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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썹쌤일기] ㉑AI활용을 가르쳐놨더니

더에듀 | 캐나다 온타리오주 동남권 여러 학교에서 보결 교사로 근무하는 정은수 객원기자가 기자가 아닌 교사의 입장에서 우리에게는 생소한 캐나다 보결 교사의 하루하루를 생생한 경험담을 통해 소개한다. (연재에 등장하는 학교명, 인명은 모두 번안한 가명을 쓰고 있다.)

 

 

“휴대전화 사용 규칙 알고 있을 텐데.”

“어, 쌤, 저 챗지피티한테 뭐 물어보고 있었어요.”

“집어 넣어.”

“아니, 얘가 빨리 답을 안 하네.”

 

요새 상지고 9~10학년 수업에서 종종 발생하는 상황이다. 학생들이 휴대전화를 쓰다 걸리면 생성형 AI 챗봇에 수업 관련 질문을 하고 있었다는 핑계를 댄다.

 

물론 그래도 된다는 규칙은 없다. 아무리 보결 교사가 오면 공부 하지 않을 생각을 하는 아이들이 많다고 해도, AI 챗봇 사용이 수업 중 아무 때나 휴대전화를 꺼내도 되는 이유가 되지는 않는다.


휴대전화 규칙이 느슨한 것은 아니지만...


보결 교사용 자료 제일 첫 장에 명확하게 ‘수업 중 휴대전화 사용은 교사가 교육적 필요에 의해 허락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돼 있다. 심지어 ‘휴대전화 사용 중단 지시와 한 차례 경고에 불응하면 압수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휴대전화 ‘호텔’이나 ‘보관 주머니’는 대부분 교실에서 무용지물이다. 보결 교사가 와서 그런 것만은 아니라고 느껴지는 이유는 금지 정책 시행 초기에 늘었다가 한 해 지난 지금에는 많이 없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다른 교사들 얘기를 들어도 그렇게 쉽게 압수하지는 않는다.

 

물론 보통 정규 교사가 지시하면 아이들은 잘 집어넣는 편이다. 심지어 학급 분위기에 따라서는 보결 교사가 한두 번 얘기하면 집어넣는 경우도 있기는 하다. 그래도 아이들은 보결 교사가 단호하게 말하지 않으면 몇 번은 경계를 시험해본다.

 

아무래도 보결 교사가 징게 조치를 취하는 일은 없으며, 관리자를 부를 수는 있지만 그런 일이 부담이라는 사실은 아이들도 눈치채고 있으니까.

 

그래서 사실 아이들이 보결 교사가 왔을 때 몰래 혹은 대놓고 휴대전화 사용을 시도하는 일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다만, 달라진 점이라면 이제는 챗지피티 핑계를 댄다는 것이다.

 


올바른 AI 사용을 지도하는 것이 낫다는 방침


이런 상황이 벌어진 건 몇 주 전 학기 초에 시행한 AI 사용 특별교육의 탓이 크다. 어느 날 보결수업을 하러 갔을 때 1교시는 도서관에서 학생 성공 ‘책임감 있는 AI 사용’을 주제로 한 학습 지원팀의 진다인 선생님의 특별교육이 있었다.

 

학생들을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시키면서 AI 챗봇의 활용 방법과 주의점을 설명하는 수업이었는데, 교실에서 일반 수업을 진행하는 역할이 아니라 소수 학생을 개별 지도하는 역할인데도 전체 학급을 휘어잡고 적극적인 토의가 가능하게 만드는 점이 교사로서는 특히 인상 깊었다.

 

그 외에도 AI를 개별 학습 지도 용도로 사용할 경우 활용할 수 있는 프롬프트 예시와 접근법을 알려주는 점도 눈에 띄었다.

 

아쉬운 점이라면, 사실 학습 보조를 위해 AI 챗봇을 사용할 경우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인 할루시네이션에 대한 언급은 별로 없었다는 점 정도였다. 물론 다른 출처와 내용을 비교해야 한다는 정도는 있었지만, 개인 정보 부분에 할애하는 만큼은 썼어야 하지 않나 싶은 생각은 들었다.

 

요즘 교육에 AI를 사용하는 것에 대한 찬반 논쟁이 많은 상황에서 나오는 여러 조사 자료나 응답이 유독 개인정보에는 민감한데도 – 여기에는 공공기관의 방어적 행정의 특성도 있겠지만 – 생성형 챗봇의 근본적인 문제인 할루시네이션에 대해서는 충분한 언급이 없다는 개인적 아쉬움 때문일 수도 있겠다. 

 

아무튼 찬반 논란 가운데 온타리오주는 상지고처럼 AI를 무조건 금지하기보다는 올바른 사용을 가르치는 방향을 선택하고 있다. 그러면서 오히려 적극적인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AI보다 아이들의 행동 방식을 우선 생각해봤다면...


그런데 막상 보결 교사로서 챗지피티를 휴대전화 사용에 대한 변명으로 이용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니, 표절이나 할루시네이션 같은 AI 사용의 근본적 문제보다 AI 챗봇 사용을 권장하면 너무나 당연히 예상되는 이 결과를 생각해보고 교육자료를 만든 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의 평소 행태를 생각하면 너무나 당연히 예상되는 결과이기 때문이다.

 

물론, 보결 교사의 입장까지 고려해 규칙을 만들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정규 교사 수업에서는 아이들이 어차피 교사가 사용을 허락하지 않으면 사용하지 못한다는 규칙을 상대적으로 잘 지킬 테니 큰 문제로 생각하지 않았겠지만, 정규 수업 시간 중에도 휴대전화 사용을 허락했을 때나 컴퓨터 사용을 하는 수업에서는 챗지피티 창 하나 띄워놓고 창 전환하면서 딴짓하는 애들은 나오게 마련일 텐데 싶은 생각도 든다.

 

물론 결국은 일관되게 규칙을 적용해서 여지를 주지 않다보면 아이들도 적응해나가겠지만, 일관성을 유지해온 정규 교사와 달리 여러 번 보결을 했던 선생님의 수업이 아니면 매번 새로운 사람으로 대하는 아이들을 상대하는 입장에서는 굳이 사용을 권장까지 해야 했나 싶기도 하다.

 

물론 보결 교사 수업에서도 시간이 지나 그게 안 먹힌다는 걸 아이들이 받아들이고 나면 분위기는 잡힐 일이라 당장의 어려움이 큰 문제는 아니다.

 

그냥 교육계가 이런 문제를 대할 때마다 ‘미래 세대가 어차피 써야 하는 것이라면 올바른 사용을 가르치는 것이 필요하다’는 명분만 들고, AI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아이들은 어떻게 쓰는지에 대한 충분한 경험이나 고려 없이 접근하는 모습이 아쉬울 뿐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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