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최근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에 대한 다양한 입법이 완료되었습니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 교육여건이 더 좋아졌다는 이야기는 들리지 않습니다. 이것도 부족하다고 교원들은 정치기본권을 통해 더 많은 힘이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학교폭력 심의결과는 대학입시의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같은 맥락으로 교육활동 침해도 입시에 반영해달라는 요구가 나옵니다. 2024년 기준 교육부는 특별교부금으로 549억원 교부하였고, 이중 경기교육청은 127억을 사용했습니다. 하지만 그 집행의 효과를 알 수 있는 학교폭력과 교육활동 침해에 대해 경기교육청은 지원청 단위의 통계를 비공개합니다. 현재 경기교육청 산하 25개 교육지원청은 학교폭력 심의결과의 통계에 대해 정보 비공개 결정을 내렸습니다. 저는 전국 16개 교육청에도 동일한 정보를 청구한 상태입니다. 학교 1개씩 1만 2000번은 공개해도, 1만 2000개 학교를 한 번에 공개할 수는 없다고? 학교폭력예방법 제21조(비밀누설금지 등)와 교원지위법 제30조(비밀누설 금지 등)는 쌍둥이 같이 동일한 구성으로 되어있습니다. 제1항에서는 직무상 취득한 비밀에 대해 누설하지 말 것을 정하고, 제2항에서는 비밀의 범위를 대통령령으로
더에듀 | 최근 서울대 교육과혁신연구소장인 이혜정 교수의 ‘한일 IB 역사 공동수업이 보여준 미래’라는 기고(서울경제, 2025.11.29.)는 향후 한일 관계와 미래 세대인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이 필요한지를 제시해 주었다. 여기에는 11월 15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한국IB교육학회 학술대회에서 제주 표선고, 일본 나가노 요가다 고교 학생들이 화상으로 역사 공동수업을 진행했던 사례를 전달하고 있다. 두드러지는 사실은 같은 주제를 다루면서도 서로 다른 교과서 기술 방식, 강조점, 서술 배경을 직접 비교·질문하는 과정에서 학생들은 그간 교실에서 접하지 못했던 ‘타자의 시선’을 생생하게 경험한 것이었다. 짧은 대화와 토론이었지만 그 안에는 정답을 가르치는 역사 수업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그려보는 배움의 형식이 존재했다. 한국 학생들은 일본 교과서에서 식민지 지배를 축소하거나 모호하게 기술한 대목에 의문을 제기했고, 일본 학생들은 한국의 역사교육이 일제강점기 중심 서술로 협소하게 보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때로는 감정이 오가는 순간도 있었지만, 바로 그 지점에서 ‘외교의 언어’가 도달하지 못하는 교육의 현실이 드러났다. 서로를 비난하는 대신, “왜 이렇게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 회에 살펴본 논문을 통해 통합교육 그 자체가 효과적이라는 근거는 없지만, 적어도 제대로 하려면 장애 아동에게 효과적인 개별 지도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그런데 이런 개별 지도는 교사 혼자서 한 학급을 가르치는 교실에서는 아무리 보편적 학습 설계를 하고 다층적 지원 체계를 동원해 시도해도 쉽게 이뤄지지 않는다. 개별 지도의 필수 조건, 특수교육 보조 인력 특히 지원의 필요가 많은 중증 장애 학생이 있거나 교실의 분위기에 영향을 끼치는 장애가 있는 학생이 여럿이라면 더 어렵다. 결국, 그래서 통합교육이 어느 정도 진행된 국가들에서는 특수 교육 보조 인력이라는 직군이 교사 다음으로 큰 교직원 직군이 된다. 특수교사와 협력 교수를 한다든지 하는 방법을 취하는 경우도 있지만, 인건비와 인
더에듀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탐구 영역 응시 학생 가운데 사회탐구 과목 선택 비율이 역대 최고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전체 탐구 응시생 중 약 77%가 사회탐구를 선택하고, 반대로 과학탐구 과목만을 선택한 학생은 20%대에 불과하다는 분석에 기반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기형적인’ 현상은 단순히 과목 선택의 문제를 넘어 우리 교육체계의 구조적 모순과 학생들의 진로 의식, 대학입시 제도의 영향을 복합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우리 교육이 추구해야 할 이상—학생 각자가 가진 흥미·적성에 맞추어 다양한 탐구 선택권을 갖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과 현실이 괴리되어 있다는 신호라 할 것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왜 발생했는가’를 되짚고, ‘이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를 실질적 사례와 함께 논의하고자 한다. 