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흔히 드라마나 만화 등에서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캐릭터의 특성으로 장면을 사진을 찍듯이 기억하는 기억력을 묘사하고는 한다. ‘본 대로 말하라’의 차수영, ‘리멤버’의 서진우, ‘셜록’의 셜록 홈즈, ‘빅뱅 이론’의 셸든 쿠퍼, ‘슈츠’의 마이크 로스, 중증외상센터의 ‘백강혁’, ‘Q.E.D. 증명종료’의 토마 소, ‘의룡’의 아사다 류타로 등 열거하기도 벅차다. 이보다 조금 덜 직접적으로 표현했지만, ‘굿닥터’의 박시온,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우영우, ‘양들의 침묵’의 한니발 렉터도 이에 준하는 기억력을 가진 것처럼 보인다. 대중문화 속에서 자라난 허구 약 2년 전에는 예능 방송에서 어느 의사가 자신이 학창 시절에 “화학 원소 기호를 보면 바로 찍힌다”면서 다른 참가자의 ‘사진 기억력
더에듀 | 33년 교단에 선 교장이 자신이 ‘가짜’가 되었다고 토로했다. 교육부가 2월 발표한 구호는 교육 행정의 효율화를 명분으로 “가짜 일을 줄이겠다”였다. 취지는 그럴듯하다. 그러나 현장의 반응은 달랐다. 왜일까. 학교에는 분명 불필요한 일이 많다. 끝없이 반복되는 실적 보고, 보여주기식 평가 자료, 클릭으로 시간을 채우는 연수. 교사의 시간을 갉아먹는 행정은 교육의 적이다. 이 점에서 ‘가짜 일 줄이기’는 시대적 요구다. 그러나 문제는 방향이다. 무엇이 가짜인가. 누가 그것을 가짜라고 규정하는가. 그리고 줄인다고 해서 정말 줄어드는가. 정책은 종종 가장 쉬운 것부터 손댄다. 상장 양식을 간소화하고, 보고서 분량을 줄이고, 평가 항목을 몇 개 덜어낸다. 숫자로는 성과가 남는다. 하지만 교사의 하루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핵심 구조는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행정의 뿌리는 두고 잔가지만 치는 셈이다. 교육은 본질적으로 ‘시간 산업’이다. 교사의 시간은 곧 학생의 시간이다. 행정이 교사의 시간을 잠식하면, 학생의 배움도 얕아진다. 문제는 서류 몇 장이 아니다. 학교를 신뢰하지 못하는 시스템, 모든 것을 기록과 증빙으로 남겨야 안심하는 행정 문화, 그리고 책임
더에듀 | 설 연휴, 안방극장을 울린 영화 ‘대가족’은 오늘날 따뜻한 가족의 의미를 상실해 가는 시대에,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들어 주었다. 특히 보는 사람들의 심장을 가장 강렬하게 고동치게 하는 것은, 혈연을 넘어선 '선택된 가족'의 탄생이었다. 보육시설을 벗어나 차가운 산속으로 숨어든 두 아이를 입양하기 위해, 서슴없이 서로의 반려자가 되기로 결심한 두 어른의 즉석 결단은 전율에 가까운 감동을 주었다. 영화 ‘대가족’은 우리에게 묻는다.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대해 영화는 파격적이면서도 눈물겨운 답을 내놓는다. 부모 없는 아이들에게 우주가 되어주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삶을 던진 두 남녀(음식점 사장과 직원)의 모습은, 가족 해체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인간관계의 성스러움이 무엇인지 똑똑히 보여주었다. 영화 속 가장 가슴 시린 장면은 보육시설에서 피를 섞지 않은 무연고를 알고, 미국인 가정에 입양 가는 것이 싫어 전에 살던 집으로 찾아간 두 어린 남매가 야생의 산속으로 숨어들게 된 모습이었다. 사회의 보호망조차도 충분한 국가의 지원 없이 ‘관리’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의 영혼을 구속할 때, 아이들이 선택한 곳은 역설적으로 아무도 없는 산이었다
