “영어유치원 보냈다고 안심하면 실패” 등 동아일보(2025.12.8.)가 내놓은 유명 학원들의 홍보 문구들은 단지 현장을 소개하는 취재 언어라기보다, 불안과 조급함을 자극해 두려움 마케팅을 자행하고 있다. 이는 ‘지금 시작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노골적인 압박을 부모에게 주입하는 것이다, 한국 사교육 시장이 오랫동안 반복해 온 전형적인 패턴이다. 올해는 그 악역을 수능 영어가 도맡았다. 하지만 매년 그렇듯이 특정 시험 한 회분의 난이도가 즉각적으로 ‘초등 때부터 수능 ○○를 시작해야 한다’는 주장을 정당화할 근거는 설득력이 약하다. 수능은 본래 절대적 지식의 양을 겨루는 시험이 아니라, 교과 교육과정 속에서 기초 역량을 평가하는 시험이다. 그럼에도 일부 학원들은 그런 기회를 놓치지 않고 ‘불수능 → 불○○ → 조기 사교육 확대’라는 공식을 재빠르게 전파한다. 그러나 교육에서 불안과 두려움은 결코 생산적인 동력이 아니다. 그런 심리에 기반한 선택은 장기적 학습 동기를 약화하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삶을 미래의 점수를 위한 현재로 축소할 수
더에듀 | 급식실 조리사, 청사 미화원, 학교 행정보조원. 이들 공무직이 멈추면 대한민국 공공서비스가 멈춘다. 상시·지속 업무를 담당하는 이들 40만명이 없다면 국가는 하루도 작동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들의 법적 지위는 공무원도 아니고, 그렇다고 일반 노동자도 아닌 회색지대에 있다. 정규직화라는 이름으로 고용은 안정됐지만, 임금과 복지는 여전히 부실하다. 이것이 문재인 정부가 남긴 ‘미완의 정규직화’의 실상이다. 폐지된 위원회, 방치된 사람들 숫자가 말한다. 2023년 3월, 공무직위원회 일몰 폐지. 그 후 1년여. 중앙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사라졌다. 같은 업무를 해도 지자체마다 임금이 다르고, 같은 기관 안에서도 수당 체계가 제각각이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무엇을 했는가? 정규직화의 성과만 자축하고, 정작 제도 정비는 손 놓았다. 이것이 노동존중인가? 이재명 정부 국정과제, 공무직이 시험한다 이재명 정부는 야심찬 노동 국정과제를 내걸었다. ① 93번: 차별과 배제 없는 일터 ② 94번: 노동존중 실현과 노동기본권 보장 ③ 96번: 혁신적 일자리 정책 등 모두가 그럴듯하다. 그러나 공무직 문제를 외면한다면 이 모든 과제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