왜 이런 현상이 벌어졌나? 우선 세 가지 주요 원인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입시에서의 ‘등급 경쟁’이 과목 선택 행태에 영향을 미쳤다. 학생들에게 사회탐구 과목은 상대적으로 준비하기 쉽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공계 희망자마저도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로 ‘안전하게’ 이동하는 ‘사탐런’ 현상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둘째, 문
더에듀 |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 ‘줄세우기와 능력주의는 나쁜 것인가’(2025.11.24.)를 잘 읽었습니다. 줄세우기와 능력주의에 대한 옹호의 글로 읽힙니다. 제가 최근에 최교진 교육부장관 정책보좌관으로 발탁된 김성천 교수에게 수능 폐지 요구가 담긴 글과 배치되기에 제 의견을 남깁니다. 먼저 유럽의 여러나라가 대학 적격자를 선발하기 위해 성적주의와 줄세우기를 활용하고 있다는 말에 동의합니다. 그 증거로 제시하는 많은 사례를 보며 해박한 지식에 놀랐습니다. 특히 북구 삼국을 비롯한 여러나라에서 학업성적을 중시한다는 지적에 동의합니다. 그러나 제 의견은 조금 다릅니다.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는 조건에서는 고등교육의 수혜자선발을 정당화하기 위해 변별력을 요구하고 이를 충족하기 위해 성적이라는 지표가 불가결합니다. 다시 말해 성적중심으로 선발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것은 정량평가입니다. 하지만 대학은 정성평가도 필요하다고 봅니다. 대학은 학업능력우수자뿐만 아니라 사회 지도자로 성장할 인재도 원합니다. 그런 지도자에겐 정성평가 방식이 더 적절합니다. 맞습니다. 국가가 고등교육을 책임지지 않는 나라에서 훌륭한 지도자를 발견해 키우고 배출하기 위해서는 정성평가 방
더에듀 | 최근 3년 사이 우리나라 청소년 우울증 환자가 네 배 가까이 늘었다는 통계가 나왔다.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짊어질 세대가 정신적으로 무너지고 있다는 위험 신호이다. 20년 넘게 사회 현장을 취재한 기자로서 이는 우리 사회가 아이들에게 저지르고 있는 집단적 방치의 결과물이라고 단언한다. 문제의 본질은 ‘입시 경쟁’이나 ‘성적 스트레스’ 같은 진부한 해석으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아이들의 뇌 자체가 병들고 있다. 디지털 마약에 중독된 뇌 청소년들은 지금 ‘도파민 과잉 사회’에서 살고 있다. 1분마다 새로운 자극을 쏟아내는 숏폼 영상과 알고리즘은 아이들의 뇌를 강렬한 보상에 길들였다. 그 결과 수업 시간이나 독서 같은 평범한 활동은 견딜 수 없는 지루함이 됐다. 뇌과학 용어로는 ‘무쾌감증(Anhedonia)’이라 부른다. 뇌의 보상 회로가 파괴된 것이다. 여기에 만성적 수면 부족이 치명타를 가한다. 한국 청소년의 수면 시간은 세계 최하위 수준이다. 잠이 부족하면 감정을 조절하고 충동을 억제하는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수치도 높아진다. 생물학적으로 우울해질 수밖에 없는 상태이다. 진통제만 처방하는 한국식 대응
더에듀 | 몸이 아프면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마음이 아프면 스스로 생명을 포기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히기도 합니다. 교육현장에서 마주한 청소년들의 극단적 선택은 우리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며, 지금이야말로 아이들의 마음에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할 때임을 일깨웁니다. 3년간 교육지원청에서 근무하며 가장 마음 아팠던 일은 중·고등학생의 질병 사망은 0명이지만 자살 사망은 20여명이었다는 것이었습니다. 한 학급 학생 수와 맞먹는 학생들이 이토록 아픈 방법으로 사라진 것입니다. 특히 한 주에 두 명의 학생을 잃었을 때 느낀 깊은 슬픔은 지금도 잊히지 않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을 들을 때마다 생명존중팀과 함께 학교를 방문하면, 교장선생님과 교사들은 깊은 충격과 상실감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수십 년의 교직 생활에서도 처음 겪는 사안을 마주하며 당황해하던 모습이 떠오릅니다. 학교에서는 생명존중교육과 상담, 자살 고위험군 관리가 나름대로 잘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 확인돼 아이들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은 더 크게 다가옵니다. 더 어렵게 느껴지는 것은, 최근 극단적 선택을 한 학생들 가운데 안정된 가정환경, 원만한 친구 관계, 우수한 성적 그리고 신앙생활 등