더에듀 | 임태희 경기교육감이 교복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바우처 도입과 자율형 교복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물가 상승 속에서 교복비가 학부모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는 현실을 반영한 움직임이다. 학교 현장에 서 있는 사람으로서, 나는 이 변화의 방향에 공감한다. 교복이 꼭 필요한가. 매년 신입생을 맞을 때면 “교복값이 왜 이렇게 비쌉니까”라는 질문을 듣는다. 그 말에는 불만보다 걱정이 담겨 있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의 형편이 그대로 느껴진다. 일부 학교의 교복 가격이 60만원을 넘는다는 소식은 결코 가볍게 넘길 일이 아니다. 그럼에도 나는 교복 자체는 필요하다고 본다. 교복은 단순한 옷이 아니라 공동체의 상징이다. 학생이라는 정체성을 보여주고, 사복 경쟁에서 오는 부담을 줄여준다. 무엇을 입을지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안정감도 있다. 하지만 지금의 정장형 교복이 과연 학교 생활에 잘 맞는지는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생들은 실제로 체육복이나 생활복을 더 자주 입는다. 거의 입지 않는 재킷까지 포함해 구매하고, 다시 생활복을 추가로 사야 하는 구조라면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의 핵심은 ‘선택권’이다. 같은 40만원 범위 안에서도 학생이 실제로 자주
더에듀 | 최근 이재명 대통령은 치솟는 교복 가격을 두고 학부모의 경제적 고통을 상징하는 ‘등골 브레이커’라는 표현을 쓰며 강력한 대책을 주문했다. 이에 발맞춰 교육부 수장마저 “과연 학교에서 꼭 정장 교복이 꼭 필요한가”라는 취지의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기에 이르렀다. 교육부는 교복값과 교복 문화에 대한 전면 손질을 하여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나섰다. 수십 년간 당연하게 여겨왔던 ‘교복 의무 착용’이라는 견고한 성벽에 마침내 균열이 가는 논의가 시작되었다. 그동안 관성적으로 무조건적인 교복 찬성론에서 벗어나, 변화하는 시대상과 학생들의 요구를 반영한 ‘교복 자유화’를 진지하게 고려할 시점에 와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현재 우리 교육 현장에서 교복은 그 본연의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이다. 가장 뼈아픈 현실은 수십만 원을 호가하는 교복이 사실상 ‘졸업식이나 학교 공식 행사 몇 회 사용’으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많은 학생이 신입생 때 고가의 브랜드 교복을 선택 옵션까지 포함해 풀세트로 구매하지만, 실제 교실 풍경은 전혀 다르다. 학생들은 등교 직후 학교 체육복이나 일명 ‘생활복’이라 불리는 간편복으로 갈아입는다. 빳빳하고 불편한 정장 형태의 교
더에듀 | “딸이지만 존경한다.” 이 말은 최근 2026 밀라노 코르티나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금메달리스트 최가온 선수의 아버지가 남긴 짧은 한마디 중의 일부이다. 이 말은 대한민국 모든 부모와 교육자들의 심장을 울렸다. 18세라는 어린 나이, 1·2차 시기에서 겪은 뼈아픈 부상과 실수의 공포, 그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스스로를 일으켜 세워 마지막 순간 ‘금빛 비상’을 일궈낸 이 극적인 드라마는 단순한 스포츠 승전보를 넘어, 오늘날 우리 교육이 잃어버린 회복탄력성과 ‘자기 주도적 인내’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지금 우리 교육 현장은 솔직히 어떤 모습인가? 아이들은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말보다 “한 번의 실수가 끝”이라는 무언의 압박 속에 살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최가온 선수의 금메달이 우리에게 주는 울림은 그 결과를 넘어, 1·2차전의 ‘처참한 실패’ 이후에 보여준 불굴의 태도에 있다. 최가온 선수의 경기는 교육적으로 볼 때 완벽한 ‘성장 마인드셋(Growth Mindset)’의 교본이다. 만약 그녀가 1·2차전의 부상에 함몰되어 “오늘은 운이 나빠”, “몸이 안 따라줘”, “아직 어리니 다음에 도전하지”라며 포기했다면 지금의 기적은 없었을 것이다.