더에듀 | 요즘 교육 현장에서 자주 들리는 말이 있다. “그럴 수도 있지.” 아이가 실수를 해도, 친구를 괴롭혀도, 심지어 교사에게 무례한 행동을 해도 이 말은 손쉽게 따라붙는다. “아직 어려서 그래요.” “요즘 아이들은 다 그렇죠.” 겉으로는 이해와 배려 같지만, 어느 순간 아이를 향한 방임으로 미끄러지곤 한다. 공감은 아이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따뜻한 태도이다. 하지만 방임은 아이의 행동을 그냥 흘려보내는 태도이다. 둘은 결코 같은 이름을 가질 수 없다. 공감이 교육의 출발이라면, 훈육은 교육의 마침표이다. 공감만 있고 훈육이 없다면 아이에게 남는 것은 ‘자유’가 아니라 무한한 자기중심성이다. “그럴 수도 있지”가 아무런 점검 없이 반복될 때, 아이들은 행동의 결과를 마주하지 않는다. 잘못을 인식하지 못하고, 고쳐야 할 이유도 찾지 못한다. 물론 공감이 꼭 필요한 순간이 있다. 넘어져 눈물을 삼키는 아이, 실수로 마음이 다친 아이, 혼자 외로움에 머무는 아이. 그 아이들에게는 따스한 마음을 건네는 일이 우선이다. 그러나 친구를 때린 아이, 규칙을 반복해서 깨는 아이, 수업을 방해하고 교사에게 말대꾸하는 아이에게 “그럴 수도 있지요”라는 말은 책임을 비껴가게
더에듀 | “‘참교사병 오래 못 간다’ 조롱까지…교실 떠나는 젊은 교사들” 이는 최근 동아일보(2025. 11.22.) 사설의 단면이다. 이에 의하면 지난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에서 교직을 떠난 10년 차 미만 교사가 626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3년 만에 30% 늘어난 수치다.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국공립 초중고교의 자발적인 중도 퇴직 교사 수는 1004명이다. 이 중 62%가 10년 차 미만 젊은 교사였다. 사립학교까지 포함하면 이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추산된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젊은 교사의 연쇄 이탈로 공교육 위기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재 10년 차 안팎 교사들은 교직 선호도가 높던 2000년대 후반∼2010년대 초반 교대에 진학하거나 임용시험에 합격한 이들로, 상당히 우수한 자원으로 평가된다. 우수한 교사들이 헌신과 열정을 잃어가거나 교단을 떠나는 것, 모두 공교육의 커다란 손실이다. 교사가 사명감을 갖고 신나게 가르칠 수 있는 교실이 돼야 공교육이 살고 교육의 경쟁력도 올라갈 것임은 자명한 사실이다. 그렇다면 그들이 교직을 떠나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인가? 최근 교사노동조합연맹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교권 침해 및 과
더에듀 | <더에듀>는 전국 곳곳의 교육 현장을 영상으로 담고 있으며 그 중심에는 장덕우 콘텐츠 실장이 있다. ‘현장감독 이야기’는 장 실장이 교육 현장을 촬영하며 본 것과 느낀 것을 영상이 아닌 글로 대중과 만나는 공간이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한양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들어온 이 문장은 한국 사회에서 한양(도시)이 차지하고 있는 위상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우리는 마치 사람으로 태어났으면 반드시 도시로 가야만 하는 것처럼 도시를 동경하고 갈망하며, 도시에 입성하지 못하면 좌절하기도 한다. 교육 분야는 그 현상이 더욱 심해진다. 더 좋은 학교, 더 좋은 직장, 더 좋은 미래를 꿈꾸며 ‘인 서울’을 목표로 시간과 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나의 빛나는 미래를 위해 지방으로 가겠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일까? 처음 ‘농어촌유학’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선뜻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았다. ‘도시에 살던 아이가 농어촌으로 유학을 간다? 왜? 아이가 도시 학교에 적응을 못 했나? 부모님이 사업에 실패했나?’ 등 부정적인 생각이 먼저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강원도 양양과 홍천에는 ‘도시’의 풍부한 자원을 뒤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