더에듀 | 학문의 세계는 끊임없이 연구 결과를 내놓는다. 평생 배우는 전문직이자 평생학습의 모범이 되어야 할 교육자가 이런 연구를 계속 접하면 좋겠지만, 매일의 업무로 바쁜 일상에서 현실적으로 쉬운 일이 아니다. 이런 독자를 위해 주말 취미가 논문인 객원기자, 주취논객이 격주로 흥미롭고, 재미있고, 때로는 도발적인 시사점이 있는 연구를 주관적 칼럼을 통해 소개한다. 지난 두 회차1에서 통합교육의 효과성 여부와 개별 지도의 필수 인력이 장애 요인이 될 가능성을 살펴본 데 이어, 마지막으로 통합교육이 들어온 일반 교실에서 이뤄지는 개별화의 또 다른 측면을 살펴보고자 한다. 1) [주취논객] ⑫통합교육이 도움이 된다는 근거는 없다 :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367 / [주취논객] ⑬통합교육의 선결 조건, 쉽지 않은 특수교육 보조 인력 문제 :https://www.te.co.kr/news/article.html?no=27468 통합교육이나 특수교육에 관심이 없는 독자에게 앞선 두 회차는 필자의 전공과 관심사에 국한된 조금 덜 흥미로운 이야기였을 수도 있지만, 이번에 다루고자 하는 주제는 특수교육에서 출발
더에듀 | 선거연령 16세 하향 논의는 단순한 제도 변경의 문제가 아닙니다. 우리 사회에 던지는 본질적인 질문입니다. “우리는 학생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볼 것인가, 스스로 결정하는 주체로 볼 것인가?” 청소년을 보호와 통제의 대상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는 주권을 가진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분명합니다. 첫째, 이미 ‘책무’를 다하는 세대에게 ‘권리’를 되돌려주는 법적 정의입니다 만 16세 청소년은 대한민국 법체계 안에서 이미 많은 책임을 지고 있습니다. 근로가 가능하여 경제 활동을 하고 세금을 납부합니다. 법 개정으로 이미 정당의 당원이 되어 정치적 의사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학교 안에서는 고교학점제를 통해 자신의 교육과정과 진로를 스스로 설계합니다. 국가는 이미 이들에게 독자적인 정치적 판단 능력이 있음을 법적으로 공인했습니다. 그런데 정작 자신의 일상을 결정하는 교육감 선거권만 제한하는 것은 명백한 ‘권리의 불균형’입니다. 교육감은 교실 구조, 학생 자치, 평가 체계 등 학생의 삶에 직결된 환경을 결정합니다. 투표권 부여는 시혜가 아니라, 빼앗긴 주권을 되찾아 주는 형평의 회복입니다. 둘째, 선거권 하향은 정치
더에듀 | 최근 정치권에서 불거진 ‘선거권 16세 하향’ 논의를 접하며, 교실에서 우리 아이들과 매일 마주하는 교육자로서 깊은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청소년의 참정권 확대라는 명분은 그럴듯해 보이지만, 현실을 직시하면 이는 준비되지 않은 위험한 실험이자 우리 아이들을 정치적 소용돌이 속으로 무방비하게 내모는 무책임한 처사이다. 학교라는 특수한 권력 구조를 외면하지 말라 학교는 일반 사회와 전혀 다른 공간이다. 교사는 학생의 성적, 생활기록부, 진로까지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절대적 권한을 가진 ‘갑’의 위치에 있다. 이런 비대칭적 관계에서 만약 정치적 편향성을 가진 교사가 특정 이념을 주입한다면, 과연 우리 아이들이 “선생님, 저는 다르게 생각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불가능하다. 아이들은 자신의 양심을 검열당한 채, 교사의 정치적 견해를 앵무새처럼 따라 하거나 침묵을 강요받을 것이다. 이는 참정권 확대가 아니라 ‘표의 도둑질’이며, 민주주의의 끔찍한 왜곡이다. 우리는 이미 제자들을 특정 정치 행사에 동원하거나 편향된 사상을 강요한 교사들의 사례를 목격해 왔다. 그럼에도 처벌은 솜방망이에 그쳤고, 재발 방지를 위한 실질적 제도 개선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더에듀 | 행정통합이 추진되면 가장 먼저 바뀌는 것은 행정이 아닌 교육이다. 교육청에서 근무하며 재정 구조 하나가 교실을 어떻게 바꾸는지 직접 봐 왔다. 지금 전국적으로 추진되는 행정통합, 과연 교육은 준비돼 있을까. 행정통합의 가파른 속도, 교육은 따라올 준비가 돼 있는가 최근 국회에서 대전·충남, 광주·전남, 대구·경북을 각각 하나로 묶는 행정통합 특별법이 잇따라 발의됐다. 법안이 통과되면 오는 지방선거에서 사상 첫 ‘통합교육감’이 선출된다. 이는 행정구조뿐만 아니라 교육자치의 틀 자체가 바뀌는 중대한 변화이다. 충북교육청에서 정무비서관으로 일하며 교육행정의 구조와 현실을 가까이서 경험했다. 교육은 행정의 일부가 아니다. 독립된 재정과 인사, 정책 권한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자치 영역이다. 교육재정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교실의 환경을 바꾸고, 학생의 배움의 조건을 바꾸는 문제이다. 소규모학교 통폐합 논의가 있을 때, 학교는 단순한 교육시설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중심임을 확인했다. 교육재정, 교원 정원 하나하나가 학생의 통학 여건을 바꾸고, 지역의 존속과 미래에도 영향을 미쳤다. 교육정책은 행정의 효율만으로 결정할 수 없는 영역이라는 사실을 절감했다. 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